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개 기관투자자 설득해 자금조달…민주당 압승에 AI 투자 규제 위험 부상
빅테크 채권시장도 달라졌다…메타 장기채 가산금리 4월보다 0.9%포인트 상승
빅테크 채권시장도 달라졌다…메타 장기채 가산금리 4월보다 0.9%포인트 상승
이미지 확대보기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미국 중간선거 당일인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150억달러(약 20조4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투자 자금조달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자금조달 시점까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메타가 선거 결과에 따른 시장 변동성 위험에도 불구하고 투표 당일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 과정과 빅테크 채권시장의 변화를 8일 보도했다.
메타는 올해 4분기 총 250억달러(약 34조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세웠으며 미국에서 달러화 채권을 먼저 발행한 뒤 유럽 시장에서도 자금을 조달했다.
◇선거일 발행 결정…500개 기관투자자 사전 설득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가 미국 중간선거 당일을 회사채 발행 시점으로 선택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통상 선거일에는 투자자들이 개표 결과와 시장 변동성을 주시하면서 대규모 거래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다.
그러나 메타는 발행을 늦출 경우 경쟁 기업들의 회사채 공급과 선거 이후 시장 불안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당초 10월 말이나 11월 초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으나 지난달 하순 마이크로소프트가 250억달러(약 34조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투자자 자금을 상당 부분 흡수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메타는 씨티그룹, 모건스탠리와 협의를 거쳐 3일 미국에서 달러화 회사채를 발행하고 4일 유럽에서 유로화 채권 발행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자금조달에 앞서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강화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와 주관 은행들은 2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자 약 500곳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설명회를 진행했다.
수전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일부 투자자와의 전화 설명회에 직접 참여했다.
메타는 투자자들에게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지는 무담보 회사채 발행을 위해 다시 시장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는 방안과 AI 투자에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도 답했다.
메타,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측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회사채 발행 성공했지만 금리 부담은 커져
메타는 회사채 발행 시점을 적절하게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금조달 비용까지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메타가 발행한 달러화 회사채 5개 종류 가운데 만기가 가장 긴 2056년 만기 채권의 가산금리는 미국 국채보다 2.2%포인트 높게 책정됐다.
이는 지난 4월 발행한 비슷한 만기의 메타 회사채보다 약 0.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메타의 장기적인 AI 투자와 재무 부담을 감수하는 대가로 더 많은 이자를 요구했다는 의미다.
이같은 변화는 다른 빅테크 기업에서도 나타났다.
오라클은 2일 투자자들에게 회사채 발행 규모를 100억달러(약 13조6400억원)로 제한하고 비슷한 규모의 주식도 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기존 회사채보다 0.35%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했다.
잭 데일리 트웬티포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가산금리와 함께 막대한 AI 설비투자가 매출과 잉여현금흐름으로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에 대해 훨씬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 시점과 잉여현금흐름이 흑자로 전환되는 시기에 관해 시장에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회 장악에 데이터센터 투자 회수 불확실성 확대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했다.
민주당이 연방의회 양원을 장악한 데 이어 오하이오,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등 여러 주에서 주지사직까지 확보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 차원의 규제와 반대 움직임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앞으로 추가될 AI 데이터센터 가운데 약 절반이 강화된 지역 규제와 심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면 관련 시설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수익의 실현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이는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AI 인프라 투자자금을 마련해 온 빅테크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느려지면 기업들의 추가 차입도 줄어들 수 있어 기존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중간선거 다음 날인 4일에는 빅테크 회사채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5일에는 규제 강화로 AI 투자 수익 회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술기업 회사채의 신용위험 가산금리가 확대됐다.
6일 거래 종료 시점에도 기술기업 회사채의 평균 가산금리는 주간 기준으로 상승한 상태였다.
◇메타 신용등급 전망 하향…빅테크 채권 발행 방식 변화
AI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은 이미 메타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스는 10월 말 메타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막대한 설비투자 규모와 차입 부담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요 이유였다.
이번 조치는 메타의 회사채 발행 준비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와 주관 은행들은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채권 가격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최종 승인을 미뤘다.
결과적으로 발행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메타는 4일 유럽 시장에서도 처음으로 유로화 회사채 90억유로(약 13조6773억원)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은 530억유로(약 80조5441억원)에 달해 유럽 기업 회사채 발행 사상 최대 주문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채권시장 전반에서는 대규모 AI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투자등급 채권시장에서 기업과 프로젝트가 조달한 자금은 4150억달러(약 566조600억원)를 넘어섰다.
올해 3월 아마존은 미국 시장에서 당초 목표였던 250억~300억달러보다 많은 370억달러(약 50조468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유럽에서도 170억달러(약 23조1880억원) 상당의 채권을 추가 발행했다.
반면 최근 메타와 오라클은 대규모 일괄 발행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나눠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빅테크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투자자들의 요구를 고려한 보다 신중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추가적인 대형 자금조달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스페이스X를 위한 약 400억달러(약 54조56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관련 자금조달 거래 가운데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메타의 이번 회사채 발행이 AI 투자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높아진 투자자들의 요구와 정치·규제 위험을 고려해 발행 시점과 규모를 조정해야 하는 빅테크 채권시장의 새로운 현실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