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입 전월비 6.2% 증가한 3,790만 톤… 9월 일평균 784만 배럴로 회복세 지속
사우디 파이프라인 피격·러시아 공급 차질 맞물려 이라크산 수입 100만 배럴 돌파
정제 마진 악화 및 4~6개월 치 비축 여력에 100달러대 공격적 대량 매입은 제한적
사우디 파이프라인 피격·러시아 공급 차질 맞물려 이라크산 수입 100만 배럴 돌파
정제 마진 악화 및 4~6개월 치 비축 여력에 100달러대 공격적 대량 매입은 제한적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수입을 대폭 억제하며 글로벌 원유 가격의 급등을 막는 '완충 지대' 역할을 해왔던 중국이 원유 수입을 다시 늘리는 초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8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전월 대비 6.2% 증가한 3,790만 톤을 기록하며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러한 수입 반등 흐름은 이달에도 이어져, 글로벌 에너지 정보기관 케플러(Kpler)는 9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하루 평균 784만 배럴로 지난달의 725만 배럴에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집계했다.
이는 1년 전의 하루 976만 배럴이나 전쟁 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수개월간 지속된 수입 절벽 국면에서 벗어나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9월 19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베이징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구매 재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공급 차질이 겹친 시점에 이루어져 국제유가 상방 압력을 자극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급망 불안 속 이라크산 급증… "비축유 소진에 재고 보충 불가피"
중국이 다시 원유 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배경에는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복합적인 차질이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횡단 송유관이 공격을 받아 수송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 최대 원유 수출 터미널인 노보로시스크를 타격하면서 핵심 공급선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 정유업체들은 이란과 사우디산 원유 도입을 줄이는 대신 대체 급유처로 이라크산 원유를 집중 사들이고 있다.
에너지 분석기업 스파르타의 준 고(June Goh) 수석 석유 시장 분석가는 "중국 기업들이 수개월간 신규 매입을 극도로 자제해 왔으나, 국내 석유제품 생산을 유지하고 바닥나기 시작한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12.5억 배럴서 11.4억 배럴로 감소… 약화되는 '중국의 유가 방파제'
그동안 중국의 원유 수입 급감은 호르무즈 해협 위기 속에서도 국제유가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는 것을 막아준 일등 공신이었다.
중국 정유사들이 신규 수입을 대폭 줄이는 대신 그동안 비축해 둔 대규모 재고를 적극 헐어 썼고, 내수 시장에서는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NEV) 전환이 가속화되며 석유 소비 증가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화타이증권에 따르면, 4월부터 8월까지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하루 평균 약 320만 배럴이나 밑돌았다.
그러나 방대한 비축유를 소진하는 전략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케플러 집계 기준 중국의 원유 재고량은 지난 4월 12억 5,000만 배럴 수준에서 9월 현재 11억 4,000만 배럴로 1억 1,000만 배럴 이상 감소했다.
화타이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폐쇄 이전에 축적해 두었던 막대한 원유 비축량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그동안 글로벌 유가 폭등을 억제해 주던 '중국의 완충 역할'을 종전처럼 강력하게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시장 조사기관 에너지 아스펙츠의 쑨지안안 수석 분석가 역시 "글로벌 석유 시장이 더 이상 중국의 수요 억제에 따른 리밸런싱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배럴당 100달러 넘는 고유가와 정제마진 압박… "공격적 폭식은 없을 것"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수입량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며 유가 폭등을 주도할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긋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고유가에 따른 정유업계의 수익성 악화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8월 말 이후 급등세를 타며 한때 배럴당 110달러 선을 위협했다가 현재 100달러 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배럴당 80달러대 수준에 맞춰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100달러를 웃돌 경우, 정유사들은 공장을 돌릴수록 심각한 정제 마진 적자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 재고 여력도 여전히 충분하다는 평가다.
에너지 아스펙츠는 중국이 상업 및 전략 비축유를 합쳐 최소 80일 이상, 길게는 4~6개월 치의 국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완충 물량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당장 공급 대란을 겪을 위험은 없다고 분석했다.
다우존스 에너지의 테린 오이 부이사는 "중국 바이어들은 국내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높은 가격대에서 공격적으로 재고를 채워 넣는 것은 상업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으며, 사우디 등 주요국의 수출 혼란이 길어질 경우 중국은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해외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카드를 먼저 꺼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원유 수입 재개 조짐은, 이란 전쟁 이후 전 세계 유가 안정을 떠받치던 '중국의 재고 방출 카드'가 점차 유효기간을 다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고유가 장벽과 정제 마진 압박 속에서 중국이 속도 조절에 나섬에 따라, 향후 국제 유가는 중국의 점진적 비축 재개 속도와 중동·러시아의 공급망 복구 여부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