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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폭풍에 밑동 드러난 반도체 도화지… 12인치 웨이퍼값 40%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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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폭풍에 밑동 드러난 반도체 도화지… 12인치 웨이퍼값 40% 뛴다

- 2027년 장기공급계약 단가 15~40% 인상 예고… 폴리시드 제품 인상 폭 집중
- CoWoS 70.9% 증설에 원판 주문 폭증… 글로벌 소재사 보수적 설비 투자
- 한국 메모리·파운드리 제조 원가 상승 압박… 완제품 판가 전가 여부가 분수령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이 반도체 기초 가공 원자재인 실리콘 웨이퍼 시장으로 번지며 단가 급등을 촉발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이 반도체 기초 가공 원자재인 실리콘 웨이퍼 시장으로 번지며 단가 급등을 촉발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이 반도체 기초 가공 원자재인 실리콘 웨이퍼 시장으로 번지며 단가 급등을 촉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 9월 25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2027년 12인치 웨이퍼 장기공급계약(LTA) 단가가 제품 유형에 따라 최대 4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단가 급등은 고성능 연산 장치 제조 원가를 직접 자극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칩 제조사의 원가 구조 전반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된다.

AI 팹 증설과 만료 계약 도래… 공급자 우위 재편


트렌드포스가 대만 커머셜타임스와 스타마켓데일리 보도를 종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7년 신규 장기계약 단가는 에피택셜(Epi) 웨이퍼가 15~25%, 폴리시드(Polished) 웨이퍼가 40% 이상 인상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2급 고객사의 경우 인상 폭이 50%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됐다. 여기에 12인치 웨이퍼 현물 가격이 2026년 4분기 중 기존 장기계약 가격을 넘어설 것이라는 시장 분석이 더해지면서 원판 공급사의 가격 협상력은 가파르게 확대되는 흐름이다.
수급 압박의 이면에는 공급 계약 만료 주기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 폭증이 자리한다. 스타마켓데일리는 팬데믹 시기에 체결했던 장기계약 상당수가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 사이에 만료된다고 짚었다.

지난 3년간 누적된 전력비 상승과 공장 건설비 급등이 이번 재계약 단가에 최소 두 자릿수 인상률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다. 12인치 웨이퍼는 첨단 AI 프로세서와 플래그십 모바일 칩에 전량 투입되기에 구형 공정에 쓰이는 8인치 제품군보다 수급 불균형이 훨씬 가파르다.

CoWoS 70.9% 급팽창과 소재사 증설 기피의 충돌


AI 반도체 패키징 라인 증설은 웨이퍼 소진 속도를 한층 가속하고 있다. 트렌드포스가 인용한 대만 현지 분석에 따르면 2027년 첨단 패키징인 CoWoS 생산 능력이 전년 대비 70.9%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같은 기간 GPU와 AI 가속기용 주문형반도체(ASIC) 출하량이 44.9% 늘어나고 인텔·AMD·엔비디아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출하량 역시 36% 증가해 대면적 실리콘 인터포저와 원판 웨이퍼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3위 웨이퍼 제조사인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12인치 평균판매단가(ASP)는 2026년 92달러(약 12만 5000원)에서 2027년 122달러(약 16만 5700원), 2028년 166달러(약 22만 5600원)로 가파르게 뛰어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2028년 단가는 2026년 대비 1.8배 수준에 달한다.

반면 공급사는 대규모 신규 투자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일본 섬코(SUMCO)의 타츠타 지로 사장은 지난 8월 공식 발언을 통해 막대한 감가상각비를 감당하기에는 5~10% 수준의 가격 인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장기적 수요 지속성에 대한 불안과 인플레이션 여파로 신규 공장 건설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주요 공급사의 보수적 설비 투자가 이어질 경우 수급 불균형이 2028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메모리·파운드리 원가 방어선 시험대


웨이퍼 단가 급등은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통상 반도체 제조 원가(COGS)의 약 7~10%를 차지하는 필수 핵심 소재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청주 공장이 차세대 HBM4 16단 및 선단 파운드리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시점에 웨이퍼 원가 급등은 직접적인 영업이익률 희석 요인으로 작동한다. 양사는 분기당 수백만 장의 12인치 웨이퍼를 소모하는 만큼, 단가가 20% 이상 상승할 경우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원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영향은 한국 토종 소재사와 세트 칩 가격으로 갈린다. 한국내 유일한 12인치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은 구미 신공장 가동률 증대와 단가 재협상을 통해 단기 수혜를 누릴 여건을 마련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늘어난 가공 원가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완제품 고객사에 온전히 전가하지 못할 경우 완제품 마진 축소 압박이 커진다.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의 가격 협상력이 최종 제조사의 수익성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다만 거시 경제적 하방 압력에 따른 반대 시나리오도 병존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자본지출(CAPEX) 속도 조절에 나서거나, 고물가 장기화로 스마트폰과 PC 등 범용 IT 기기 교체 수요가 둔화할 경우 웨이퍼 공급 부족 현상은 조기에 완화될 수 있다.

원자재 발 단가 인상 압박 속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선단 공정 수율을 얼마나 끌어올려 단위 면적당 칩 생산성을 극대화하느냐가 2027년 실적 방어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