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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산, 우주·레이저로 재편… 한화시스템·LIG D&A 기회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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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산, 우주·레이저로 재편… 한화시스템·LIG D&A 기회와 한계

독일 350억 유로 우주망 구상… K-방산 ‘지상 중심 모델’ 시험대
‘유럽 블록화’ 공급망 재편 속 기술 경쟁 넘어선 동맹·정치 변수 부각
유럽 재무장의 중심축이 지상 장비에서 우주와 지향성 에너지 무기 분야로 빠르게 이동한다. 독일군이 대규모 군사 위성망 구축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정부와 글로벌 방산 기업들은 민간 첨단 기술을 결합한 레이저 무기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재무장의 중심축이 지상 장비에서 우주와 지향성 에너지 무기 분야로 빠르게 이동한다. 독일군이 대규모 군사 위성망 구축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정부와 글로벌 방산 기업들은 민간 첨단 기술을 결합한 레이저 무기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 재무장의 중심축이 지상 장비에서 우주와 지향성 에너지 무기 분야로 빠르게 이동한다. 독일군이 대규모 군사 위성망 구축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정부와 글로벌 방산 기업들은 민간 첨단 기술을 결합한 레이저 무기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지상 전력 수출 성과에 집중해 온 한국 방산업계는 우주 감시망 진입 기회와 서구권 중심 공급망 고착에 따른 배제 위험을 동시에 맞이했다. 안보 동맹과 공급망 블록화가 얽힌 새로운 경쟁 구도가 열리는 중이다.

독일군 위성 1200기 추진… 특별기금·연방예산 패키지 투입


독일 매체 하이제(Heise)는 독일군이 의사소통과 정보 수집을 위해 독자 군사 위성망 조성을 추진한다고 지난 8(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전체 위성 규모는 최소 1000기에서 최대 1200기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독일 우주사령부가 공식 선언한 수백 기 규모보다 더 큰 구상이 업계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이 같은 초대형 위성망을 운영하는 주체는 민간 통신망 스타링크가 유일하다.

이 사업은 작전 지역 전차와 병력 움직임을 실시간 감시하는 군 전용 정보망을 구축하는 과제다. 전파방해를 차단하는 고도 보안성과 데이터 지연 시간 최소화가 핵심이다. 전장 전역을 촘촘히 감시하고자 레이더와 특수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들을 저궤도에 배치한다.

재원은 독일 정부가 국방비 증액을 위해 편성한 1000억 유로(1725880억 원) 규모 특별기금과 연방 국방예산을 조합해 조달한다. 독일 국방부는 위성 통신·정찰·우주 상황 인식 등 우주 국방 프로젝트 전반에 오는 2030년까지 최소 350억 유로(603900억 원)를 투입할 방침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수주전은 이미 시작됐다. 에어버스·OHB·라인메탈 컨소시엄이 군 위성통신 4단계 사업 입찰에 나섰다. 전장 지속 감시 위성망인 '스포크 2' 프로젝트를 놓고도 에어버스 연합, 라인메탈·핀란드 아이사이 연합, OHB·노르웨이 콩스베르그 연합 등 3개 진영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레이저 로봇 차량 출격… 추적 AI·전력 밀도 혁신이 바꾼 전장 경제학


우주망 구축과 더불어 지상 방공 체계도 크게 바뀌고 있다. 스페인 매체 라라존(La Razon)은 방산 신생기업 아우렐리우스 시스템즈와 라인메탈 미국 법인이 자율주행 로봇 차량에 통합된 레이저 무기 체계를 공개했다고 지난 8일 전했다.

'아르키메데스'로 명명된 이 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소모성 드론 공격을 효과적이고 저렴하게 차단한다. 그동안 실전 배치가 늦어진 이유는 잦은 냉각 필요성과 전력 밀도 부족 문제 때문이었다. 최근 고출력 섬유 레이저 기술 발전으로 전력 밀도가 급증했고, 고속 표적을 식별하는 추적 센서에 인공지능이 결합하면서 상용화 문턱을 넘어섰다.

미국 정부도 이 기술을 최우선 국방 과제로 격상했다. 백악관의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 부문에만 20억 달러(3조 원) 이상이 반영될 계획이다. 아우렐리우스 시스템즈는 실전 배치를 앞두고 벤처캐피털로부터 1000만 달러(1508200만 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운용 신뢰성과 비용을 동시에 따지는 전장 경제학 측면에서도 판도가 바뀐다. 1발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도미사일 요격 체계와 달리, 레이저는 발사 체계와 탄두 가격이 사라지면서 전력·냉각·플랫폼 유지비를 포함해도 요격 비용이 미사일 대비 수십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저가 드론 떼를 활용한 경제성 중심 전술을 무력화할 대안으로 꼽힌다.

K-방산 투톱의 포지셔닝…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주사위


유럽의 국방 투자 방향 전환은 국내 방산 기업들의 사업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밀 유도무기 강자인 LIG D&A는 사업 다각화 시험대에 올랐다. 이 회사는 천궁-II 등 중동과 유럽 시장에서 유도탄 수출 성과를 올렸으나, 서구권의 국방 예산이 미사일에서 레이저로 이동하면 장기 성장성이 둔화할 리스크를 안게 된다.

이에 대응해 레이저 기반 근접방어 체계 R&D를 병행하고 있으며, 사족보행 로봇 전문 기업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발판 삼아 무인 지상·보행 플랫폼과 레이저 요격 체계를 결합하는 장기 전략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우주 영역에서 기회를 모색한다. 저궤도 위성통신 인프라 구축 경험과 자체 합성개구레이더 위성 제조 능력을 갖춰 국내 저궤도 위성 통신·감시망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독일군이 추진하는 대규모 저궤도 감시망 사업은 한화시스템의 위성 탑재체 기술을 수출할 기회다. 다만 유럽 시장 특성상 현실적으로 독자 진입은 극도로 어렵다. 에어버스나 탈레스 등 현지 거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공급망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기술 경쟁 넘어선 블록화 장벽… 향후 주시해야 할 이정표


한국 기업들 앞에는 두 가지 상반된 시나리오가 놓여 있다. 우선 유럽 자체 국방 공급망이 재편되는 초기 단계라는 점은 진입 기회다. 저궤도 위성 대량 생산 능력과 가성비 높은 레이저 모듈 기술을 무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이 확정되기 전 틈새 참여를 노릴 수 있다.

반면 유럽연합이 유럽 제품 구매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배제 리스크다. 에어버스와 라인메탈 등 현지 메이저 기업 중심으로 우주·레이저 표준이 고착되면 한국 기업은 진입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 유럽 방산 시장은 이제 기술 스펙 경쟁을 넘어, 안보 가치를 공유하며 같은 편으로 인정받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미래 방산 시장 판도를 읽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가지 핵심 이정표를 주시해야 한다.

먼저 유럽 방산 공동조달(EU EDF ) 기금 프로젝트 내 한국 방산 기업의 참여와 파트너십 확보 여부가 가장 빠른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독일군 위성통신 4단계 사업과 스포크 2 프로젝트의 최종 낙찰 컨소시엄 구조 변화를 살펴야 한다.

아울러 미 국방부의 2027 회계연도 지향성 에너지 무기 예산 집행 속도와 무인 차량 레이저 체계의 대당 양산 단가 추이 역시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지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