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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프리깃, 항모전단에 서다…'지속성 함대'가 바꾸는 태평양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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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프리깃, 항모전단에 서다…'지속성 함대'가 바꾸는 태평양 바다

054B 뤄허함 랴오닝 전단 첫 편입은 전술 이벤트 아닌 구조 전환
항모 지속 작전 떠받치는 호위전력 양산…한국은 KDDX·무인 비대칭으로 답하나
중국의 해군 전력 강화가 동북아와 남중국해 해양 질서에 큰 도전과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해군 전력 강화가 동북아와 남중국해 해양 질서에 큰 도전과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의 해군 전력 강화가 동북아와 남중국해 해양 질서에 큰 도전과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일본 통합막료감부(JSO)는 지난 526일 중국 인민해방군(PLA) 해군의 신형 스텔스 프리깃 Type 054B 뤄허(舷號 545)가 항모 랴오닝(CV-16) 전단의 일원으로 서태평양에서 작전한 사실을 발표했다.

네이벌 뉴스와 더 디플로맷은 지난 527일 이를 054B가 항모전단 호위함으로 운용된 첫 공개 확인 사례로 보도했다.

이는 단발성 전술 이벤트가 아니라, 동북아와 남중국해 해상세력 지형을 흔드는 구조적 전환의 신호다. 호위전력의 질적 도약, 함급 양산, 원해(遠海) 작전 전환이 한꺼번에 맞물렸기 때문이다. 054B'항모를 지키는 배'라기보다, 항모가 더 멀리, 더 오래 작전하도록 떠받치는 지속성 플랫폼(sustainment enabler)에 가깝다.

첫 항모 호위, 무엇이 달라졌나


JSO에 따르면 함대는 일본 최남단 오키노토리섬 남서 약 880㎞ 해역에서 포착됐다. 항모 랴오닝, Type 055 런하이급 구축함(DDG-104), Type 052D 뤼양Ⅲ급 구축함, 054B 뤄허, Type 901 푸위급 고속전투지원함 훌룬호로 구성됐다.

주목할 대목은 편성의 구조다. 미 해군 항모전단은 방공 지휘를 맡는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에 다층 방공·대잠을 담당하는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결합한다. 이번 PLA 편성은 광역 방공·지휘의 Type 055, 층별 방공의 Type 052D, 대잠·근접호위의 054B를 얹은 구조다.

미 해군의 다층 방어 아키텍처를 사실상 모사한 형태다. 네입벌 뉴스는 이 편성이 PLA 항모전단의 표준 골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뤄허가 취역 1년여 만에 항모전단에 편입된 점을 두고, 더 디플로맷은 플랫폼 도입에서 실전 통합까지의 주기가 크게 단축됐다고 분석했다.

왜 게임체인저인가…A2/AD의 해상 확장


그러나 054B의 진짜 가치는 개별 무장이 아니라 작전 개념에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방위·안보 정보 전문 기업인 제인스 등 서방 분석기관은 054B가 가변심도소나(VDS), 예인배열소나(TAS), Z-20 대잠헬기 운용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중국이 공식 제원을 공개하지 않아, 이들 사양은 위성영상과 관영매체 보도에 기댄 추정임을 전제해야 한다.

추정이 맞다면 함의는 크다. 그동안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는 지상 발사 대함미사일과 항공전력 중심의 '연안형'이었다. 054B가 항모전단에 붙으면, 이 거부권이 제1도련선 밖 원해로 확장된다.

작전 효과는 두 갈래로 나타난다. 대잠 스크린이 두터워질수록 항모는 위협 회피 기동 반경을 넓힐 수 있고, 보급함 Type 901과 결합하면 전단의 해상 체공 시간(on-station time)이 늘어난다. 그동안 미 해군과 동맹 잠수함이 우위를 지켜온 서태평양 수중에서 탐지-추적-차단 체인의 완성도가 올라가는 셈이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전개를 연례 훈련이라고 규정했으나, 1도련선 밖에서 확인된 054B의 항모 호위는 원해 지속 작전 능력의 실물 증거다.

수량의 임계치 경쟁


변화의 무게는 '한 척'이 아니라 '몇 척을 상시 띄우느냐'에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항모전단 1개가 통상 수상전투함 5~6척으로 구성된다고 본다. 여기에 전개·훈련·정비를 순환시키려면 통상 소요의 3배를 확보해야 한다. '전개 훈련 정비 1'3:1 순환이 유지되지 않으면 상시 전개는 무너진다. 항모 2척을 서태평양에 지속 전개하려면 호위 수상함만 수십 척 규모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은 이 임계치를 양산으로 넘어서려 한다.

제인스는 지난 47일 위성영상 분석(Vantor 321일 촬영분)을 근거로 054B 3번함 and 4번함이 상하이 조선소에서 진전된 조립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시험 단계를 넘어 계열 양산에 진입했다는 신호다.

여기에 구형 Type 054A도 개량형(린펀·舷號 543 )으로 계속 취역시켜 이원(二元) 호위전력을 짠다. Type 054A30척 이상, 변형까지 더하면 총 50척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저비용 다목적 프리깃을 대량 유지하며 054B로 고성능 임무를 흡수하는 구조다.

