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민주당 중서부 경선 ‘진보 돌풍’ 제동…학력 따라 갈린 표심

글로벌이코노믹

美 민주당 중서부 경선 ‘진보 돌풍’ 제동…학력 따라 갈린 표심

대학도시는 진보 후보 압도적 우세
비대졸 백인 밀집지역선 중도파 강세
프란체스카 홍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 민주당 경선 후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란체스카 홍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 민주당 경선 후보. 사진=로이터

미국 민주당의 중서부 경선에서 젊은층과 대학도시 유권자들이 진보 후보를 강하게 지지한 반면 대졸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중도 성향 후보들이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콘신, 미시간, 미네소타에서 치러진 최근 민주당 예비선거가 지역과 학력에 따라 뚜렷하게 갈리는 표심을 드러내면서 진보 진영이 대도시 밖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정치적 장벽도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스콘신에서 한국계 민주사회주의자 프란체스카 홍이 예상 밖으로 패배하고 미시간에서는 진보 성향 압둘 엘사예드가 가까스로 승리한 결과를 들어 중서부 경합주에서 진보 진영의 확장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만 미네소타에서는 진보 성향 페기 플래너건 부지사가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해 지역별로 엇갈린 결과를 보였다.

◇대학도시는 진보파…3개 주에서 같은 패턴

WSJ에 따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학도시의 표심이었다.

위스콘신에서 홍 후보는 위스콘신대 시스템 캠퍼스가 위치한 5개 카운티에서 데이비드 크라울리 밀워키카운티 행정책임자를 평균 8%포인트 앞섰다.

미시간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엘사예드는 대학도시가 있는 7개 카운티에서 중도 성향 헤일리 스티븐스 연방 하원의원을 거의 2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미네소타에서도 플래너건은 대학도시가 있는 6개 카운티에서 중도 성향 앤지 크레이그 연방 하원의원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세 주에서 동일한 패턴이 나타난 것은 민주당 진보 진영의 핵심 지지 기반이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대편에는 대졸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들이 있었다.

WSJ에 따르면 위스콘신에서는 이들 유권자의 비중이 높은 카운티일수록 크라울리가 홍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미시간에서는 스티븐스가 엘사예드보다, 미네소타에서는 크레이그가 플래너건보다 같은 유형의 지역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22%포인트 앞섰던 홍, 본선 경쟁력 우려에 역전패

이 같은 균열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곳은 대표적인 경합주 위스콘신이었다.

한국계인 홍은 주 하원의원으로 민주사회주의자(DSA) 회원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 정부 지원 보육, 부유층 증세와 대학 학자금 부채 탕감 등을 내걸었고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도 주장했다.

경선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홍이 크라울리를 22%포인트까지 앞서며 승리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11일(현지시각) 실제 투표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크롤리는 약 39.8%, 홍은 39.4%를 얻어 불과 3000여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막판에는 정책보다 본선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

홍이 과거 추수감사절을 식민주의자의 명절이라는 취지로 비판하고 경찰 예산 삭감 등에 찬성했던 발언이 다시 부각됐다. 임기가 끝나는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크라울리를 공개 지지하면서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켓로스쿨 여론조사를 이끄는 찰스 프랭클린은 본선 경쟁력에 대한 판단이 일부 유권자들의 막판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에버스 주지사는 위스콘신 민주당 지지자 약 90%에게 호감을 얻고 있어 그의 막판 지지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시간 진보파 승리도 1%포인트 차 신승

위스콘신보다 일주일 앞서 치러진 미시간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경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진보 성향 엘사예드는 한때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우위를 보였지만 실제 경선에서는 스티븐스를 불과 1%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엘사예드는 48.5%, 스티븐스는 47.5%를 얻었다.

엘사예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로 규정하지 않았고 선거 과정에서는 자신이 자본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과거 논란을 빚었던 일부 발언에서도 적극적으로 거리를 뒀다.

WSJ는 이런 대응이 공화당이 엘사예드를 극단주의자로 규정하는 공격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민주당 선거전략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홍이 민주사회주의자라는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과거 발언 논란에서도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던 것과 대비된다.

◇미네소타에선 진보 후보 승리…‘좌클릭 제동’ 단정 어려워

중서부 전체에서 진보 진영이 후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11일 미네소타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경선에서는 플래너건 부지사가 중도 성향 크레이그 하원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플래너건 역시 샌더스의 지지를 받았으며 기업의 정치적 영향력을 견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결국 세 주의 결과는 중서부 민주당 유권자들이 일괄적으로 중도 노선으로 이동했다기보다 진보 진영의 지지 기반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도시와 젊은 유권자층에서는 진보 후보의 경쟁력이 강해졌지만 대졸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과 본선 경쟁력을 중시하는 유권자층까지 같은 지지를 확장하는 데는 어려움이 나타났다. 위스콘신에서 중도 성향 크롤리가 승리하고 미시간에서 엘사예드가 예상보다 훨씬 좁은 차이로 승리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대로 홍이 대표적인 경합주에서 불과 수천표 차이로 패하고 엘사예드와 플래너건이 각각 후보 지명을 따낸 것은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의 영향력 자체가 약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낸다.

오는 11월 본선에서는 이 같은 당내 노선 경쟁이 실제 선거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위스콘신에서는 크라울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톰 티파니 연방 하원의원과 맞붙고, 미시간에서는 엘사예드가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후보와 경쟁한다.

중서부 경선이 던진 신호는 단순한 진보와 중도의 승패보다 민주당이 대학도시의 젊은 진보층과 비대졸 노동계층을 하나의 선거연합으로 묶을 수 있느냐는 문제에 가깝다. 11월 중간선거는 민주당 내부의 이 같은 지지층 균열이 경합주 본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가늠할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