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 73조~77조원 제시…EUV 생산 확대에 삼성·SK하이닉스도 동반 강세
이미지 확대보기AI 반도체 생산 경쟁이 거세지면서 첨단 노광장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ASML이 올해 순매출 전망을 430억~450억유로(약 73조2000억~76조6000억원)로 상향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360억~400억유로(약 61조3000억~68조1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ASML이 올해 매출 전망을 올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고객사들이 장비 주문과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 2분기 실적도 예상 웃돌아
ASML의 2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ASML의 2분기 순매출은 93억3000만유로(약 15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예상치 88억5000만유로(약 15조1000억원)를 웃돌았다.
순이익은 29억유로(약 4조9000억원)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인 26억유로(약 4조4000억원)보다 높았다. 올해 매출총이익률 전망도 기존 최대 53%에서 54~56%로 높아졌다.
실적 발표 뒤 ASML 주가는 암스테르담 증시에서 장중 7.9%까지 올랐다. 이는 6월 이후 가장 큰 장중 상승폭이다.
ASML 주가는 올해 들어 약 78%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반도체 장비 주문으로 이어지는지를 주목해왔고 이번 전망 상향은 그 기대를 뒷받침했다.
◇ EUV 장비가 병목으로 부상
ASML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한다. 이 장비는 엔비디아 AI칩과 고성능 중앙처리장치, 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필수적인 미세공정 구현에 쓰인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주요 고객사들은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ASML 장비 확보가 선단공정 투자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는 고객들이 자본지출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부터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SML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 AI 반도체 생산 확대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ASML의 장비 생산능력 계획을 실적만큼 중요하게 보고 있다.
◇ 로우NA EUV 올해 65대 목표
ASML은 EUV 장비 생산능력 확대 계획도 제시했다.
ASML은 두 번째로 앞선 장비인 로우NA EUV의 올해 생산능력 목표를 약 65대로 잡았다. 기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7년에는 이 생산능력을 30% 늘리고 2028년에도 추가로 30%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일부 투자자가 2027년 생산능력 확대폭을 더 크게 기대했을 수 있지만 큰 그림에서는 수요가 매우 강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ASML이 2년 뒤 생산 가이던스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 자체가 고객 주문의 가시성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ASML은 2028년 물량도 이미 상당 부분 주문 대기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AI 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단기 테마가 아니라 장비업체의 중기 생산계획을 바꿀 정도로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인텔은 하이NA 장비 생산 투입
최첨단 장비인 하이NA EUV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ASML은 인텔이 하이NA EUV 장비를 반도체 생산에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이NA EUV는 기존 EUV보다 더 정밀한 회로 패턴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장비다. 푸케 CEO는 인텔의 사용이 장비 성숙도를 입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는 TSMC가 하이NA EUV 도입을 2029년까지 미루겠다고 밝힌 뒤 나온 발표다. TSMC는 장비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이유로 당분간 기존 장비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이NA 장비는 대당 가격이 매우 높고 도입 과정도 복잡하다. 그러나 인텔이 먼저 생산에 투입하면서 차세대 미세공정 경쟁에서 ASML 장비의 전략적 의미는 더 커졌다.
ASML은 삼성전자와 인텔, TSMC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론 머스크의 이른바 테라팹 프로젝트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머스크는 로봇과 AI,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위해 최첨단 칩 생산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 삼성·SK하이닉스도 동반 상승
ASML 실적은 아시아 반도체주에도 즉각 반영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 실적 발표 뒤 SK하이닉스는 서울 증시에서 장중 12%까지 올랐다. 삼성전자도 장중 6%까지 상승했다. TSMC는 대만 증시에서 1.7% 올랐다.
이는 ASML의 전망 상향이 고객사의 생산 확대와 수요 강세를 확인해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ASML 장비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은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고객사들이 AI 반도체와 메모리 투자 계획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 반도체주는 고대역폭메모리와 서버용 D램, 첨단 낸드 수요 기대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ASML이 한국을 2분기 최대 시장으로 언급한 점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다. 6월까지 3개월 동안 ASML의 최대 시장은 한국이었고 대만이 그 뒤를 이었다.
◇ AI 투자 사이클의 핵심 수혜주
ASML의 전망 상향은 AI 투자 사이클이 반도체 장비업체까지 본격적으로 확산됐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등 빅테크는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수천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이 투자는 엔비디아와 AMD 같은 AI칩 설계사, TSMC와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 업체를 거쳐 ASML 장비 수요로 이어진다.
ASML은 이 공급망에서 대체가 가장 어려운 기업으로 꼽힌다. 첨단 반도체를 만들려면 EUV 노광장비가 필요하고, 이를 양산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ASML뿐이다.
이번 실적은 AI 열풍이 단순히 반도체 설계기업 주가만 밀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장비 투자 계획까지 바꾸고 있음을 드러낸다. 고객사들이 2028년 물량까지 줄을 서고 있다는 점은 AI 인프라 투자가 적어도 중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키운다.
다만 높은 기대는 부담도 동반한다. ASML 주가는 이미 올해 크게 올랐고 중국 수출통제와 하이NA 장비 도입 속도, 고객사의 설비투자 지속성이 모두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
ASML은 올해 두 번째 매출 전망 상향으로 AI 반도체 투자 붐의 중심에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보다 ASML이 그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생산능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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