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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폐지가 부른 배터리 한파"… 트럼프發 '전기차 후퇴', 美 '러스트 벨트' 부흥 약속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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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폐지가 부른 배터리 한파"… 트럼프發 '전기차 후퇴', 美 '러스트 벨트' 부흥 약속 삼켰다

오하이오 얼티엄 셀즈·켄터키 블루오벌SK 등 줄줄이 가동 중단 및 수천 명 해고 사태
아틀라스 분석… 취소된 EV 프로젝트만 200억 달러, 사라진 일자리 2만 7천 개 달해
ICE 불법 체류 단속에 韓 전문 엔지니어 475명 체포·귀국… 생산 지연 등 공급망 직격탄
스텔란티스·포드, 대배기량 머슬 트럭 회귀… 전문가 "글로벌 전기차 경쟁력 영구 낙오 위험"
포드가 배터리 파트너 SK와 함께 발표한 테네시 제조 단지를 예술가가 재현한 작품이다. 포드는 취소된 전기차 픽업트럭에서 가솔린 픽업 트럭으로 생산을 전환할 계획이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포드가 배터리 파트너 SK와 함께 발표한 테네시 제조 단지를 예술가가 재현한 작품이다. 포드는 취소된 전기차 픽업트럭에서 가솔린 픽업 트럭으로 생산을 전환할 계획이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의 친(親)화석연료 기조와 급진적인 전기차(EV) 보조금 폐지 정책이 미국 중서부와 남부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던 ‘배터리 벨트(Battery Belt)’의 르네상스 청사진을 거대한 고용 한파로 뒤바꿔놓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힘입어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와 미국 완성차 '빅3'가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던 대규모 배터리 합작공장들이 전기차 판매 급랭으로 인해 줄줄이 가동을 멈추거나 신규 투자를 백지화했다.

청전 에너지 리서치 기관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Atlas Public Policy)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전역에서 취소된 전기차 및 배터리 프로젝트 규모만 약 200억 달러(약 26조 7,000억 원)에 달하며, 증발한 제조업 일자리는 최소 2만 7,000개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취소의 80% 이상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보수 성향의 주에 집중되면서, "러스트 벨트를 제조업의 심장으로 되살리겠다"던 트럼프의 산업 공약이 오히려 자국 배터리 생태계를 질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9월 16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Reuters) 심층 탐사 보도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로드스타운(Lordstown)과 켄터키주 글렌데일(Glendale) 등 과거 미국 자동차 산업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대표적 공장 지대 노동자들은 올해 대부분의 시간을 해고와 무급 휴직 상태로 보내고 있다.

'볼티지 밸리'의 냉혹한 반전… 23억 불 얼티엄 셀즈 공장서 1,300여 명 감원 풍파


대표적 상징 지대였던 오하이오주 로드스타운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이곳은 2019년 제너럴모터스(GM)가 50년 역사의 조립 공장을 폐쇄하며 폐허로 전락했다가, GM과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이 23억 달러를 합작 투자해 '얼티엄 셀즈(Ultium Cells)' 제1공장을 세우며 '볼티지 밸리(Voltage Valley)'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던 곳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공화당 주도로 대당 최대 7,500달러에 달하던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전격 폐지되자, 미국 내 전기차 수요는 수직 낙하했다.
얼티엄 셀즈는 작년 가을 전격 가동 중단을 선언하며 정규직 480명을 무기한 해고했고, 현장 노동자 850명에게 기약 없는 대기 발령을 통보했다.

노조 회관에서 접이식 의자에 앉아 하루를 보내던 한 노동자는 "공장이 문을 열었을 때 가졌던 거대한 환호가 순식간에 악몽 같은 충격으로 변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700여 명이 복귀하고 라인이 부분 재가동됐지만, 여전히 600명 이상이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조성된 포드와 한국 SK온의 합작사 '블루오벌SK(BlueOval SK)' 단지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역대 최대 규모인 58억 달러가 투입돼 5,000개의 일자리를 약속했던 이 공장은 전기차 캐즘과 보조금 증발을 버티지 못하고 1,500명 이상의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포드는 해당 부지 일부를 2027년 말 에너지저장장치(BESS)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해 약 2,100명을 고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당초 고용 계획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인재 유입 끊은 이민 단속… 조지아 공장서 韓 전문 엔지니어 475명 체포 파문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反)이민 단속과 고율 관세 정책도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던 배터리 팹의 현장 가동을 마비시키는 자충수로 작용했다.

지난 2025년 9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신축 현장을 전격 급습해 현장 근로자 475명을 체포·추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체포된 인원 다수는 수천억 원대 첨단 정밀 코팅·조립 장비를 시운전하고 캘리브레이션(영점 조절)하기 위해 한국 본사에서 수개월 일정으로 급파되었던 핵심 엔지니어와 기술 전문가들이었다.

이 사태 이후 국내 전문 기술자들의 미국 출장 기피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제조사들의 북미 팹 셋업과 설비 안정화 작업은 수개월 이상 지연되는 등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배터리 필수 원자재인 중국산 흑연과 핵심 광물에 대한 가파른 징벌적 관세 폭탄까지 겹치며 현지 셀 생산 단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스텔란티스·포드 '머슬 트럭' 회귀… 전문가 "글로벌 시장 고립될 것"


연방 연비 규제 완화와 배기가스 벌금 동결 조치 속에서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위험 부담이 큰 전기차 투자를 철회하고 즉각적인 마진을 챙길 수 있는 대배기량 가솔린 픽업트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270억 달러 규모의 지출 삭감 계획에 따라 램(Ram) 전기 트럭 개발을 백지화 했다.

대신 6.4리터 V8 헤미(HEMI) 엔진을 얹은 고성능 '머슬 트럭(램 1500 럼블 비 SRT)' 라인업을 부활시키며 내연기관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드 또한 테네시주 메가 캠퍼스 조립 라인을 순수 전기 픽업에서 수익성 높은 가솔린 차량 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보조금으로 인위적 전기차 수요를 부추겼다"며 "규제 철폐와 법인세 인하를 통해 견고한 제조업 투자를 되살리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연방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자동차 제조업 고용은 오히려 1.3% 감소한 96만 3,000명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기차 후퇴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패권 경쟁에서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바이든 행정부 산업 전략 수석 고문을 지낸 수잔 헬퍼(Susan Helper)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단기적으로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 트럭을 팔아 이익을 챙길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유럽이 원하는 전기차를 미국 기업들이 만들지 못하게 되는 치명적 기술 낙오로 귀결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폐지와 전기차 억제 정책은, 향후 ‘수십조 원의 설비투자를 감행했던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막대한 가동률 저하와 감가상각 부담이라는 미증유의 리스크를 안긴 결정적 정책 실패’인 동시에 ‘정치적 포퓰리즘에 휘둘려 제조업의 미래인 전동화 생태계를 스스로 해체하고 글로벌 친환경 모빌리티 경쟁에서 미국을 자진 고립시키는 거대한 패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