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최근 수년간 모로코 탕헤르-케니트라 벨트에 약 8조 9220억 원 누적 투자
EU, FTA 원산지 규정 활용한 관세 회피 가능성 경계… 공급망 다변화와 산업 보호 사이 딜레마
EU, FTA 원산지 규정 활용한 관세 회피 가능성 경계… 공급망 다변화와 산업 보호 사이 딜레마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중국 기업들의 모로코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유럽 자동차산업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아스는 7월 16일(현지시각) 중국 기업들이 모로코를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생산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기업들은 모로코 대서양 연안의 탕헤르-케니트라 공업 벨트에 총 60억 달러, 한화로 약 8조 92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유럽연합 통상 당국은 이러한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로슈 셰프초비치 유럽연합 통상 담당 위원은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자국 내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모로코를 거쳐 유럽으로 물량을 쏟아내기 위한 우회 경로로 작동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FTA 원산지 규정 논란… ‘현지 부가가치’ 요건이 핵심
유럽연합이 이번 투자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모로코와 유럽연합 간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이 있다. 모로코에서 생산된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현지 부가가치 요건을 충족하면 유럽연합은 이를 모로코산으로 인정해 무관세 혜택을 부여한다.
중국 기업들은 최종 생산 단계를 모로코에서 수행해 관세 혜택을 누리려 한다는 것이 유럽연합의 시각이다. 다만 모로코 현지 투자 자체가 유럽의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부품이 모로코라는 우회 경로를 통해 유럽연합의 관세 장벽을 회피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 검토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내 업계, LFP 배터리 공세 속 유럽 공급망 지형 변화에 촉각
한국내 자동차 및 이차전지 업계는 이번 이슈가 유럽 수출 시장의 경쟁 구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 부품이 유럽 완성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삼원계 배터리 중심의 공급망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증권가에서는 르노나 스텔란티스처럼 유럽 현지에 대규모 생산 기반을 둔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효율성을 위해 중국산 부품 비중을 높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유럽내 주요 자동차 생산 기지와의 협력 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한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출 경쟁력에도 간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 자국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보호 사이 고심
유럽연합은 중국 자본 견제라는 명분과 자국 완성차 업체의 생산 원가 절감이라는 실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유럽 제조사들은 모로코를 저비용 부품 조달처로 활용하고 있어 중국산 부품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자국 완성차 업체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과 모로코 그리고 중국 기업이 협력해 경쟁력 있는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가 상호 이익을 창출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중국의 과잉 생산 물량이 이러한 협력 모델을 통해 유럽 시장으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것을 방치하면 자국 기반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본다.
유럽연합은 앞으로 원산지 증명 규정을 강화하는 등 규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