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점유율·엔비디아 협력 우위
마이크론은 후발 진입에도 매출 346% 증가
마이크론은 후발 진입에도 매출 346% 증가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HBM 시장에서 확보한 위치와 성장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 일찍 진입해 최대 점유율을 확보했고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도 강화했다. 마이크론은 출발은 늦었지만 최근 매출과 순이익을 큰 폭으로 늘리며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 시장 지위와 최근 실적,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19일(현지시각) 비교·분석 했다.
◇ AI 메모리 부족에 실적 동반 급증
모틀리풀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을 높인 메모리다. 대규모 AI 모델을 구동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AI 인프라 구축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하는 물량을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맞았다.
이 같은 공급 부족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1분기 순이익은 265억달러(약 39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97% 늘었다.
마이크론의 실적 증가 폭도 컸다.
마이크론은 5월28일 끝난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6%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계연도 첫 9개월의 누적 매출 증가율인 202%도 크게 웃돌았다.
같은 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의 약 15배로 불어났다.
두 회사의 회계연도와 실적 집계 기간이 달라 증가율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HBM과 서버용 메모리 부족이 양사의 실적을 동시에 밀어 올리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라고 모틀리풀은 전했다.
◇ SK하이닉스, HBM 선발주자 입지
모틀리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HBM 시장에서 오랫동안 쌓은 기술과 생산 경험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 생산을 시작했고, 그 이후 여러 세대의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유지해왔다.
모틀리풀은 SK하이닉스가 “현재 세계 HBM 시장의 56%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업체”라고 평가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제조 과정이 복잡한 것이 특징이다.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쌓아 연결해야 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 발열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제품을 개발한 뒤 고객사의 AI 가속기에 적용하기 위한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초기에 진입해 제품 개발과 양산 경험을 축적했다. 이러한 선발주자 지위는 AI 가속기 업체가 요구하는 성능과 공급 일정을 맞추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높은 시장 점유율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날 때 판매 증가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모틀리풀은 지적했다.
◇ 엔비디아 협력이 경쟁력 뒷받침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모틀리풀은 SK하이닉스가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맺은 점이 HBM 판매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AI 가속기의 성능은 GPU 자체의 연산 능력뿐 아니라 메모리가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공급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메모리 업체가 AI 반도체 업체와 제품 개발 단계부터 협력하면 차세대 가속기에 필요한 성능과 규격을 보다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과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에서도 선두 지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론 역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모틀리풀은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와 같은 수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 마이크론, 2021년 진입 후 빠른 추격
마이크론은 2021년 HBM 생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보다 시장 진입이 늦어 점유율과 생산 경험에서는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미국을 대표하는 D램 업체로서 기존 메모리 생산 역량과 고객 기반을 활용해 HBM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AI 메모리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에도 시장을 넓힐 기회가 생겼다.
AI 반도체 업체들은 HBM 공급 부족으로 제품 생산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의 메모리 공급업체로부터 물량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수요가 커지면 마이크론에 배정되는 물량도 늘어날 수 있다.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346% 증가하고 순이익이 약 15배로 늘어난 것은 메모리 공급 부족의 효과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SK하이닉스가 높은 시장 점유율과 고객사 협력에 기반한 선두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이크론은 전체 HBM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공급량과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추격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다른 성장 구조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은 높은 시장 점유율과 주요 고객사와의 긴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시장 선두 업체가 고객사의 차세대 제품 개발 일정에 맞춰 먼저 HBM을 개발하고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구조다.
새로운 제품 세대가 나올 때마다 기술과 생산 경험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면 기존 점유율을 지키기 유리하다.
반면 마이크론은 빠르게 커지는 시장에서 추가 공급자로 입지를 넓히는 형태에 가깝다.
HBM 수요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기존 공급업체의 생산능력을 넘어서는 동안에는 후발업체도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
마이크론이 생산량을 늘리고 주요 고객사의 제품 인증을 확보하면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도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회사의 경쟁은 단순히 어느 업체가 먼저 HBM을 개발했는지를 넘어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얼마나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 공급 확대 속도가 다음 승부처
현재 메모리 업체들은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생산량을 늘리는 업체가 매출과 이익을 함께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HBM은 생산시설을 늘린다고 곧바로 공급량이 증가하는 제품은 아니다. 복잡한 제조 공정과 고객사 검증을 거쳐야 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SK하이닉스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늘어난 주문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크론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후발주자로서의 기술과 고객사 격차를 줄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AI 반도체 업체들이 요구하는 성능과 공급 일정을 맞추는 능력이 향후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모틀리풀은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