반면 미 해군의 차세대 프리깃 사업은 잔혹사에 가깝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251125, 존 펠런(John Phelan) 미 해군성 장관은 과도한 미국화 설계 변경과 비용 급등을 이유로 컨스텔레이션급 사업의 전면적인 전략 수정 및 후속 4척 계약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초 최소 20척 이상을 대량 양산하려던 구상은 이미 상당 부분 조립이 진행된 1·2번함 단 2척만 건조하는 것으로 축소·중단되었다.

미 해군은 결국 202512, 헌팅턴 잉걸스 산업(HII)이 건조하는 해안경비대 레전드급 내셔널 시큐리티 커터(NSC) 선체를 기반으로 삼는 완전히 새로운 차기 프리깃(FF(X)) 프로그램을 발주하며 판을 통째로 엎었다.

2028년 첫 함정 진수를 목표로 '속도와 수량'을 확보하겠다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해상 치안·경비용으로 설계된 NSC 선체의 한계상, 수직발사관(VLS)이나 대잠 장비를 고도화하는 과정에 과거와 같은 설계 변경 리스크가 재발할 수 있으며, 초기 인도의 경우 중국 054B 수준의 전면적인 대잠·방공 성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로 인해 서태평양에서 054B를 무서운 속도로 찍어내는 중국과의 수상함 물량 및 시간적 격차는 당분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선택…KDDX'비대칭'의 결합


이 흐름은 한국 조선방산에 직접 시사점을 던진다. 마침 71일 방위사업청은 7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HD현대중공업을 0.5867점 차로 제친 결과다. KDDX7100t급 이지스급 구축함 6척을 국산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으로, 선도함은 2032년 말 인도가 목표다.

여기서 오해를 걷어낼 필요가 있다. 054BKDDX는 동급 맞대결이 아니다. 054B5000t급 다목적 프리깃(호위), KDDX7100t급 지역방공 이지스 구축함으로 역할 계층이 다르다. 중국의 054B에 직접 대응하는 한국 함급은 오히려 3600t급 충남급(FFX Batch-III)과 후속 FFX Batch-IV. KDDX는 그 위에서 광역 방공·지휘를 맡는 상위 노드다.

경쟁 구도를 도식화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중국은 054A·054B로 하층 물량을 두껍게 깔고 055·052D로 상층을 얹는 '피라미드형'이다. 한국은 하층 물량이 제한적인 대신 KDDX 중심의 상층 비중을 키우고, 부족한 하층을 무인·네트워크로 보완하는 접근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의 답은 '고성능 소수'라는 한 줄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은 세 층위의 조합으로 간다.


첫째, KDDX가 통합마스트, 다기능 AESA 레이더, 통합전기추진체계로 저소음·저탐지 대잠 우위와 광역 방공을 확보한다. 둘째, 충남급·FFX Batch-IV4면 고정형 AESA 레이더 기반의 대잠 특화 호위 물량을 채운다. FFX Batch-IV는 향후 전투용 무인수상정 탑재 역량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미래 탑재 개념 단계다. 셋째, 무인수상정·수중 무인체계와 P-8 해상초계기 네트워크를 결합해 유인 함정의 물량 열세를 정보·탐지 우위로 상쇄하는 비대칭 경로다.

다만 이 경로는 데이터링크 교란과 위성 의존도가 취약점으로 남는다.

산업 구조가 가른다


결국 054B의 항모전단 편입은 인도·태평양 해상 균형이 '수량 대 성능'의 경쟁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배후에는 산업 구조의 차이가 있다.

중국은 대량생산과 속도로 임계치를 밀어붙이고, 한국은 고부가가치·정밀 설계와 무인 결합으로 질적 우위를 노린다. 수상전투함 수요가 '고가 소수'에서 '중가 다수+무인'으로 이동하면, 레이더·전투체계·전기추진의 표준화·모듈화 경쟁이 수주 향배를 가른다.

미 해군이 조선소와 시스템 통합의 불협화음으로 핵심 사업을 엎은 반면, 한국은 독특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KDDX 수주를 계기로 한화오션은 그룹 내 방산 계열사(에어로스페이스·시스템)와 연계해 설계·건조부터 엔진, 전투체계(CMS)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 시너지'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로 전투체계 개발사와 건조 조선소가 동일 그룹 내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가 형성됨에 따라, 미 해군이 겪었던 고질적인 '선체-전투체계 간 소통 부재'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함정 수출 시장에서 완벽한 턴키(Turn-key) 패키지 제안 능력을 입증할 중요한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방산 생태계의 건전한 경쟁 체제 유지와 탈락한 HD현대중공업 측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 사업 전개 과정에서 잡음 없는 '적기 전력화'를 성공적으로 증명해내는 것이 선행 과제다.

향후 10년 서태평양에서 '지속 전개 능력'을 확보하느냐가 한국 해군 전략의 분기점이 된다. 확대되는 중국 함대에 맞서 KDDX와 차기 호위함, 무인 자산을 어떤 속도와 품질로 엮어내느냐가, 동북아 해양 세력 재편 속 한국의 위치를 결정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