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브리티시 스틸’ 국유화 파장… 英 신임 총리, 취임 직후 대중 외교 시험대

글로벌이코노믹

‘브리티시 스틸’ 국유화 파장… 英 신임 총리, 취임 직후 대중 외교 시험대

英 정부, 국가 안보 사수 위해 중국 징예 그룹 소유 ‘브리티시 스틸’ 공공 소유 전환
中 징예 그룹 및 정부 당국, “계약의 신성함 훼손” 분통… BIT 국제 중재 공식 제기
투자 보상금 청구 및 투자 동결 위협 속 ‘英 산업 보호’와 ‘대중 관계’ 사이 고차방정식
영국 북부 스컨소프에 위치한 브리티시 스틸 공장. 영국 정부는 중국 소유주가 공장을 폐쇄하려 했던 후, 철강 생산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이 공장을 국유화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북부 스컨소프에 위치한 브리티시 스틸 공장. 영국 정부는 중국 소유주가 공장을 폐쇄하려 했던 후, 철강 생산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이 공장을 국유화했다. 사진=로이터
앤디 버넘(Andy Burnham) 신임 영국 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중국과의 대형 통상 갈등이라는 가혹한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 영국 정부가 국가 안보의 핵심 기반인 자국 마지막 용광로 철강사를 전격 국유화하자, 소유주였던 중국 민간 철강 거두 징예(Jingye) 그룹과 중국 당국이 강하게 반발하며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7월 2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와 글로벌 통상 가치사슬 분석에 따르면, 영국 상업무역부는 130년 역사의 철강 기업인 '브리티시 스틸(British Steel)'의 공공 소유 전환(국유화)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 징예 그룹은 "법치주의와 계약상의 약속이 훼손되었다"며 손실 전액에 대한 보상 청구와 함께 국제 중재 절차에 착수했다.

스컨소프 용광로 폐쇄 추진에 영국 전격 개입… 중국 “강제 몰수” 반발


중국 허베이성에 본사를 둔 민간 철강사 징예 그룹은 지난 2020년 7,000만 파운드(약 1,380억 원)에 브리티시 스틸을 인수했으나,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영국 북부 스컨소프(Scunthorpe) 공장에 위치한 국가의 마지막 용광로 폐쇄 및 사업 철수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쇳물을 직접 생산하는 고로 설비가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이라고 판단한 영국 정부는 2025년 운영권을 차단한 데 이어 최근 국유화 카드를 전격 집행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부당한 강제 인수이자 중국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조치"라며 "단 한 푼의 양보도 없이 법적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측은 이번 조치가 영국 투자 환경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자투자조약(BIT) 국제 중재 개시… 영국 납세자 부담 및 중국의 투자 동결 위협


징예 그룹은 1986년 체결된 양자투자조약(BIT) 제5조(공공 목적의 국유화 시 적절한 보상 의무)를 근거로 영국 정부에 공식 분쟁 통지서를 제출했다. 이는 해결되지 않을 경우, 6개월 후 국제 중재 재판이 자동으로 개시되는 법적 수순이다.

문제는 해당 투자 조약이 구식으로 제정되어 국가 안보 예외 조항이나 자체 법적 구제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국유화 명분을 세우면서도 징예 측에 거액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납세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징예 측 역시 "정부의 성급한 인수로 수억 파운드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영국의 국가감사원 보고서를 인용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버넘 정부의 대중 실용주의 노선 시험대…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경고등


새로 취임한 버넘 총리와 에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은 영국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는 동시에 대중국 무역 마찰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난도 과제를 안게 되었다. 2025년 기준 양국 간 무역액은 약 1,050억 파운드에 달하며, 중국 자본은 영국의 주요 에너지, 교통 인프라, 금융 자산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징 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국에 대한 신규 해외 직접 투자(FDI)를 동결하거나 영국 제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핵심 원자재 및 기술 공급망을 통제하는 등 보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자국의 전략 산업 안보를 사수하려는 영국의 국유화 강수와 자본 및 계약 주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강대강 대립 속에서, 버넘 신임 정부의 첫 번째 대중국 외교 정책 수송 전술은 하반기 유럽 산업 유통 단가와 영·중 통상 패권의 향방을 결정할 거시 산업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