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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가스값 홀로 하락…제조업 경쟁력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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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가스값 홀로 하락…제조업 경쟁력 벌어졌다

유럽·아시아 LNG 가격 연초 대비 두 배
비료·석유화학·철강·정유업체 비용 우위 확대
지난 2017년 2월 3일(현지시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싱가포르 해안의 선박들 사이를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7년 2월 3일(현지시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싱가포르 해안의 선박들 사이를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반면 미국 내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미국 제조업체들의 비용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기반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과의 에너지 비용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전쟁이 이어질 경우 원유보다 천연가스 시장에서 국가와 기업별 승자와 패자가 더욱 뚜렷하게 갈릴 수 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주요 수출국이어서 아직 물리적인 원유 부족을 겪지 않고 있다. 에너지 기업들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를 제외한 서유럽 국가, 산업 비중이 큰 일본, 한국, 대만은 원유와 석유제품을 순수입하고 있다.

다만 원유는 세계시장에서 가격이 연동되기 때문에 생산국과 수입국이 대체로 비슷한 가격 충격을 받는다. 천연가스는 수송 방식과 지역별 공급 여건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는 점에서 원유와 다르다.

◇ 유럽·아시아 가격 두 배…미국은 3분의 1 하락


WSJ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유럽과 아시아의 LNG 터미널 가격은 이미 미국 내 천연가스 기준가격보다 높았다.

이후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유럽과 아시아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가격은 약 3분의 1 하락했다.
이 같은 차이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자국 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데서 비롯됐다.

천연가스 생산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는 파이프라인이나 LNG 형태로 가스를 수입해야 한다.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며 LNG도 가스를 초저온 액체로 바꾸는 액화시설, 도착지에서 다시 기체로 전환하는 재기화시설, 전용 운반선이 필요하다.

관련 시설은 건설비가 비싸고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발생해도 단기간에 수송 능력을 늘리기 어렵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을 중심으로 LNG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이란 전쟁까지 겹치면서 수입국의 조달 부담이 더욱 커졌다.

◇ 비료·석유화학·철강업체 수혜


미국 내 저렴한 천연가스는 LNG 수출업체뿐 아니라 가스를 원료나 연료로 사용하는 제조기업에도 비용 우위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LNG 수출터미널 운영업체 벤처글로벌, 셰니어에너지는 해외 가격 상승과 미국 내 낮은 조달비용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표 기업으로 꼽혔다.

비료업체 CF인더스트리도 미국산 천연가스의 가격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다. 비료 생산에는 천연가스가 주요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가스 가격이 오르면 생산비도 함께 늘어난다.

유럽과 아시아 경쟁사의 원료비가 오르는 동안 미국 업체의 비용은 낮아지면 세계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

천연가스를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하는 라이온델바젤, 다우도 비슷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뉴코어, 스틸다이내믹스 등 미국 철강업체도 저렴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어 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 美 석유기업은 유가·정제마진·가스 삼중 수혜


미국 대형 석유기업 중 일부는 세 가지 요인에서 동시에 이익을 얻고 있다.

엑손모빌, 셰브런, 필립스66은 국제유가 상승과 수년 만에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정제마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산 천연가스로 생산한 저렴한 수소를 정유공장에 사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 사업에서도 해외 경쟁사보다 낮은 가스 가격을 활용할 수 있다.

정유공정에는 황을 제거하고 원유를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수소와 열이 필요하다. 천연가스 가격이 낮으면 수소 생산과 정유시설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판매가격은 높아진 가운데 미국 내 에너지 비용은 낮아지면서 미국 석유기업의 수익성이 추가로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추운 겨울 오면 LNG 확보 경쟁 격화


파우제야 라만 ICIS 미주 LNG 편집장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겨울철 난방 수요까지 늘어나면 유럽과 아시아의 LNG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겨울이 추우면 LNG 화물을 놓고 상당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아시아는 같은 LNG 화물을 놓고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지역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운반선이 해당 시장으로 향하면서 다른 지역의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중동산 LNG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파가 닥칠 경우 현물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 미국 LNG 시설 늘지만 수혜 지속은 불투명


올해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새로운 LNG 수출시설이 가동되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공급 능력이 확대되는 시기로 예상됐다.

미국 걸프연안에서도 신규 수출터미널이 문을 열었으며 추가 시설이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능력이 늘어나면 미국산 LNG가 유럽과 아시아의 공급 부족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이 누리는 비용 우위가 내년에도 같은 수준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산 LNG 수출이 증가하면 미국 내 천연가스 수요도 늘어 가격 하락 폭이 줄어들 수 있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고 카타르를 비롯한 주요 수출국의 물량이 정상화하면 유럽·아시아와 미국의 가격 격차도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WSJ은 이란 전쟁이 이어지더라도 LNG 인프라 확충으로 미국 가스 수혜 기업들의 호황이 내년에는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