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3.4% 급등…호르무즈 우회 핵심 수송로까지 차질
리야드, 오만 중재 회담 불참…이란과 통항 합의 논의도 제동
리야드, 오만 중재 회담 불참…이란과 통항 합의 논의도 제동
이미지 확대보기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원유 수출 송유관이 드론 공격 이후 폐쇄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8달러(약 14만5000원)를 넘어섰다.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예정됐던 이란과의 역내 회담에서도 빠지면서 중동의 원유 수송 위기를 외교적으로 완화하려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14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날 3.4% 오른 배럴당 108.20달러(약 14만6000원)를 기록했다.
FT는 사우디가 지난주 잇따른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핵심 수출 송유관을 폐쇄한 데 이어 이란과의 역내 회담에서도 빠진 것을 유가 상승의 주요한 배경으로 꼽았다.
◇호르무즈 막히자 의존한 송유관마저 폐쇄
사우디는 지난 11일 늦게 핵심 원유 수출로인 동서 송유관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라크에서 날아온 드론 공격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이라크에서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이란 혁명수비대가 활동하고 있다.
동서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의 주요 산유지에서 생산한 원유를 홍해 연안 서부 지역으로 운송하는 핵심 시설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이란과 전쟁에 들어간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크게 제한하면서 사우디의 원유 수출에서 이 송유관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전쟁 이전에는 세계 원유와 가스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그러나 이란이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을 제한하면서 사우디는 동부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 송유관을 이용해 홍해 쪽으로 돌려 수출해왔다.
이 핵심 우회 수송로까지 멈추면서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 불안이 다시 커졌다.
◇사우디, 이란과 예정된 회담서 빠져
에너지 시설 공격은 외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란과 걸프 국가 외교장관들은 14일 오만의 해안도시 살랄라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오만이 중재한 이번 회담에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GCC 6개국과 이란이 참여하고 이라크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GCC 6개국 외교부 장관이 이란 외교부 장관과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거의 2년 만에 처음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우디가 회담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이란 외무부도 14일 회담 연기가 사우디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교부 장관은 X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차원에서 회담을 연기했다”고 밝히면서 “역내 안정과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대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만은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란과 주변국의 유사한 회담을 다시 개최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임시 통항 합의 문구 놓고 사우디 반발
사우디가 회담에서 빠진 데는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하기 위해 이란과 오만이 마련한 임시 합의안의 문구에 대한 이견도 작용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오만과 이란이 마련한 공동성명 초안의 일부 표현에 반대했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고 앞으로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려 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해당 문구가 향후 걸프 국가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 수 있었다고 FT에 말했다.
지난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에너지 시설을 잇따라 공격한 점도 사우디가 회담에서 빠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후티 반군은 예멘 내전이 다시 격화하는 가운데 사우디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반복했다.
후티는 또 예멘 홍해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진격하면서 국제 해운의 또 다른 핵심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선박 ‘77척 블랙리스트’ 꺼낸 이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걸프 국가의 원유 수송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14일 이른바 ‘비준수 선박’ 77척의 명단을 확대해 공개했다.
이란은 이들 선박이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 할 경우 벌금이나 억류, 몰수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명단에 오른 선박 대부분은 걸프 국가 소유이거나 어둠을 틈타 호르무즈 해협 안팎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데 관여한 선박이라고 FT는 전했다.
오만과 이란은 그동안 긴장을 낮추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의 임시 통항 방안을 협상해왔다.
양국이 논의한 방안에 따르면 선박들은 이란 영해를 통해 해협으로 들어가고 대부분 오만 쪽 수역으로 빠져나오되 통행료는 내지 않는 방식이다.
오만과 이란은 이 임시 체제를 이란과 걸프 국가들이 해협의 최종적인 관리방식에 합의할 때까지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걸프 국가들은 임시 합의가 결과적으로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인정하는 선례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6월 미·이란 합의도 이미 사실상 흔들려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과도 연결돼 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60일 동안 휴전을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단계적으로 다시 열며 이란 핵프로그램을 포함한 최종 종전 협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양측은 이후 서로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면서 다시 보복 공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가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어떤 방식으로 통과하느냐는 문제였다.
미국은 중재국들에 기존 양해각서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란 핵프로그램 문제까지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합의만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오만과 임시 통항 합의를 최종 체결하더라도 미국이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제시한 조건에는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 해제와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제재 면제 복원,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에 대한 접근 허용 등이 포함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수출은 여전히 크게 제한돼 있고 해협을 통한 상품 수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사우디 핵심 송유관의 폐쇄와 역내 회담 연기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외교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원유시장은 송유관의 재가동 여부뿐 아니라 사우디와 이란을 포함한 걸프 국가들이 중단된 협상을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