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상무위 1차 심의… 美 롱암(치외법권) 관할 맞서 '보복·해외 증거수집 승인제' 명문화
해외 도피범·은닉 자산 환수 합법화… 서방과 범죄인 인도 조약 45개 불과하자 '독자 관할' 드라이브
국내외 기업 '청렴 준수' 의무화… 뇌물 증거 없어도 '관리 부실' 시 면허 취소·영업정지 행정처벌
해외 도피범·은닉 자산 환수 합법화… 서방과 범죄인 인도 조약 45개 불과하자 '독자 관할' 드라이브
국내외 기업 '청렴 준수' 의무화… 뇌물 증거 없어도 '관리 부실' 시 면허 취소·영업정지 행정처벌
이미지 확대보기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10년 넘게 지속된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법적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해외 도피 부패 사범 추적과 은닉 자산환수를 제도화하는 동시에, 서방의 일방적 대중국 법집행에 맞서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사상 첫 ‘반(反)국경부패법(Anti-Cross-Border Corruption Law) 초안’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이나 영국의 뇌물방지법(UK Bribery Act)과 궤를 같이하는 '글로벌 반부패 법제'를 표방하면서도, 미국식 치외법권(Long-arm Jurisdiction)을 무력화하기 위한 '해외 수사 차단(Blocking Statute)'과 '보복권'을 결합한 것이 최대 특징이다.
싱가포르 등 글로벌 금융 허브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과 중국 기업들은 서방과 중국 간의 상충하는 규제 사이에서 이중의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는 경고가 나온다.
9월 13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심층 분석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인대 상무위는 지난 8월 말 총 6장 47조로 구성된 반국경부패법 초안의 1차 심의를 마치고 오는 9월 26일까지 대중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감독법·형법 분산 해소… "예방-처벌-자산환수 '단일 사슬' 기본법 구축"
중국 당국은 이번 법안이 그동안 감독법, 형사소송법 등에 파편화되어 있던 규정들을 하나로 통합한 '체계적 기본법'이라고 설명한다.
왕커(Wang Ke) 전인대 상무위원은 "과거에는 조항들이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어 국경을 넘나드는 부패 자산 회수와 궐석재판 절차에 큰 난항을 겪었다"며 "새 법안은 부패 예방, 처벌, 자산 보호, 국제 협력을 단일 사슬로 꿰어 중요한 사법적 공백을 메웠다"고 강조했다.
라이언 미첼(Ryan Mitchell) 홍콩중문대 법학 부교수는 "중국 대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해외 뇌물 및 부패 문제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프로젝트의 대외 신뢰도와 직결되는 사안이 됐다"며 "이번 법안은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해 온 '섭외(외국 관련) 법치주의' 완성의 핵심 퍼즐"이라고 분석했다.
단순 뇌물 수수를 넘어 해외 은행 계좌, 법인 신탁, 데이터 흐름 및 자산 추적을 일괄 통제하기 위함이다.
서방의 '여우사냥' 비협조에 맞불… 中 독자 '치외법권'으로 활로 모색
중국이 독자적인 역외 관할 법안 제정에 나선 이면에는 '서방과의 사법 협력에 대한 10년간의 깊은 좌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2014~2015년부터 해외 도피 경제사범을 송환하는 '여우사냥(Fox Hunt)' 및 '하늘망(Sky Net)' 작전을 전개하며 59개국과 양자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인권 탄압과 사법 독립성 결여를 이유로 조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비준을 보류했다.
이로 인해 중국이 체결한 45건의 유효 인도 조약은 대부분 비서방 개발도상국에 국한되었고, 서방 주요 도시는 중국 부패 관료들의 안전한 도피처로 남았다.
매튜 에리(Matthew Erie) 옥스퍼드대/워싱턴대 법학 교수는 "기능적인 범죄인 송환 파이프라인이 봉쇄되자, 베이징은 미국이 행사해 온 치외법권(장기 관할권)을 역으로 자국 법체계에 도입해 독자적인 자산 동결과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짚었다.
美 사법권 침투 차단… "中 정부 승인 없는 외국 수사·증거 수집 전면 금지"
이 법안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는 미국의 사법 간섭에 맞서는 '방화벽' 조항들이다.
제6조 (대항 및 보복 조치)는 외국의 사법당국이 부패 척결을 구실로 부적절하게 치외법권을 적용하거나 중국 기업·시민의 합법적 권익을 억압할 경우, 중국 당국은 반(反)외국제재법 등에 근거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제26조 (주권 수호 및 수사 차단)는 중국 정부의 사전 명시적 승인 없이는 외국 기관이나 개인이 중국 영토 내에서 어떠한 반부패 수사나 증거수집도 할 수 없도록 엄격히 금지했다. 중국 내 기업과 개인 역시 정부 허가 없이 외국 사법기관(미 법무부, 영국 중대비리수사청 등)에 증거 자료를 제출하거나 협조할 수 없다.
왕지위우(Wang Zhiyu) 홍콩시립대 교수는 "제26조는 국경 간 모든 사법 공조가 반드시 중국 정부의 공식 인가 채널을 거쳐야 함을 강제하는 강력한 주권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미 법무부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집행을 국가안보 직결 사안으로 대폭 축소하고 있어, 미·중 간의 사법 규제 강도가 역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 등 금융 허브 '비상'… 다국적 기업 '병행 단속' 덫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 기업의 해외 자금과 지주회사가 밀집한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허브에서 심각한 사법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싱가포르 금융 계좌 및 기업 데이터 공개와 자산 동결을 요구할 경우, 싱가포르의 엄격한 금융 기밀 보호법 및 독자적 증거 기준과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다.
빙링(Bing Ling) 시드니대 교수는 법안 제3조에 명시된 '권력 지대 추구'나 '국가 자산 낭비' 같은 핵심 개념들이 국제 표준이 아닌 중국식 내부 징계 규정에 기초하고 있어, 중국 국유기업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에게 극심한 법적 불확실성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기업 준법 감시 의무는 자발적 수준을 넘어 '형사·행정 처벌'의 영역으로 격상된다.
상하이 샹스(Chance Bridge) 로펌의 윌 우(Will Wu) 변호사는 "외국 다국적 기업의 경우 중국과 조금이라도 연계되어 있다면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동시에 조사를 받는 '병행 집행(Parallel Enforcement)' 위험이 극대화된다"고 지적했다.
초안 제29~34조 및 제45조에 따르면, 해외 진출 중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다국적 기업 역시 법적으로 '청렴 준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만약 제3자 대리인이나 협력업체에 대한 실사 및 관리 결함을 시정하지 못할 경우, 실제 뇌물 수수 증거가 적발되지 않더라도 관리 태만 자체만으로 영업 정지나 사업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반국경부패법 제정 추진은, 향후 ‘해외로 유출된 수조 원대 부패 자산과 도피 사범을 끝까지 추적해 국가 안보와 국익을 수호하려는 시진핑 3기 사정 드라이브의 외연적 완성’인 동시에 ‘미국의 FCPA와 대중국 제재망에 맞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서방의 사법 주권 침투를 법적으로 원천 봉쇄하려는 거대한 지정학적 사법 방화벽의 구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