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71%·닭고기 74%·식용유 177% 상승
인슐린 가격 642% 급등…최저임금 월 11만원대
인슐린 가격 642% 급등…최저임금 월 11만원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제재와 이란 전쟁으로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면서 이란 리알화 가치가 자유시장에서 사상 최저인 달러당 200만리알 아래로 떨어졌다.
1달러(약 1384원)를 사는 데 200만리알이 넘게 필요한 상황에서 식료품과 의약품 가격까지 급등해 이란 시민들의 실질 구매력이 빠르게 줄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란 리알화가 자유시장에서 달러당 200만리알을 넘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테헤란 시내의 식품과 의류, 의약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시민들이 급격한 생활비 상승을 겪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란 경제를 압박해온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이하 현지시각)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더 심해졌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전쟁 피해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미국의 이란 항구 해상 봉쇄가 수출입을 어렵게 한 데다 리알화 가치까지 급락하면서 약 9200만명의 이란 국민이 물가 상승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
◇200만리알 구매력 전쟁 전의 절반 수준
알자지라가 전쟁 이전과 26일 테헤란 시중 가격을 비교한 결과 200만리알의 구매력은 크게 줄었다.
전쟁 전에는 200만리알(현재 자유시장 환율로 약 1384원)로 토마토 약 4kg, 닭고기 0.5kg, 식용유 1ℓ에 조금 못 미치는 양을 살 수 있었다.
현재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양은 대략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쟁 전과 비교해 토마토 평균 가격은 71%, 닭고기는 74% 올랐다.
식용유는 177% 급등했다.
의약품 가격 상승폭은 더 컸다.
당뇨병 환자의 생존에 필수적인 인슐린 가격은 642% 치솟았다.
진통·해열제인 파라세타몰은 93%, 정부가 상당 부분 보조하는 분유도 95% 올랐다.
알자지라는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상황이어서 조사 수치는 테헤란 시내의 평균적인 가격 수준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맞벌이 가정도 "한 달 버티는 게 유일한 걱정"
물가 상승은 이란 가정의 소비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테헤란에서 남편, 한 살짜리 자녀와 사는 35세 여성 아프사네는 알자지라에 가족의 주간 식료품비가 20~30%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전에는 3개월이나 6개월 뒤의 계획을 생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현재 소득으로 월말까지 버티는 것이 유일한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모두 일하지만 한 살 자녀의 어린이집 비용은 하루 약 50만토만(500만리알·약 3500원)까지 올랐다.
이란에서는 공식 화폐인 리알 외에 일상생활에서 ‘토만’이라는 단위를 널리 사용한다. 1토만은 10리알이다.
정부의 분유 보조금이 있기는 하지만 영유아의 정기 건강검진과 영양보충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양질의 육아·의료서비스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아프사네는 말했다.
그의 가족은 새 옷을 사거나 자동차를 바꾸는 계획도 포기했다.
◇최저임금 월 11만원대…물가는 급등
리알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속도를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2027년 3월 끝나는 현 이란 회계연도에 정부가 승인한 월 최저임금은 1억6600만리알(약 11만3000원·82달러)이다.
정부 지원금과 각종 수당을 더해도 월 2억2000만리알(약 14만9000원·108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임금생활자는 월급을 받은 뒤 다음 급여일이 오기도 전에 화폐 가치가 추가로 떨어지는 문제까지 겪고 있다.
테헤란에서 남성 의류를 판매하는 35세 상인 자미르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40%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와 원자재를 비롯해 사실상 모든 비용이 올랐으며 많은 소매업자가 여름 재고를 원가 이하에 처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을 상품에는 최근 가격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집 밖에서 커피와 물, 교통비 등에 쓰는 돈만 하루 최소 200만토만(약 1만4000원·10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극도로 지출을 아껴도 식료품과 가정생활비를 제외하고 하루 70만~80만토만(약 4800~5500원·3.5~4달러)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보기 비용 10배…"고기·닭고기 포기"
호르무즈 해협이 있는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28세 여성 살라마는 식료품비 상승이 가계에 큰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 주 장보기에 약 50만토만(약 3500원·2.5달러)을 썼지만 지금은 같은 물품을 사려면 최소 500만토만(약 3만5000원·25달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보기 비용이 10배로 늘면서 고기와 닭고기 구매를 줄이거나 아예 사지 않는 상황이다.
소득은 물가 상승에 맞춰 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란산 어린이 감기약이나 계절성 알레르기약도 약 30만토만(약 2100원·1.5달러)이 필요하고 일반의 진료비도 최소 100만토만(약 6900원·5달러)에 이른다.
알자지라는 이란의 경제 문제가 이번 전쟁으로 처음 생긴 것은 아니지만 전쟁 피해와 생산 차질, 해상 봉쇄가 기존의 경제난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제재로 국제시장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리알화까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이란인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물가가 얼마나 올랐느냐를 넘어 한 달치 임금으로 식료품과 주거비, 생필품을 얼마나 살 수 있느냐가 됐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