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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떠나고, 자본은 더 빨리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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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떠나고, 자본은 더 빨리 움직인다

부자 이주 사상 최대… 영국이 처음 중국을 앞질렀다
금이 국채를 넘어섰다… 그러나 달러 이탈은 아니다
한국 자산가들이 달러 자산을 선택하는 이유
세계 부자들이 거주지와 자산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부자들이 거주지와 자산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부자들이 거주지와 자산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이민 자문사 헨리앤파트너스가 지난 616(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경을 넘어 이주하는 백만장자는 2025142000명에 이어 2026165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자산가들이 세금, 규제, 안전, 통화 가치를 고려해 자본의 국적을 바꾸고 있다는 방증이다. 돈은 국적이 아니라 조건을 따라 움직인다.

세제 변화가 가른 사람의 이주

헨리앤파트너스 보고서는 자산가들이 이동하는 주된 원인으로 통화 약세보다 세제와 정책 변화를 지목했다. 영국은 비거주자 과세 특례를 폐지한 여파로 2025년 순유출 16500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중국(7800)을 제치고 유출 1위에 올랐다. 10년 조사 역사상 유럽 국가가 자산가 유출 선두에 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보고서에서 한국은 경쟁력 압박에 직면한 시장으로 분류됐다. 한국의 고액 자산가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고 자산의 분산을 검토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자본 이탈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주 결정에는 세금 외에 사업 기회나 교육 환경도 복합 작용한다는 분석이 따른다. 정부 관계자는 세제 개편이 자산 유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알짜 부자들의 머니무브 동향


자산 가치 하락에 민감한 글로벌 자산가들은 자국 통화 자산을 떠나 자본 이민을 단행하고 있다. 미국의 고액 자산가들은 자산의 30%에서 35%를 비상장 기술 기업 지분이나 에너지 펀드 같은 사모펀드 대체 자산에 밀어 넣으며 미래 길목을 선점 중이다.

일본 자산가들은 장기 엔저 고착화 공포로 엔화 자산을 던지고 미국 국채와 미국 주식으로 부를 이동시키고 있다. 중국 부유층은 부동산 신화가 붕괴하자 홍콩 원정 자산관리 상품에 가입하거나 실물 금을 사들이며 자산을 방어하고 있다.

한국 자산가 역시 부동산 불패 신화에서 탈출해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해외 상장지수펀드와 미국 빅테크 주식으로 자금을 옮기는 추세다.

금값 급등과 안전자산의 재편


자산 시장에서는 통화 불안이 자금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상원 합동경제위원회가 20267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국채 총액은 올해 76일 기준 393900억 달러(59218조 원)를 기록했다. JEC는 현재 속도라면 5개월 안에 40조 달러(6136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국채는 20251038조 달러(57129조 원)를 돌파한 데 이어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 공식 통계상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3분기 기준 56.92%까지 내려왔다.

유럽중앙은행이 202662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시가 기준으로 금이 미국 국채를 제치고 중앙은행 준비자산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2025년 말 금 비중은 27%1년 전 20%에서 뛰었고, 같은 기간 국채 비중은 25%에서 22%로 내렸다. , ECB는 이 역전이 대량 매입이 아니라 주로 금값 급등에 따른 평가 효과라고 못박았다.

2023년 말 금값으로 환산하면 국채가 26%로 여전히 앞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금 가격은 약 60% 뛰었다. 달러 표시 자산은 42%로 여전히 최대 비중을 지켰다. 금의 부상은 달러 이탈이 아니라 위험 분산의 신호에 가깝다.

한국의 일부 자산가가 국내를 떠나는 배경


한국 자산가들의 자금도 해외로 향하고 있다.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미국 주식 시장에서 주요 외국인 순매수 주체로 확인됐다. 올해 초에도 한국은 미국 주식 주요 순매수 국가 지위를 유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세제 일관성과 시장 신뢰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폐지를 둘러싼 진통 속에 증권거래세율이 변동되었고,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 최고 49.5%의 종합과세가 적용되는 구조는 유지됐다.

정부가 해외 자금 유입을 유도하려 지난해 말 도입한 국내복귀계좌는 실효성 논란에 부딪혔다. 규칙이 자주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예측 가능한 세제와 신뢰 회복이 없다면 자본 이탈 흐름을 돌려세우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자의 이주와 자산의 이동은 서로 다른 동인에서 출발하지만, 국가 경제에 남기는 상처는 하나다. 자산가가 떠나면 세금과 일자리, 사업 기반이 함께 빠져나가고, 고령화로 생산성이 둔화하는 국가일수록 그 공백은 더 깊게 팬다. 헨리앤파트너스가 한국을 압박 시장으로 지목한 것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통화 시스템의 격변을 경고하며 금 비중을 늘려 왔다. 자본은 애국심이 아니라 조건에 머문다. 예측 가능한 세제와 자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매일 국경을 넘는 600명의 행렬에서 한국의 몫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