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물 CDS 212bp…S&P, 투자등급 최하단 'BBB-' 강등
5개사 올해 440조 원 조달…장부 밖 확정 지출 2408조 원
빚에 기댄 메모리 주문…신용 경색 땐 조정 1순위
5개사 올해 440조 원 조달…장부 밖 확정 지출 2408조 원
빚에 기댄 메모리 주문…신용 경색 땐 조정 1순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빅테크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빚으로 짓는 구조에 채권시장이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악시오스는 지난 7월 27일(현지시각) 오라클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212bp(2.12%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고 보도했다.
정크까지 한 계단…오라클발 신용 경보
오라클 채권 1000만 달러(약 145억 9800만 원)의 부도 위험을 1년간 회피하는 비용이 21만2000달러(약 3억 원)라는 뜻이다. 당장 부도 신호라기보다 투자 등급 기업에서 보기 드문 부담 수준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CE데이터서비스 집계 기준 오라클 CDS는 지난 20일 이미 203bp로 2008년 통계 작성 후 최고치였다. S&P글로벌은 이달 중순 오라클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최하단 'BBB-'로 낮췄다.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정크(투기등급)다.
악시오스는 신용도가 더 높은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의 CDS도 소폭 올랐다고 보도했다. 거액 투자 대신 기기 시장에 기대는 애플만 최저 수준이다. AI 캡스(설비투자) 부담이 빅테크 전반으로 가중되는 가운데, 영업현금흐름 대비 부채 비율이 높고 재무 고리가 가장 약한 오라클이 가장 먼저 신용 경고음을 낸 셈이다.
조달 440조 원에 장부 밖 2408조 원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집계로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5개사가 올해 들어 지난 7월 22일까지 주식·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약 3020억 달러(약 440조 8898억 원)다. 2024년까지 연 500억 달러(약 72조 9950억 원)를 밑돌던 조달액이 2년 만에 6배로 불었다.
빅테크 밖까지 넓히면 골드만삭스 집계 올해 전 세계 AI 관련 채권·대출 발행액은 4890억 달러(약 713조 8911억 원)로, 지난해 연간 예상치 3220억 달러(약 470조 원)를 이미 넘어섰다.
무디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대부분 기업의 신용지표는 여전히 매우 양호하다"면서도 "이들은 역사상 현금이 가장 많은 기업군이나 현재 지출 수준에서는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하며, 재무제표 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부에 보이지 않는 의무는 더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주 5개사가 데이터센터 장기 임차계약, GPU 공급계약처럼 주석에만 공시되는 확정 지출 의무, 곧 부외(簿外) 부채를 약 1조6500억 달러(약 2408조 5050억 원)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4년 새 8배로 불어 장부상 부채 1조 3500억 달러(약 1970조 5950억 원)를 웃돈다.
수요가 꺾여도 이행해야 하는 계약이라 미래 현금흐름을 미리 잠근다. 이는 속도 경쟁이 만든 재무구조 변화다. 컴퓨팅 용량을 먼저 선점하려는 투자 속도가 현금 창출 속도를 앞지르자, 차입과 증자 의존이 커졌다.
알파벳이 대표 사례다. 알파벳은 지난 22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설비투자 449억 달러(약 65조 5405억 원)를 집행하며 2004년 상장 후 처음으로 분기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59억 달러, 약 8조 6122억 원)를 기록했다.
지출을 메우려 한 분기에만 증자 496억 달러(약 72조 4011억 원), 회사채 203억 달러(약 29조 6319억 원)를 조달했고 연간 설비투자 전망은 최대 2050억 달러(약 299조 1975억 원)로 올렸다.
CNBC는 지난 24일 바클레이스 분석을 인용해 오라클 CDS가 "AI 설비투자 전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거래된다고 전했다.
저비용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 확산으로 투자 회수 전망이 흐려진 점,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차입 비용이 오르는 점도 프리미엄을 밀어 올렸다. AI 서비스의 실제 수익화 속도가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현금흐름 불균형'이 신용 위험을 키우는 근본 원인이다.
빚으로 크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수요의 질을 보라
한국 메모리 업계가 봐야 할 대목은 수요의 강도가 아니라 수요의 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D램 슈퍼사이클을 떠받치는 최종 수요처가 이 5개사다. 주문의 재원은 주로 영업 현금이 아니라 부채와 증자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김재준 사장은 지난 4월 30일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올해 물량도 사실상 완판됐다. 단기 주문은 견조하다. 그러나 지금 주문의 상당 부분은 수익성 검증이 아니라 점유율 선점 경쟁에서 나온다.
신용시장이 닫히면 빚으로 굴러가는 설비투자는 현금 기반 투자보다 훨씬 빨리 멈춘다. 2000년대 초 통신업계가 부채로 광통신망 과잉 투자를 벌이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장비 주문부터 끊어냈던 경로 그대로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는 오라클 CDS와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OAS) 추이다. AI 자금줄 경색을 가장 먼저 알리는 선행지표다.
둘째는 무디스의 오라클 등급 결정이다. 정크 강등 시 투자 등급 펀드의 강제 매도로 조달 비용이 급등한다.
셋째는 메타(1250억~1450억 달러, 약 182조~211조 6275억 원)·마이크로소프트(약 1900억 달러, 약 277조 3430억 원)의 설비투자 가이던스 유지 여부다. 합산 7250억 달러(약 1058조 2825억 원)로 추정되는 올해 하이퍼스케일러 투자가 한국 메모리 주문의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