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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선 다카이치… ICC 띄우고 구적국 조항 삭제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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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선 다카이치… ICC 띄우고 구적국 조항 삭제 정조준

에너지 공급망 강화·평화 연대·법치 확립 등 3대 기둥 제시
ICC 등 국제사법기구 지지...패전국 족쇄 유엔 구적국 조항 삭제 요구
북러 군사협력 경고 속 납치 대화 손짓...한국 대일·대북 외교 촉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에서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에서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공급망 강화와 평화 연대, 법의 지배 확립을 핵심으로 하는 3대 외교 기둥을 천명한다.

로이터는 22일(현지시각) 다카이치 총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지지와 함께 패전국 굴레인 유엔 헌장 구적국 조항 삭제를 촉구한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지정학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국면에서 일본 행정부 수반이 다자 외교 무대에 올라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독자 구상을 내놓는 모양새다.

유엔 총회와 3대 외교 기둥


다카이치 총리는 세계 곳곳의 패권 다툼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엄중한 현실을 짚으며, 다자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유엔의 책무를 역설할 계획이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제창했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의 비전을 계승해 각국이 자율성과 회복력을 갖춰야 한다며 3대 기둥을 제안한다.

첫 번째 축은 에너지와 중요 물자의 공급망 강화다. 다카이치 총리는 특정 국가를 직접 거명하지 않는 대신, 각국에서 임의의 수출 규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으며 안정된 자원 확보망 구축을 위한 일본의 정책 노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해상 수송로 보호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이 세계 경제 안정을 지탱하는 생명선이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국제사법기구 지지와 헌장 개혁


다카이치 총리가 제시할 두 번째와 세 번째 축은 국제 규범의 수호와 유엔 내부의 낡은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연대 강화 방안으로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 군축과 비확산 노력을 선도하겠다는 사명감을 재확인한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밀착으로 핵과 미사일 관련 기술이 확산할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명할 방침이다.

다만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의 손길을 내민다. 그는 "서로 결실 있는 관계를 만들고자 대화하고 직접 행동에 나설 용의가 있다"라며 북일 대화 재개의 문을 열어둘 예정이다.

법의 지배 확립을 향한 메시지에서는 힘에 의한 일방 현상 변경 시도를 전면 배격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비롯한 국제사법기구를 흔들림 없이 지지하며 일본인 판사를 파견해 온 역사를 법치 중시의 방증으로 내세운다. 다만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아카네 토모코 ICC 소장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을 방침이다.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을 겨냥한 유엔 헌장의 구적국 조항 삭제와 안보리 개혁을 공식 요구한다.

지난해 대만 유사시 존립 위기 사태 발언 이후 중국이 구적국 조항의 유효성을 주장하며 외교 압박을 가해온 상황에서, 과거사 굴레를 털어내고 보통국가 지위를 굳히겠다는 정면 승부수를 던지는 셈이다.

북러 군사협력과 동북아 안보


일본 정부가 유엔 무대에서 헌장 개정과 독자 공급망 구축을 공론화하는 전략은 동북아 안보 지형 속 한국 외교 정책에도 굵직한 계산을 요구한다.

북러 군사협력 저지와 호르무즈 해협 안보는 한일 양국의 공통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영역이다. 다만 일본이 구적국 조항 삭제를 앞세워 안보 영향력을 키우고 북한과의 독자 접촉을 타진할 경우, 대북 압박 전선과 과거사 현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외교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는 경로를 형성한다.

올가을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연설 직후 중국의 외교 반발 수위와 유엔 회원국들의 반응에 따라 안보리 개혁 논의의 파급력이 가려질 전망이다. 나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이 심화하면 다자 규범 공조 시나리오가 힘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맞불을 놓을 경우 유엔 헌장 개정 시나리오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외교 안보 전문가는 다카이치 총리의 유엔 데뷔전을 전후 체제의 한계를 시험하는 행보로 평가했다. 그는 "에너지 공급망과 국제법 수호라는 보편 가치를 지렛대 삼아 패전국 꼬리표를 떼어내려는 치밀한 외교"라며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독자 자율성을 굳히려는 일본의 시도는 미중 패권 경쟁 속 동북아 질서의 새로운 균열점이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