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히드·BAE 등 올해 벤처라운드 6조원 참여…드론·자율무기 전장 변화 대응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주요 방산 대기업들이 군사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기록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을 거치며 드론, 자율시스템, 해양로봇이 전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자 전통 방산업체들도 벤처투자자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록히드마틴과 BAE시스템스 등 대형 방산업체들이 올해 들어 지금까지 41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벤처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타트업 데이터업체 딜룸 집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들은 서방 정부와 군을 오랫동안 고객으로 둔 대형 주계약업체들로 전투기, 함정, 장갑차, 미사일 같은 기존 무기체계를 주로 공급해온 기업들이다.
◇ 파넘버러도 방산 중심 행사로
FT에 따르면 이같은 변화는 영국 런던 외곽에서 열린 파넘버러 에어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파넘버러 에어쇼는 전통적으로 민간 항공기 수주 경쟁이 중심인 행사였다. 그러나 올해 행사에서는 전체 1636개 전시업체 가운데 절반이 방산 부문 기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기술 스타트업들은 최신 드론과 자율시스템을 전시했고, 투자은행과 벤처투자자, 대형 방산업체들이 이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PJT파트너스의 그웬 비용 파트너는 “최근 전쟁들은 기존 플랫폼과 새로운 파괴적 기술이 함께 쓰이는 현대전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는 새 방산기술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며 방산 대기업들이 해당 기술에 노출되기를 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각국 정부도 군사 지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무기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요격 미사일과 자율 드론, 무인 해양체계가 대표적이다.
◇ 올해 방산 거래 58조원 넘어
방산 관련 거래도 급증했다.
딜로직 집계에 따르면 인수합병과 자금조달을 포함한 전 세계 방산 관련 거래액은 올해 이미 400억달러(약 58조5000억원)를 넘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2019년 기록한 연간 사상 최대치 590억달러(약 86조3000억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전했다.
방산·안보 스타트업이 올해 조달한 자금도 398억달러(약 58조2000억원)에 달했다.
대형 방산업체들은 더 민첩한 기술 중심 경쟁자들과 맞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과거에는 전투기와 함정, 소화기 같은 핵심 시장에 집중하면 됐지만 이제는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와 자율무기 기술을 얼마나 빨리 흡수하느냐가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 탈레스·록히드, 해양기술 인수전
인수합병 경쟁도 치열해졌다.
프랑스 방산기술그룹 탈레스는 해양로봇과 항법 기술 기업 엑세일테크놀로지를 39억유로(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탈레스는 같은 프랑스 기업 사프란을 제치고 거래를 따냈다.
같은 날 록히드마틴은 사모펀드 어드벤트가 보유한 해군 기술업체 울트라마리타임을 34억5000만달러(약 5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탈레스 등 경쟁자를 웃도는 가격을 제시한 결과다.
이같은 인수전은 대형 방산그룹들이 방산기술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뿐 아니라 대형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올해 파넘버러 행사에는 금융권 참석자도 기록적으로 많았다. 주최 측에 따르면 투자자, 은행가, 펀드 관계자 등 350개 기관에서 650명 이상이 참석했다.
◇ 드론·해양무인체계 투자 확대
개별 스타트업 투자도 대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드론업체 퀀텀시스템스는 이달 초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새로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약 80억달러(약 11조7000억원)로 평가됐고, 에어버스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영국 해양 방산기업 크라켄테크놀로지는 지난 9일 1억7500만달러(약 2560억원)를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기업가치는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로 평가됐고 라인메탈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주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충돌에서 드러난 전장의 변화였다. 공중·해상 드론과 이에 맞서는 대응 체계가 실제 전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면서 관련 기술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빨라졌다.
방산 대기업들은 내부 연구개발도 늘리고 있다. 버티컬리서치파트너스 분석에 따르면 에어버스와 보잉을 제외한 세계 13개 주요 방산업체의 내부 연구개발 지출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25% 넘게 늘어 116억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대기업과 스타트업 결합이 관건
BAE시스템스는 유럽 방산 스타트업 투자로 알려진 레이크스타와 익스페디션스가 운용하는 두 펀드에 5000만유로(약 831억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도 영국과 유럽 방산기술 스타트업에 최소 1억달러(약 1463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스타트업 투자 부문을 4억달러(약 5852억원)에서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이은 조치다.
프랭크 세인트존 록히드마틴 최고운영책임자는 유럽 방산기술 분야에 아직 활용되지 않은 역량이 있다며 스타트업을 자사 엔지니어들과 연결해 기술을 기존 제품군에 접목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에어버스의 독일 기반 방산·우주 부문도 민군 겸용 기술에 투자하는 새 펀드의 핵심 투자자가 됐다. 목표 규모 5억유로(약 8315억원)의 E2D펀드는 항공, 해양, 우주 분야 기술에 투자할 예정이다.
에어버스디펜스앤드스페이스의 안드레아스 라이네케 방산 디지털·사이버 영업 책임자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최근 분쟁이 현대전의 기술 변화 속도를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변화에 대응하려면 작고 민첩한 기업들과 실행 가능한 협력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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