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올해 석유수요 하루 160만배럴 감소 전망
7월 공급은 전년보다 630만배럴 적어…3분기 180만배럴 부족
7월 공급은 전년보다 630만배럴 적어…3분기 180만배럴 부족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석유 수요가 고유가 여파로 감소하고 있는데도 공급이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국제유가가 추가 공급 차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만 앞바다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의 대규모 기름 유출이 해안까지 확산되고 중동 해역에서 선박 공격이 이어지자 국제유가는 13일(이하 현지시각) 1% 넘게 상승했다.
CNBC는 이날 오만 인근 원유 유출과 중동 해상운송 차질이 이미 빠듯한 세계 석유 공급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1.01% 오른 배럴당 88.09달러(약 12만5900원)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15% 상승했다.
◇80만배럴 실은 유조선서 원유 유출…오만 해안 도달
공급 우려를 다시 자극한 것은 오만 앞바다에서 발생한 대규모 원유 유출이다.
캐롤라인 베젠기호는 약 80만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싣고 운항하다 지난 6월 30일 오만 앞바다에서 좌초했다. 이 선박은 러시아산 원유 운송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사고 이후 선박에서 흘러나온 원유는 수주 동안 확산됐으며 최근에는 오만 본토 해안까지 도달했다. 오만 환경당국은 라스 마드라카 해변에서 오염이 확인됐으며 마시라섬 남부 해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기름띠가 2000㎢가 넘는 해역까지 확산된 것으로 추산했다. 좌초 지점 인근에는 아라비아해 혹등고래와 소코트라가마우지 등이 서식하는 해양 자연보호구역이 있다.
위험관리업체 앰브리는 13일 유조선을 안정화하고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한 인양 작업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 방제업체와 인양선, 항공기, 전문가들이 투입되고 있으며 약 100t의 방제장비가 동원됐다. 그러나 계절성 몬순으로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 하루 160만배럴 줄어도 공급은 630만배럴 급감
이번 원유 유출 자체보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이미 크게 줄어든 세계 석유 공급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 발표한 8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16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전망보다 감소 폭을 하루 51만배럴 더 늘린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높은 연료 가격이 세계 경제의 석유 소비를 억제하면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수요가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공급 감소 폭은 수요 감소보다 훨씬 크다.
세계 석유 공급은 7월 하루 1억150만배럴로 전월보다 240만배럴 늘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달보다 하루 630만배럴 적었다. 걸프 지역에서는 전쟁 이전과 비교해 하루 830만배럴의 생산능력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 공급이 연평균 하루 43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 감소만 놓고 보면 유가 하락 압력이 커져야 하지만 공급 감소가 이를 훨씬 웃돌면서 시장은 오히려 공급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3분기 공급 부족 180만배럴…한 달 만에 두 배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올 3분기에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IEA는 3분기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부족 규모를 하루 180만배럴로 추산했다. 불과 한 달 전 예상했던 하루 약 80만배럴의 두 배를 웃돈다.
7월 세계에서 확인된 석유 재고도 6900만배럴 감소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말 이후 누적 감소량은 4억1000만배럴에 달한다.
특히 7월 말 기준 세계 석유 재고는 79억배럴 아래로 내려가 2025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공급 차질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비축된 원유가 시장의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중동에서 생산이 일부 회복됐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제한이 지속되고 유조선과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생산 증가분을 실제 수출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월 걸프 지역 원유 수출은 하루 1500만배럴로 전월보다 210만배럴 줄었다. 월초 하루 2000만배럴까지 회복했던 선적량은 월말에는 약 1200만배럴로 다시 감소했다.
◇호르무즈 완전 재개 불투명…작은 충격에도 유가 민감
결국 국제유가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변수는 수요 감소보다 공급망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되느냐에 있다.
크리스토퍼 타히르 엑스니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다시 열릴 수 있을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빠듯한 시장 상황에서 유가의 상승 위험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만에서 유출된 80만배럴의 원유만으로 세계 석유 공급 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과 중동·홍해의 선박 공격, 러시아산 원유 수송 차질이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해상 사고가 기존 공급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IEA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고유가가 소비를 억누르면서 올해 석유 수요 전망을 계속 낮추고 있다. 그럼에도 3분기 공급 부족 전망은 오히려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수요가 줄어도 공급이 그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는 역설적인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오만의 원유 유출과 해상운송 차질에 유가가 즉각 반응한 것도 세계 석유시장의 완충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음을 드러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