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신입·인턴부터 AI 활용 능력 입증해야
전통 금융지식 넘어 'AI 리터러시'가 새 채용 문턱
전통 금융지식 넘어 'AI 리터러시'가 새 채용 문턱
이미지 확대보기스위스계 글로벌 금융그룹 UBS가 신입 투자은행원 채용 때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해 관련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재무 분석, 기업 조사, 고객용 자료 작성 등 과거 신입 은행원들이 맡던 업무에 AI가 빠르게 침투하면서 AI가 입사 후 배우는 보조 기술을 넘어 채용 여부를 가르는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UBS가 2027년 글로벌 뱅킹·마켓 부문에 입사할 졸업생과 인턴 지원자에게 AI를 활용해 업무 성과와 효율성을 개선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UBS는 채용 면접에도 지원자의 AI 활용 경험을 묻는 이른바 'AI 유창성' 관련 질문을 추가할 예정이다.
지원자가 단순히 생성형 AI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나 학업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UBS는 학업 성취도, 분석 능력, 대인관계 능력 등 기존 채용 기준을 유지하면서 AI 역량을 새로운 평가 요소로 추가했다.
영국 채용의 경우 기존에 요구해온 학부 성적 2:1, 즉 상위 2등급 학위 수준 등의 전통적인 자격 요건과 AI 활용 능력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다.
◇ AI, 교육 대상서 '입사 자격'으로
UBS의 이번 조치는 금융권에서 AI의 위상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UBS는 자체 신입사원 프로그램에도 'AI 플루언시 패스웨이'를 두고 실제 업무 사례, 책임 있는 AI 활용, AI 결과물에 대한 판단 능력 등을 교육하고 있다.
UBS는 AI 역량과 경험이 향후 금융 전문가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면서도 AI가 기존의 학문적·분석적 능력이나 대인관계 능력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스페인의 대형 은행그룹 방코 산탄데르도 일부 기업금융·투자은행 신입 프로그램에서 '고급 AI 사용자'를 찾는다고 명시하는 등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I 활용 능력이 기술개발자나 데이터 전문가에게만 필요한 역량이라는 기존 인식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투자은행 업무에서 AI는 기업과 산업에 대한 자료 조사, 재무 분석, 보고서 작성, 고객 프레젠테이션 준비 등 주니어 직원이 전통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입해온 분야에서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
UBS도 고객에게 시장 분석 내용을 전달하는 애널리스트의 AI 아바타를 제작하는 등 금융업무 자동화를 시험해왔다.
◇ AI 잘 쓰는 신입만 살아남나
금융권의 채용 기준 변화는 AI가 단순히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인력 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AI 도입과 지점 축소가 이어질 경우 향후 5년 동안 유럽 은행권에서 2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특히 반복적인 데이터 처리와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등 신입 직원이 담당했던 업무가 자동화에 취약한 영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금융권 내부에서는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코너 힐러리 JP모건체이스 유럽·중동·아프리카 공동대표는 AI를 활용해 기초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더라도 신입 직원들이 현금흐름 모델 작성이나 기업가치 분석 같은 전통적인 금융 기본기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완성된 분석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신입 은행원들이 과거처럼 반복적인 계산과 자료 분석을 통해 금융의 기본 원리를 익힐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이 찾는 인재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업 성적과 금융 지식, 분석 능력이 신입 투자은행원 채용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AI를 능숙하면서도 책임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추가되는 양상이다.
UBS가 AI 역량을 공식 채용 요건으로 내건 것은 금융권에서 AI가 더 이상 선택적인 업무 도구가 아니라 취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본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