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저장률 63%…5년 평균보다 18%포인트 낮아
호르무즈 공급 차질 지속 땐 MWh당 90~120유로 전망
호르무즈 공급 차질 지속 땐 MWh당 90~120유로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중동산 LNG 공급이 겨울 전까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경우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MWh당 100유로(약 16만1000원)를 넘어 지난 2022년 에너지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현재와 같은 공급 제약이 이어지면 유럽이 미국의 전체 LNG 수출량 가운데 약 77%에 해당하는 물량을 끌어와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저장률이 현재 약 63%로 같은 시기 기준 역대 최저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겨울철 공급난과 가스 가격 급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CNBC가 2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모닝스타의 탕크레드 퓔로프 선임 주식 애널리스트는 “추운 겨울과 공급 제약이 겹치면 가격이 MWh당 90~120유로(약 14만5000~19만3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중동 LNG 수출이 2027년까지 점진적으로만 정상화될 경우 유럽이 아시아의 LNG 수요를 억제할 만큼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며 가스값이 MWh당 100유로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저장률 63%인데도 5년 평균보다 18%포인트 낮아
가장 큰 문제는 겨울을 앞둔 유럽의 가스 비축량이다.
이는 같은 시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 가운데 하나이며 최근 5년 평균보다 약 18%포인트 낮다.
유럽은 일반적으로 난방 수요가 적은 여름에 천연가스를 사들여 저장시설을 채운 뒤 겨울에 사용한다.
그러나 올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 차질로 카타르를 비롯한 걸프 지역의 LNG 수출이 크게 줄면서 저장고를 채우는 작업이 지연됐다.
유럽의 폭염도 비축 작업을 어렵게 했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 증가로 전력 수요가 늘어난 데다 고온으로 원자력발전소 일부가 가동을 중단하거나 발전량을 줄였다.
풍력발전량도 여름 동안 부진했다.
천연가스는 EU 전체 전력생산의 약 6분의 1을 담당하고 있어 다른 발전원의 공급이 줄면 가스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애스펙츠의 맷 드링크워터 유럽 가스 책임자는 현재 추세라면 유럽이 늦겨울 한파에 대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저장량으로 겨울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저장고가 비어갈수록 한파가 닥쳤을 때 하루에 꺼내 쓸 수 있는 가스량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다시 열리느냐가 핵심 변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겨울 이전에 중동산 LNG 공급이 얼마나 회복되느냐다.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선박 통항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26일 원유와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하락했다.
중동 LNG 수출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회복되면 유럽은 여전히 평년보다 적은 가스를 저장한 상태로 겨울에 들어가더라도 1~2월 한파에 대비해 재고를 더 많이 보존할 수 있다.
반대로 겨울 전에 중동산 LNG 공급이 높은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드링크워터는 이 경우 유럽의 가스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고 소비자 에너지 요금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산업계의 천연가스 사용을 제한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산 LNG 끊는데 카타르 증산은 내년 하반기
유럽에는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세계 LNG 공급 증가폭이 앞으로 12개월 동안 제한적이어서 유럽과 아시아가 같은 물량을 놓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카타르의 신규 LNG 프로젝트가 완전한 생산능력에 도달하는 시점은 빨라도 2027년 하반기다.
우드매켄지는 현재 유럽이 다시 ‘에너지 위기 영역’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이 단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대체 공급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2027년 초부터 러시아산 LNG 수입까지 금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공급을 줄이는 동시에 중동 공급 차질까지 장기화하면 미국 LNG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美 LNG 수출 77% 유럽이 가져와야 할 수도”
현재 가격에서는 미국산 LNG를 놓고 유럽이 아시아보다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미국에서 아시아까지 LNG를 운송하는 비용이 유럽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등 다른 지역의 공급 제약이 계속되면 유럽이 확보해야 하는 미국산 LNG 물량이 크게 늘어난다.
퓔로프 애널리스트는 유럽에 필요한 미국산 LNG를 약 640억㎥로 추산했다.
이는 미국 전체 LNG 수출량의 약 77%에 해당한다.
유럽이 미국 수출량의 이처럼 높은 비중을 확보하려면 아시아 구매자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유럽과 아시아가 제한된 LNG 물량을 놓고 경쟁하면서 국제 가스 가격 자체가 상승하는 구조다.
가격이 상단까지 치솟을 경우 유럽 산업계가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거나 다른 연료로 전환하면서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고 퓔로프는 분석했다.
◇엘니뇨가 변수…따뜻한 초겨울 뒤 한파 가능성도
겨울 날씨도 유럽의 에너지 수급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강해지고 있는 엘니뇨가 동북아시아에 비교적 따뜻한 초겨울을 만들 경우 아시아의 LNG 수요가 줄어 유럽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드링크워터는 엘니뇨가 늦겨울에는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나타날 위험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저장고를 충분히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1~2월 한파가 닥치면 가스 공급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유럽의 올겨울 에너지 상황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산 LNG 공급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 아시아의 겨울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미국산 LNG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CNBC는 유럽의 가스 재고가 이미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만큼 중동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유럽과 아시아의 LNG 확보 경쟁이 가스 가격을 MWh당 100유로 이상으로 밀어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