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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품귀에 중소 PC·폰업체 ‘생존 설계’…가짜칩 검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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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품귀에 중소 PC·폰업체 ‘생존 설계’…가짜칩 검사까지

공급난 2027년까지 지속 전망…메인보드 재설계·중고 메모리 재활용
반도체 칩이 인쇄회로기판 위에 놓여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칩이 인쇄회로기판 위에 놓여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중소 스마트폰·노트북 제조업체들이 제품 설계를 바꾸고 들어오는 메모리가 가짜인지 검사하는 등 생존전략 마련에 나섰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가격보다 필요한 메모리를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더 큰 문제라고 호소하고 있다.

중소 스마트폰·노트북 제조업체들이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을 다시 설계하고 부품 검사와 가격정책을 바꾸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모듈형 스마트폰 업체 페어폰의 레이먼드 판에크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를 배정받지 못하면 가격과 관계없이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도 지난 7월 “2027년이 공급 측면에서 업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해가 될 수 있으며 메모리 수요가 생산능력을 웃도는 상황이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스마트폰 출하 13.9%↓…보급형 직격탄

메모리 부족의 충격은 특히 가격이 낮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6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13.9% 감소한 10억8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보급형 스마트폰을 생산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격 상승 속도 자체는 연초보다 둔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이번 분기 13~1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93~98% 급등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가격 상승세가 완화됐다고 공급 부족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옛 노키아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핀란드 스마트폰 업체 욜라는 저장장치와 D램을 결합한 메모리 패키지 가격이 3월 말 최고 수준으로 오른 뒤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봄만 해도 가을까지 가격이 두 배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예상보다 나은 상황이다.

그러나 사미 피에니매키 욜라 CEO는 메모리 공급이 정상화되는 시점을 2028년 이후로 보고 있다.

◇재고 확보 못하는 중소업체, 주문부터 미리

미국의 모듈형 노트북 업체 프레임워크는 지난해 말부터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뚜렷해지자 업체들이 가능한 한 많은 물량을 빠르게 확보하려 들면서 공급난이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소업체가 대기업처럼 대규모 재고를 미리 쌓아둘 자금력이 없다는 점이다.

프레임워크는 최종 가격이나 납품시기, 확보할 수 있는 물량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소할 수 없는 주문을 상당 기간 앞서 넣고 있다.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협상보다 일단 부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 된 셈이다.

프레임워크의 니라브 파텔 CEO는 “과거 대형 업체가 누렸던 규모의 이점이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중소업체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인보드 두 종류 설계…구형 PC 메모리도 재활용

업체들은 제품 설계 자체를 메모리 부족에 맞춰 바꾸고 있다.

욜라는 저장장치와 D램이 하나로 묶인 패키지를 구하지 못할 경우 개별 메모리 칩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메인보드를 두 가지 형태로 설계했다.

프레임워크는 처음부터 메모리를 교체 가능한 모듈 방식으로 설계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기존 노트북에서 떼어낸 메모리를 새 프레임워크 제품에 다시 장착할 수도 있다.

공급난을 틈타 유통되는 불량 또는 재생 부품도 새로운 문제가 됐다.

욜라는 공급받는 모든 메모리 물량에서 샘플을 뽑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

새 제품으로 판매되는 칩이 실제 신제품인지, 이미 사용한 뒤 재생한 제품을 신품으로 속여 판매한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55만원 스마트폰서 메모리 원가 최대 60%

메모리 가격 상승은 중저가 제품일수록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페어폰에 따르면 약 400달러(약 55만원)짜리 스마트폰에서는 메모리가 전체 부품 원가의 거의 60%를 차지할 수 있다.

업체들의 대응 방식은 제각각이다.

프레임워크는 실제 부품 조달비용이 바뀌는 대로 제품 가격에 빠르게 반영한다.

욜라는 메모리 용량을 늘리려는 고객에게 추가 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페어폰은 높아진 원가에도 아직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메모리 가격의 급등세가 연초보다는 둔화했지만 중소 전자기기 업체들에는 가격보다 공급 물량 확보가 더 큰 문제로 남아 있다.

로이터는 메모리 공급난이 적어도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형 업체보다 구매력과 재고 확보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스마트폰·노트북 제조사들이 제품 설계와 조달방식까지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