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11% 뛴 국경 간 대출… 고금리 피하고 돈줄 막힐까 미리 조달
규제 약한 사모펀드로 자금 쏠림… 금융 시장 불안 시 '약한 고리' 우려
규제 약한 사모펀드로 자금 쏠림… 금융 시장 불안 시 '약한 고리'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국제결제은행(BIS)이 2026년 7월 31일 발표한 '국제은행통계 및 글로벌 유동성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전 세계 국가 간 은행 대출과 채권 잔액(국경 간 은행 신용)이 39조 5000억 달러(약 5경 6311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1% 늘어난 규모다. 국경을 넘어간 전체 청구권(대출·예금·채권·금융파생상품 포함)도 2조 1000억 달러(약 2,993조 원) 증가해 총 47조 6000억 달러(약 6경 7858조 원)에 이르렀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자금 이동 규모로는 최대치다.
달러 독주 꺾이나… 유로화 빌려 쓰는 기업·국가 급증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통화의 세대교체 신호다. 그동안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은 국경 간 거래를 할 때 미국 달러를 주로 빌려 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 통화인 유로화를 빌리는 속도가 달러화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외화 대출 시장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분기 22%에서 2026년 1분기 28%로 껑충 뛰어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달러를 빌리는 이자 부담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금리 부담이 적거나 거래 조건이 유리한 유로화로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한 결과다.
은행 문턱 높아지자, 사모펀드로… 규제 사각지대 자금 쏠림
빌려 간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들여다보면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보인다. 전통적인 은행이 아니라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같은 '비은행 금융기관(NBFI)'으로 대출 자금이 집중됐다.
1분기 동안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흘러 들어간 국경 간 신용만 6510억 달러(약 928조 원)에 이른다. 자금을 가장 많이 빌려 간 지역은 미국(1460억 달러·약 208조 원), 영국(1340억 달러·약 191조 원), 케이맨제도(1320억 달러·약 188조 원), 일본(640억 달러·약 91조 원) 순이다.
투기성 자본이 모이는 조세회피처(케이맨제도)나 대형 금융허브(미국·영국)로 돈이 몰렸다는 뜻이다. 은행보다 규제가 느슨한 비은행 금융기관에 돈이 쏠리면, 향후 금융 시장이 흔들릴 때 부실이 어디서 터질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신흥국 자금 유입 편중… 중동·동유럽만 '돈 가뭄' 해소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간 은행 신용은 1분기 동안 1480억 달러(약 211조 원) 늘어났다. 하지만 이 역시 온기가 전 세계로 골고루 퍼진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만 쏠렸다.
전체 신흥국 유입액 중 아프리카·중동 지역에 740억 달러(약 105조 4900억 원), 동유럽 신흥국에 550억 달러(약 78조 4000억 원)가 집중됐다. 아프리카·중동에서는 오일머니와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활발한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가 자금을 독식했다. 동유럽에서는 인프라 투자가 활발한 폴란드와 헝가리가 전체 유입액의 43%를 가져갔다.
반면 아시아와 남미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자금 유입 혜택을 누리지 못해 지역별 자금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단기 유동성 착시 경계… 환율과 비은행 대출 추이 주시해야
이번 데이터는 엔데믹 이후 침체했던 글로벌 금융 시장에 다시 돈이 돌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자금 공급이 이어지며 기업들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비은행 금융기관으로의 대출 쏠림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당국의 감시망 밖에 있는 자금에서 부실이 생기면 전 세계 금융 시스템 전체로 위기가 전이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 세계 자금 흐름과 내 지갑의 안정을 점검하려면 두 가지 핵심 지표를 살펴야 한다.
첫째,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격차에 따른 달러 대 유로 환율 움직임이다.
둘째, 미국·영국·독일 대형 은행들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대출 비중과 규제 강화 여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