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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전기요금 3조 원 못 받는다"… 中 공기업, 파키스탄 전력망 인수서 '전격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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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전기요금 3조 원 못 받는다"… 中 공기업, 파키스탄 전력망 인수서 '전격 철수'

중국어 서류만 내고 발 뺀 파워차이나… '혈맹' 파키스탄 전력 민영화 사업에 찬물
CPEC 미수금 23억 달러 쌓이고 달러 송금까지 막히자 신규 투자 사실상 '보이콧'
중국 빠진 파키스탄 배전망에 튀르키예·사우디 기업들 대거 참여해 빈자리 공략
파키스탄은 중국이 남아시아 국가 전력 부문에 투자하려는 열의가 줄어들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키스탄은 중국이 남아시아 국가 전력 부문에 투자하려는 열의가 줄어들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일대일로(BRI)' 대표 프로젝트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의 핵심 동맹이었던 중국 국영 인프라 대기업 파워차이나(PowerChina)가 파키스탄 국영 전력 배전 회사 민영화 입찰에서 막판에 전격 철수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수년간 누적된 23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전력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외환 위기로 달러화 과실송금까지 가로막자, 중국 자본이 파키스탄 전력 인프라에 대한 신규 투자를 사실상 전면 보이콧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철통 동맹'으로 불리던 양국 경제 연대의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월 8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최대 전력 배전 공기업 중 하나인 파이살라바드 전력 공급 회사(FESCO) 지분 인수전에 유일하게 참여했던 중국 파워건설공사(파워차이나) 산하 장시전력건설공사가 최종 입찰 단계에서 돌연 발을 뺐다.

중국어 서류만 던지고 철수… 파키스탄 당국 "애초에 진정성 없었다"


파키스탄 민영화위원회는 1,400만 명 이상의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3대 배전사(FESCO·GEPCO·IESCO)의 경영권과 지분 51~100%를 매각하기 위해 중국,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를 순회하며 대규모 투자 로드쇼를 벌였다.

그러나 유력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장시전력은 기괴한 방식으로 입찰을 무산시켰다.

파키스탄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장시전력은 투자의향서(EOI)를 오직 만다린(중국어)으로만 제출했으며, 거듭된 공식 요청에도 영문 번역본을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을 가장 유력하고 진지한 인수 후보로 여겼으나, 사후 검토 결과 그들은 처음부터 응찰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987년 파키스탄에 진출해 7개 핵심 전력 프로젝트에 22억 달러를 투자해 온 파워차이나가 이처럼 성의 없는 방식으로 철수한 것은 파키스탄 정부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떼인 돈만 23억 달러… "주권 보증도 못 지키는데 배전망 떠안을 이유 없어"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이탈 원인이 파키스탄의 만성적인 '미수금 적체'와 '외환 통제'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기업들은 CPEC 프로그램에 따라 파키스탄 에너지 인프라에만 15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8,000MW의 발전 용량과 4,000MW의 송전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외환 위기와 재정 파탄으로 인해 현재 파키스탄 정부가 중국 발전사들에 지급하지 못한 밀린 전력 대금만 23억 달러(약 3조 856억 원)에 달한다.

이슬라마바드 콰이드-이-아잠 대학교의 무함마드 쇼아이브(Muhammad Shoaib) 교수는 "중국 기업들은 국가 주권 보증이 걸려 있는 발전 프로젝트 대금조차 수년째 정산받지 못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요금 미납이 만연하고, 전력 도난(도전)과 노후 송전선 손실이 일상적인 말단 배전사(DISCO)를 추가로 떠안는 것은 중국 기업 입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자살골 리스크"라고 꼬집었다.

이슬라마바드 연구안보연구센터(CRSS)의 임티아즈 굴(Imtiaz Gul) 소장 역시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파키스탄 중앙은행의 달러 유출 제한으로 인해 현지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송금(이익 과실송금)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파키스탄 전력 시장에 대해 중국 자본은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고 단언했다.

파키스탄은 전기요금 인하와 부채 상환 유예를 위해 중국 측에 CPEC 계약 재협상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베이징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中 빠진 자리에 튀르키예 기업 러시… 민영화 경험 앞세워 침투


중국이 발을 뺀 빈자리는 튀르키예 기업들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FESCO와 구즈란왈라 전력(GEPCO) 사전 적격 심사에는 튀르키예 기업 3곳과 사우디 1곳, 현지 파키스탄 기업 7곳이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

이슬라마바드 지속가능발전정책연구소(SDPI)의 칼리드 왈리드(Khalid Waleed) 연구원은 "튀르키예는 2013년까지 21개 국영 배전사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국가"라며 "튀르키예 기업들은 자국에서 검증된 배전망 운영 노하우와 시스템을 파키스탄에 수출하려는 확실한 전략적 동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과 튀르키예의 안보 협력이 민영화된 에너지 유틸리티 등 상업 인프라 투자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중국 파워차이나의 파키스탄 배전사 인수 포기는, 향후 ‘중국의 일대일로 인프라 차관 외교가 개발도상국의 국가 부도 위기와 미수금 적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급격한 회수 및 축소 국면으로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인 동시에 ‘위험 부담이 큰 남유라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중국의 빈틈을 튀르키예 등 제3국 신흥 자본이 파고드는 공급망 다변화의 분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