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대비 26~37% 급락한 메모리 대장주… LTA발 '수익 안정성'이 밸류에이션 잣대를 PBR에서 PER로 옮기는 계기 될지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9500억 달러(약 1375조 원) 규모의 대미(對美) 반도체 협력에 합의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단순 투자 규모를 넘어 '주가 반등의 지속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고점 대비 26~37%가량 하락한 두 종목이 2030년까지의 물량 확보를 발판 삼아 실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재상승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9500억 달러의 실체는 '5년 누적 선구매 약정'
먼저 숫자의 성격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 이 금액은 단일 계약 대금이나 일회성 투자가 아니다. 미국 IT매체 테크타임스는 25일 9500억 달러가 향후 5년간 확정된 선구매(committed forward purchases)의 예상 가치이며, 현금 이전이나 지분 투자가 아니라고 명시했다. 실제 매출 인식은 수요와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누적 약정 규모'로 읽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5년간 2000억 달러 이상(약 292조 원) 규모의 협약(MOU)을 체결했는데, 이는 첨단 메모리 공급뿐 아니라 2나노 이하 파운드리 서비스와 2.3D·2.5D 첨단 패키징을 포함한다.
즉 9500억 달러 안에는 구속력 있는 LTA와 의향서·MOU가 혼재하므로, 전체를 '확정 계약'으로 등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다만 삼성으로선 메모리 수급 개선을 넘어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과 턴어라운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반등 논리가 성립한다.
HBM 물량 '장기 선점'과 급락의 진짜 원인
이 계약의 산업적 의미는 물량 선점이다. 테크타임스는 3사(SK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능력이 서밋 이전에 이미 2026년치까지 완판된 상태였으며, 핵심 HBM 물량의 상당 부분이 엔비디아·브로드컴 AI 가속기용으로 장기 계약에 묶이면서 여타 수요자는 같은 칩 확보 경로가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를 단순 경기 순환형 부족이 아니라 웨이퍼 생산능력의 전략적 재배분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왜 떨어졌나. 지난 24일 당일 급락의 직접 트리거는 외국인 대량 매도와 중동 리스크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7.59% 내린 24만 9500원, SK하이닉스는 8.34% 내린 175만 9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1조 7568억 원, 삼성전자 8730억 원을 순매도했고, 간밤 중동 긴장 고조로 유가와 미 국채 금리가 오른 점이 투자심리를 눌렀다. 여기에 증권가가 제기하는 구조적 우려, 즉 2027년 하반기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가능성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발(發) 수급 변동성이 겹쳤다. 삼전·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9조 6000억 원(한화투자증권 집계)에 이르는데, 이런 상품은 일일 수익률 추종을 위해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기계적 매매를 유발해 주가 하방 압력을 증폭시키는 구조다.
PBR에서 PER로, 밸류에이션 패러다임 전환
투자 판단의 핵심은 LTA가 이익 구조 자체를 바꾸느냐다. 그동안 메모리 기업들은 시황 사이클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받아 왔다. 그러나 3~5년 단위 LTA가 정례화되면 시장이 시황 노출 시장과 장기계약 시장으로 이원화(Dual market)된다.
장기계약 비중 확대는 이익 변동성을 낮추고 현금흐름 가시성을 높여 시장이 요구하는 할인율을 끌어내리며, 이는 메모리 업종 평가 잣대가 PBR에서 주가수익비율(PER) 중심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게 증권가 논리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LTA가 조달 불확실성에 기반한 투기적 수요 노출을 줄여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해준다고 평가했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부각됐다. 서밋 다음 날인 25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간 각각 약 26%, 37% 하락했고,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BR·PER은 각각 4.4배, 5.1배로 낮아졌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 60만 원, SK하이닉스 420만 원을 유지하며 매수 의견을 재확인했다(증권사 타깃 밸류에이션 기준).
가격 지표도 우호적이다. 미래에셋증권 추정에 따르면 16Gb DDR5·DDR4 현물가가 40거래일 넘게 올라 전고점에 근접했고, 계약가 기준으로 2027년 말까지 DDR4는 약 43%, DDR5는 약 38%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HBM4 가격은 올해 대비 2027년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는 특정 증권사 모델 추정치로, 실제 가격은 수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리스크, 레버리지 변동성과 중국 CXMT
반등 논리에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화투자증권 박승영 팀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총이 5조 원 수준으로 축소되기 전까지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대안으로 커버드콜 전략을 제시했다.
중국 CXMT의 시장 진입 가능성도 3사 과점 구도를 흔들 변수로 꼽혔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기술 격차로 영향이 제한적이며, 중장기적으로 공급 구조 변화를 유발할 잠재 변수로 평가된다. 앞서 7월 20일에는 중국 문샷AI의 저비용 오픈소스 모델(Kimi K3) 출시가 'AI 인프라 투자 회수 지연' 우려를 자극해 코스피가 하루 4.46% 급락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대형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7월 29일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이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매출 약 83조 9000억 원, 영업이익 약 64조 2000억 원(영업이익률 76%대)이 컨센서스로, 이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 여부와 3분기 가이던스가 단기 방향을 가른다.
삼성전자는 이미 7월 7일 잠정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시장 기대치 상회)을 발표했고, 30일 사업부별 확정 실적에서 파운드리·메모리 세부 성과가 공개된다.
둘째, HBM4 양산과 DDR5 계약가 상승세가 2027년 낸드 약세 우려를 상쇄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레버리지 ETF 수급이 안정되고 CXMT 리스크가 제한적임이 확인될 때가 구조적 매수 구간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24일 만찬에서 이 대통령의 "최근 한국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는 언급에 "다시 오를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투자 판단은 실적과 수급 지표로 검증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