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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동변속기 천국’ 흔들…英 신차 인도 7.9%만 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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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동변속기 천국’ 흔들…英 신차 인도 7.9%만 수동

2024년 21%서 2년 새 약 60% 감소
전기차 확산·자동변속 효율 개선…면허제도가 마지막 버팀목
자동차 수동변속기. 사진=포르쉐이미지 확대보기
자동차 수동변속기. 사진=포르쉐

오랫동안 ‘수동변속기의 천국’으로 불렸던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수동변속기가 빠르게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연료비, 운전면허 제도, 오랜 운전문화가 맞물리면서 미국 등 다른 주요 시장보다 수동변속기가 오래 살아남았지만 전기차 확산과 자동변속기의 효율 개선으로 이러한 구조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블로그는 유럽에서 수십년간 이어진 수동변속기 중심의 자동차 문화가 전동화와 기술 변화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토블로그에 따르면 변화가 두드러지는 곳은 영국이다.

온라인 자동차 플랫폼 카와우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국에서 인도된 신차 가운데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은 7.9%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 2024년 21%와 비교하면 2년 사이 약 60% 감소한 수준이다.

◇ 비싼 기름값이 수동변속기 지탱


유럽에서 수동변속기가 오랫동안 주류로 자리 잡았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연료비였다.

유럽의 휘발유 가격은 높은 유류세 등의 영향으로 미국보다 오랫동안 비쌌다.
과거에는 수동변속기 차량이 자동변속기 차량보다 연료효율에서 유리했기 때문에 연료비 부담이 큰 유럽 소비자에게 수동변속기가 경제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오토블로그는 “높은 연료비가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유럽 가계의 실질적인 생활비와 직결되면서 수동변속기에 대한 선호를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동변속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장점은 크게 줄어들었다.

현대의 듀얼클러치변속기(DCT)와 무단변속기(CVT) 등은 연비에서 수동변속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경우가 늘어났다. 기술적으로 수동변속기를 선택해야 할 경제적 이유가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얘기다.

◇ 면허 제도가 만든 ‘수동 운전 문화’


유럽의 운전면허 제도도 수동변속기가 오랫동안 살아남은 중요한 배경이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자동변속기 차량으로 운전시험에 합격하면 자동변속기 차량만 운전할 수 있도록 면허가 제한된다.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하려면 별도의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한다.

반면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시험에 합격하면 수동과 자동변속기 차량을 모두 운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처음 운전을 배우는 단계에서부터 수동변속기를 선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부모 세대가 수동변속기를 운전하고 운전학원 역시 수동변속기 차량을 많이 운영하면서 이러한 면허 제도는 세대를 거쳐 수동 운전문화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했다.

오토블로그는 “유럽의 수동변속기 선호는 단순한 취향이나 전통으로 보기보다 연료비와 면허 제도가 오랜 기간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 전기차 확산에 수동변속기 급속 퇴조


최근 들어 이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는 요인은 전기차다.

로이터통신이 업계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에서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120만대를 넘어 전년 동기보다 40.5% 증가했다.

전체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7%에 달했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1~7월 신차 판매의 29%가 전기차였으며 7월 한 달만 보면 비중이 35%를 넘어섰다. 지난해 7월에는 17%였다.

높은 유가와 정부 보조금, 보다 저렴한 전기차 모델의 출시가 유럽의 전기차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고 오토블로그는 전했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기회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자동변속기 기술의 발전까지 겹치면서 과거 수동변속기가 가졌던 연비와 가격상의 장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 英 수동변속기 비중 21%→7.9%


영국 시장의 변화는 이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카와우 자료에서 2024년 상반기 영국 신차 인도 가운데 수동변속기 비중은 21%였다.

이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4%로 낮아진 뒤 올해 같은 기간에는 7.9%까지 떨어졌다.

2년 사이 수동변속기 비중이 약 60% 감소한 것이다.

영국은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 면허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대표적인 시장이라는 점에서 변화가 더욱 주목된다.

수동변속기로 시험을 치러야 두 종류의 차량을 모두 운전할 수 있는 제도적 이점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실제 신차 시장에서는 자동변속기와 전기차로의 이동이 이를 압도하기 시작한 셈이다.

◇ 美 수동변속기는 이미 1%도 안 돼


미국에서는 수동변속기가 훨씬 앞서 주류 시장에서 사라졌다.

오토블로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신차 구매자 가운데 수동변속기를 선택한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럽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미국인이 별도로 자동변속기 차량을 요청하지 않으면 예상 밖에 수동변속기 차량을 배정받는 일이 생기는 이유도 두 시장의 차이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자동변속기 렌터카가 더 비싸거나 사전에 예약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토블로그는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하고 자동변속기의 연비가 개선되면서 이러한 차이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십년 동안 유럽에서 수동변속기를 지탱했던 경제적 이유가 약해지고 이제 남은 가장 강한 버팀목은 면허 제도와 운전문화라는 분석이다.

오토블로그는 수동변속기가 유럽에서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높은 연료비와 연비 우위라는 실용적 이유가 퇴색하면서 수동변속기 시대가 점차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