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배송 확대에도 이용률 2위…미국 온라인 장보기 경쟁은 물류·AI 싸움으로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미국 온라인 식료품 배송 시장에서 월마트에 밀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마존은 신선식품과 생활필수품을 30분 안에 배송하는 초고속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 이용률에서는 월마트가 더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매체 더스트리트는 시장조사업체 코어사이트 리서치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해 월마트가 미국 온라인 식료품 배송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유통업체로 집계됐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온라인 장보기 다시 증가
미국의 식료품 구매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직접 매장을 찾아 장을 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앱으로 주문하고 집 앞에서 식료품을 받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온라인 식료품 구매가 일상화됐고 최근에는 배송 속도와 구독 서비스가 시장 성장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코어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56.3%가 최근 1년 동안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했다. 이는 2년간의 하락세를 끊고 반등한 수치다.
온라인 식료품 구매자 중 37.9%는 최근 1년 동안 당일 배송이나 2시간 이내 배송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를 이용했다. 일부 대도시의 특수 서비스로 여겨지던 빠른 식료품 배송이 미국 전역의 보편적 유통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아마존도 30분 배송 확대
아마존도 이 흐름에 대응해 배송 속도를 앞세우고 있다.
아마존은 신선식품과 생활필수품, 지역 수요가 큰 상품을 30분 안에 배송하는 ‘아마존 나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운 이 서비스를 통해 올해 말까지 수천만명의 고객에게 초고속 배송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마존의 강점은 거대한 물류망과 프라임 회원 기반이다. 소비자는 식료품뿐 아니라 생활용품, 전자제품, 반려동물용품 등을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 전반에서는 아마존의 편의성이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식료품 배송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식료품 구매에서 월마트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어서다. 월마트가 전국 매장망을 배송 거점과 수령 거점으로 활용하고 식료품 가격 경쟁력과 기존 장보기 습관을 함께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홀푸드마켓과 아마존 프레시를 앞세워 식료품 시장을 공략해왔지만 미국 소비자에게 식료품 장보기의 기본 선택지로 자리 잡는 데는 월마트만큼 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월마트, 매장망이 온라인 경쟁력으로
월마트의 우위는 오프라인 기반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촘촘한 매장을 갖고 있다. 이 매장들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거점으로도 기능한다. 소비자는 집으로 배송받거나 매장에서 가까운 지점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식료품은 일반 전자상거래 상품과 다르다. 신선도와 가격, 배송 시간, 대체 상품 처리, 반품 편의성이 모두 중요하다. 소비자가 이미 자주 찾는 매장과 식료품 가격 경쟁력이 결합하면 온라인 주문에서도 신뢰도가 높아진다.
월마트는 식료품에서 오랫동안 쌓은 구매력과 가격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주문, 매장 앞 수령, 당일 배송을 결합하면서 아마존과 다른 방식의 전자상거래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
아마존이 빠른 배송 기술을 앞세운다면 월마트는 기존 식료품 고객 기반과 매장망을 온라인 시장으로 옮기는 전략을 쓰고 있다. 코어사이트 조사에서 월마트가 아마존보다 높은 이용률을 기록한 것은 이 차이를 반영한다.
◇AI가 식료품 배송 경쟁 변수로
온라인 식료품 배송이 늘면서 유통업체들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식료품은 온도 관리와 재고 관리가 까다롭다. 빠른 배송을 하려면 주문 예측, 창고 배치, 배송 경로, 대체 상품 추천을 정교하게 운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식료품 유통업체들은 AI와 자동화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식품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식료품 유통업체의 AI 활용률은 68%까지 높아졌다. 1년 전 47%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월마트도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쇼핑 보조 기능인 ‘스파키’를 비롯해 고객 주문과 상품 추천, 물류 효율 개선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앨버트슨스는 식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AI를 도입했다.
AI는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배송 수요가 늘수록 주문 처리 비용도 함께 늘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AI로 재고와 배송을 최적화해야 한다.
◇식료품은 아마존에도 어려운 시장
아마존이 온라인 식료품에서 월마트를 따라잡지 못한 것은 이 시장의 특수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아마존은 책과 전자제품, 생활용품,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장악해왔다. 그러나 식료품은 소비 빈도가 높고 가격 민감도가 크며 신선도와 지역 매장 접근성이 중요하다. 빠른 배송만으로는 소비자 선택을 완전히 바꾸기 어렵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크로거 같은 기존 유통업체는 식료품 구매에서 오랫동안 쌓은 소비자 신뢰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마존은 배송 속도와 기술력에서는 강하지만, 식료품 장보기의 일상적 습관을 바꾸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이 모두 아마존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