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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송유관 공격 후폭풍…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통제 압박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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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송유관 공격 후폭풍…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통제 압박 직면

마이산주 지휘관 해임·이란 접경 폐쇄…이라크 영토, 걸프 보복 거점화 우려
호르무즈 석유제품 흐름 4분의 1로 급감…비축유·재고 등 공급 완충장치도 약화
지난 3월 2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무장단체 카타이브 헤즈볼라 대원들이 숨진 조직원들의 장례식에서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2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무장단체 카타이브 헤즈볼라 대원들이 숨진 조직원들의 장례식에서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원유 우회 수송로인 동서 파이프라인을 공격한 드론이 이라크 영토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정부가 친이란 무장세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에 이어 육상 송유로까지 위협받는 사우디의 원유수출 문제를 넘어 이라크가 자국 내 친이란 민병대의 역내 군사활동을 어느 수준까지 억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1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전날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공격이 이란과 국경을 맞댄 남부 마이산주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해당 지역 군사작전 지휘관을 해임하고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 10일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의 동서 파이프라인이 여러 대의 드론 공격을 받자 11일 예방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했다.

◇ 이라크 영토, 이란 보복 거점화…알자이디 정부 압박


블룸버그는 “이라크가 자국 내 친이란 민병대가 다른 역내 대리세력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라는 압박을 받아왔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 영토가 걸프지역을 겨냥한 이란의 보복 활동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라크는 드론 공격 이후 예방조치로 이란과 연결되는 샬람체 국경검문소도 폐쇄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중동에서는 이란과 연계된 세력들의 공격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아브하, 나지란, 자잔 등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란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벌였다.

유라시아그룹의 지정학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이번 공격은 이란과 동맹세력들이 역내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할 능력과 의지를 모두 갖추고 있고 이들 시설이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 호르무즈 피해 만든 ‘생명줄’까지 멈춰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은 이란 전쟁 이후 사우디 원유수출을 떠받쳐온 핵심 우회로다.

하루 약 700만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이 송유관은 원유를 페르시아만에서 홍해로 이동시킨 뒤 유조선에 실을 수 있게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운항이 거의 멈추자 동서 파이프라인은 올해 한때 사실상 최대 용량까지 가동됐다.

그러나 홍해 쪽 수출로도 최근 압박이 커졌다.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 에너지 시설과 선박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이어가면서 사우디는 여러 에너지 시설의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 8월 원유수출은 하루 약 300만배럴까지 떨어졌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7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후티 세력이 홍해의 주요 해상 길목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경우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확보한 서쪽 수출 경로마저 추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 호르무즈 석유제품 수송, 전쟁 전의 4분의 1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도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가 업계 관계자와 유조선 추적업체 보텍사의 자료를 인용한 데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석유제품은 현재 하루 약 100만배럴에 불과하다.

전쟁 이전 하루 약 400만배럴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이 이란 항구에서의 선적을 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계속 겨냥하고 있다.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 차질은 국제 에너지가격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렌트유는 10일 중동지역 공급 차질 우려로 배럴당 110달러(약 14만8000원)에 육박했다가 12일에는 약 105달러(약 14만1000원)에서 거래됐다.

브루는 현재 공급 차질 규모가 상당 부분 시장가격에 이미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원유뿐 아니라 연료가격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평균 휘발유 소매가격은 갤런당 4달러(약 5400원)를 웃돌고 있으며 경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6달러(약 8100원)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

◇ 전쟁 초기 버틴 ‘완충재’도 소진


더 큰 문제는 중동 전쟁 초기 에너지 공급 충격을 흡수했던 완충장치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크게 감소했고 각국 정부가 방출한 비상 비축유도 대부분 시장에 공급된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쟁 초기에는 상업재고와 전략비축유 방출 등을 통해 공급 차질을 흡수할 여력이 있었지만 이런 수단이 줄어들수록 추가적인 생산·수송시설 공격이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 있다.

결국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공격은 단순한 송유관 한 곳의 가동 중단을 넘어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 통제 문제와 중동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이 동시에 드러난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에 이어 육상 우회로까지 공격받는 상황에서 재고와 비축유라는 시장의 완충장치까지 약해지고 있어 추가 공격이 발생할 경우 국제 에너지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이 이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