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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중국계 지분 리스크에 미국 현지화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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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중국계 지분 리스크에 미국 현지화 승부수

미국 의회 압박에 미국 사업 방어 공식화
미국 매출 15% 증가, 현지 생산 및 공급망 분리 가속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최고경영자(CEO) 올라 칼레니우스가 2025년 9월 7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를 앞두고 신형 전기차 GLC 옆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최고경영자(CEO) 올라 칼레니우스가 2025년 9월 7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를 앞두고 신형 전기차 GLC 옆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패권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현지 시장 방어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커넥티드 차량의 통신·데이터 보안을 매개로 중국계 자본 지분이 일정 수준을 넘는 기업을 겨냥한 입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 성장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려 현지화 전략으로 규제 리스크를 우회하려는 복안이다.

로이터 통신의 7월 28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의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가 중국계 대주주를 둘러싼 미국 의회의 규제 움직임에 대응해 미국 내 사업장을 전면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가 승인한 관련 법안은 중국계 실소유 지분이 15%를 초과하는 완성차업체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BAIC그룹과 지리자동차의 리수푸 회장 측이 지분 약 20%를 보유한 메르세데스 역시 해석에 따라 판매 금지 사정권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미국 정치권 내부에서도 유예기간 부여나 예외조항 도입 여부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최종 입법 과정까지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 미국 사업 보호 최우선 및 현지 투자 가속화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있으며, 미·중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는 이미 미국 내 사업 확장을 위해 70억 달러(약 10조18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2030년까지 4억 달러(약 5817억 원)를 투입해 앨라배마 공장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은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부진과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핵심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메르세데스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났다.

전기차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압박받는 중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고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럭셔리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탄탄한 수요가 유지되면서 실적 방어의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립 자동차 애널리스트 마티아스 슈미트는 미국 현지 생산이 사실상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공급망 탈중국화와 북미 무역협정 재협상 대응


미국이 차량 데이터, 소프트웨어, 통신 보안까지 규제 범위를 확장하는 흐름 속에서 메르세데스는 지분 구조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대신 생산과 공급망의 미국화를 통해 규제를 우회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는 현재 진행 중인 북미 무역협정 재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 내에서 직접 엔진을 생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개정 협정에 지역 내 부품 의무 사용 비율이나 미국산 부품 특화 규정이 강화될 가능성에 앞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투자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이 글로벌 완성차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이 지분 구조를 매개로 완성차 판매 제재까지 확전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을 둔 다른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도 유사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가 택한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공급망 분리 전략이 향후 수입차 시장의 규제 회피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 완성차·부품 업계에 미칠 파장과 시사점

완성차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메르세데스의 미국 내 투자 확대 움직임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한국 완성차업체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고 분석한다. 이미 북미 현지 전기차 전용 공장을 가동하며 공급망 다변화를 이뤄낸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규제 대응 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대중국 견제 기조와 자국 내 생산 유인책이 한층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 내 부품 협력업체들 역시 배터리, 전장 부품, 파워트레인 등의 현지화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완성차업체의 공급망 재편 요구에 맞춰 북미 현지 대응력을 얼마나 빠르게 높이느냐가 향후 한국 내 부품사들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