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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 올라탄 샌디스크, 메모리 사이클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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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 올라탄 샌디스크, 메모리 사이클 깰까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매출 전망 급상향…다년 계약·자사주 매입에도 변동성 경계
샌디스크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샌디스크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샌디스크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를 등에 업고 메모리 업종의 전통적 경기순환을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주가는 실적 전망 상향 뒤 급등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상당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주식분석업체 트레피스는 샌디스크 주가가 메모리 사이클이 사실상 끝난 것처럼 거래되고 있다고 11일(이하 현지시각) 진단했다. 이 회사가 AI 수요를 바탕으로 매출 전망을 크게 높였고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맺으며 사업 구조를 더 예측 가능한 형태로 바꾸려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샌디스크 경영진은 지난 4월 30일 실적 전망을 업데이트하면서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 전망을 이전 목표보다 74% 높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후 샌디스크 주가는 약 70% 뛰었다.

◇ AI 데이터센터가 끌어올린 매출 전망


샌디스크의 실적 전망을 끌어올린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있다.

AI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고성능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기존 플래시 메모리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창고에 가까웠다면, AI 시대에는 모델을 실시간으로 움직이게 하는 고속 연료 공급 장치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샌디스크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33% 증가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AI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고속 플래시 메모리 주문이 급증한 결과다.

샌디스크는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적절한 제품군을 확보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스토리지 수요가 확대되면서 회사는 단일 분기 호황을 넘어 중장기 사업 구조 변화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 메모리 업종의 고질적 순환성 줄이기

트레피스에 따르면 샌디스크가 시장에 제시한 핵심 메시지는 단순한 호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샌디스크는 메모리 업종을 오랫동안 따라다닌 호황과 불황의 반복을 줄이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산업은 수요가 강할 때 가격과 실적이 급등하지만 공급이 늘면 가격이 빠르게 꺾이는 구조를 반복해왔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메모리 기업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주는 데 신중했다.

샌디스크는 이런 평가의 틀을 바꾸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샌디스크는 고객사와 5건의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에는 110억달러(약 16조5000억원)를 넘는 금융 보증이 붙어 있고, 최소 계약 매출은 약 420억달러(약 63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소프트웨어 기업에서나 볼 법한 매출 예측 가능성을 변동성이 큰 메모리 사업에 접목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고객사가 일정 규모의 수요를 장기간 약속하면 메모리 가격 변동에 따른 실적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샌디스크가 60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새로 승인한 것도 이런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샌디스크는 AI 수요와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현금흐름이 더 안정될 수 있다는 시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 시장 기대는 이미 높아졌다


트레피스에 따르면 문제는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샌디스크 주가는 4월 말 실적 전망 상향 이후 약 70% 상승했다. 시장은 회사가 단기 호황을 넘어 구조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에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다.

그러나 기대가 높아질수록 실적 발표 때 확인해야 할 기준도 높아진다. 트레피스에 따르면 옵션시장은 샌디스크 주식의 내재 변동성을 124%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최근 1년 기준 상위 9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내재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시장이 향후 주가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장기 계약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낮게 평가되면 주가는 빠르게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반도체주 전반에서도 AI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경계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미국 증시에서는 AI 관련 반도체주 부담이 커지며 나스닥지수가 하락했고, 샌디스크와 마이크론도 약세를 보였다.

◇ AI 수요와 메모리 사이클의 충돌


샌디스크를 둘러싼 논쟁은 AI 수요가 메모리 산업의 기존 주기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로 모인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확대되면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고객사와의 다년 계약은 실적 가시성을 높이고, 메모리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 방식도 바꿀 수 있다.

반대로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클라우드 기업들이 비용 통제에 나서면 메모리 수요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 메모리 산업의 공급 확대 속도가 빨라지면 가격 하락 압력도 되살아날 수 있다.

샌디스크 주가는 현재 회사가 메모리 업종의 전통적 사이클을 상당 부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장기 계약은 그 기대를 뒷받침하는 근거지만, 높아진 주가와 옵션시장 변동성은 단기 부담으로 남아 있다.

샌디스크가 다음 실적에서 매출 성장과 수익성, 장기 계약의 안정성을 함께 입증할 수 있을지가 메모리 업종에 대한 시장의 시각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