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자동차 10대 중 8대 무채색…회색 30년새 6배

글로벌이코노믹

美 자동차 10대 중 8대 무채색…회색 30년새 6배

흰색·검정·회색만 72%…1996년 화려했던 빨강·초록 급감
빨강 20.1%→7.0%, 초록 13.4%→2.2%…스포츠카는 예외
미국 자동차의 색상 변화 추이. 사진=아이씨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자동차의 색상 변화 추이. 사진=아이씨카스

미국 도로에서 자동차의 '색깔'이 사라지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빨강, 초록 차량이 미국 자동차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10대 가운데 8대 이상이 흰색, 검정, 회색, 은색 등 무채색이다.

특히 1996년에는 전체 차량의 3.6%에 불과했던 회색이 2025년 22.9%까지 치솟으면서 자동차 색상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데이터 전문매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아이씨카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자동차의 무채색 비중이 1996년 47.3%에서 2025년 80.4%로 높아졌다고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이씨카스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1996~2025년형 중고차 2200만대 이상을 분석해 연식별 자동차 색상 점유율을 산출했다.

◇ 회색 3.6%→22.9%…30년간 최대 약진


그 결과 2025년형 자동차 가운데 가장 흔한 색상은 흰색으로 전체의 25.7%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정이 23.4%, 회색이 22.9%로 뒤를 이었다.

이 세 색상만 합쳐도 72.0%에 달한다. 은색 8.4%까지 더하면 무채색 차량의 비중은 80.4%로 올라간다.

1996년에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당시 흰색은 22.1%로 역시 1위였지만 검정은 14.2%, 회색은 3.6%, 은색은 7.3%에 불과했다. 네 가지 무채색을 모두 더해도 47.3%였다.

30년 사이 가장 급격하게 인기를 얻은 색상은 회색이었다.

회색은 1996년 3.6%에서 2025년 22.9%로 19.3%포인트 상승했다. 증가율로는 528.4%로 6배 이상으로 불어난 셈이다.

검정도 같은 기간 14.2%에서 23.4%로 높아졌다.

흰색은 이미 30년 전부터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색상이어서 상대적인 변화는 크지 않았다. 22.1%에서 25.7%로 3.6%포인트 상승했다.

은색은 독특한 흐름을 나타냈다.

1996년 7.3%였던 은색의 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 약 19%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다시 하락해 2025년 8.4%를 기록했다.

반면 회색은 30년 동안 거의 지속적으로 비중을 늘리며 검정에 근접했다.

승용차만 놓고 보면 회색의 강세는 더욱 뚜렷했다.

승용차 가운데 회색 비중은 1996년 3.8%에서 2025년 28.4%로 652.1% 증가했다. 현재 승용차에서는 회색이 검정 23.7%, 흰색 21.2%를 제치고 가장 흔한 색상이 됐다.

◇ 빨강·초록 퇴조…스포츠카는 여전히 화려


무채색 차량의 증가는 빨강, 초록 등 전통적인 유채색 차량의 급격한 감소와 맞물렸다.

1996년 빨강은 전체 차량의 20.1%로 흰색에 이어 가장 흔한 색상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2025년에는 7.0%로 떨어졌다. 30년간 13.1%포인트, 비율로는 65.2% 감소했다.

초록의 하락폭도 컸다.

1996년 초록색 자동차는 전체의 13.4%였지만 2025년에는 2.2%에 불과했다. 감소율은 83.8%에 달했다.

빨강과 초록을 합친 점유율은 1996년 33.5%에서 2025년 9.2%로 줄었다. 30년 전에는 자동차 3대 가운데 1대꼴이었던 두 색상이 이제는 10대 가운데 1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파랑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1996년 10.2%에서 2025년 9.1%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갈색은 2.9%에서 0.4%, 베이지는 1.6%에서 0.4%로 각각 줄었다.

금색은 1996년 2.3%에서 2025년 사실상 0% 수준까지 감소했고 보라도 0.7%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유채색 가운데 30년 동안 점유율이 상승한 색상은 사실상 주황뿐이었다. 그러나 주황도 0.2%에서 0.3%로 늘어나는 데 그쳐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차종별로는 픽업트럭의 무채색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트럭의 흰색, 검정, 회색, 은색 비중은 1996년 43.4%에서 2025년 83.5%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SUV도 같은 기간 무채색 비중이 43.8%에서 79.3%까지 올라갔다.

반면 스포츠카는 예외였다.

2025년 스포츠카 가운데 유채색 비중은 36.2%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19.6%보다 거의 두 배 높았다.

스포츠카에서는 파랑이 15.5%, 빨강 10.8%, 초록 4.5%, 노랑 2.3%, 보라 1.8%를 각각 차지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차종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색상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씨카스의 칼 브라우어 수석 애널리스트는 “한때 유채색 차량이 완전히 사라질 것처럼 보였지만 무채색 비중이 2020년 이후 약 80% 수준에서 안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채색의 시장 지배력이 더 이상 빠르게 확대되지는 않고 있어 앞으로도 일정 수준의 유채색 자동차는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동차 색상이 다시 과거처럼 다양해질지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어떤 색상을 제공하는지, 소비자가 실제로 어떤 색상을 선택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브라우어는 전망했다.

30년간 미국 자동차 시장의 색상 변화는 소비자 취향이 흰색, 검정, 회색이라는 세 가지 색상을 중심으로 급격히 수렴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