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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난, 중간선거 쟁점…사모펀드 규제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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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난, 중간선거 쟁점…사모펀드 규제론 확산

FT, 최근 10년 선거운동 분석…기업형 임대업자 비판 급증
양당 후보들 기관투자자 주택 매입 제한 공약 잇달아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한 단독주택 앞에 매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한 단독주택 앞에 매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높은 주거비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사모펀드와 대형 기관투자자의 주택 매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선거운동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10년간 접전이 예상되는 미국 의회 선거의 선거운동 문구를 분석한 결과 2026년 사모펀드와 기업형 임대업자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크게 증가했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과거 선거에서는 생활비 상승의 책임을 월가나 은행에 돌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대형 투자자의 주택 매입과 주거비 상승을 연결하는 주장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24일 기준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7.03%로 올라 약 2년 만에 다시 7%를 넘어섰다.

◇후보 24명 이상 기관투자자 제한 공약

FT에 따르면 주요 상·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24명 이상이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다른 기관투자자의 주택 매입이나 보유를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과거 어느 선거 주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뉴햄프셔주 연방하원의원이자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인 크리스 파파스는 “주택 소유구조가 바뀐 뒤 임대료가 오르고 유지·보수가 줄어들면서 주민들이 집을 팔기도 어려워졌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립식 주택 단지 소유주가 부지를 민간 임대업자보다 해당 단지 주민이나 비영리단체에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법안도 지지하고 있다.

아이오와에서도 양당 후보 모두 기관투자자의 주택 매입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애슐리 힌슨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첫 주택 구매자를 제치고 주택을 사들이는 현상이 주택구입자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 조시 투렉은 월가 사모펀드의 단독주택과 농지 매입을 금지하고 노인요양시설과 의료기관 인수도 규제하겠다고 공약했다.

◇월 39만원 땅세에 19만원 추가

FT는 기관투자자의 주택단지 인수 이후 임대료가 급등했다는 주민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 아이오와주 노스리버티의 조립식 주택 단지 골프뷰에 살던 캔디 에번스는 유타주 부동산 투자회사 헤이븐파크 캐피털이 단지를 인수한 뒤 자신이 내던 월 285달러(약 39만원)의 토지 임대료가 140달러(약 19만원)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에번스는 주택 자체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었으며 임대료는 집이 놓인 땅에 대해서만 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 투자자 자금을 받아 조립식 주택 단지를 매입한 뒤 수익을 높이는 투자방식이 임대료 인상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뉴햄프셔에서도 미시간주 부동산 투자회사 사도캐피털이 조립식 주택 단지를 인수한 뒤 임대료와 소득요건이 올라 주민들이 계속 거주하거나 집을 매각하기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제기됐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정부도 기관투자자 주택 매입 제한

FT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매입 제한은 선거 공약에 그치지 않고 연방정부 정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대형 기관투자자가 일반 가구가 구매할 수 있는 단독주택을 사들이지 못하도록 연방기관에 지침을 마련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행정명령은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대형 기관투자자의 주택 인수를 반경쟁 행위 여부 측면에서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 7월에는 ‘21세기 미국의 꿈을 위한 기회 회복 주택법(ROAD 주택법)’이 발효됐다.

이 법은 단독주택 350채 이상을 보유한 대형 기관투자자의 추가 매입을 제한한다. 다만 신규 임대주택 건설 등 일부 사업에는 예외가 적용되며 조립식 주택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FT가 소개한 사도캐피털이나 헤이븐파크처럼 조립식 주택 단지를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일부 부동산 투자업체는 새 규제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업계 “민간자본 없으면 공급도 부족”

사모펀드와 임대주택 업계는 주택난의 책임을 기관투자자에게 돌리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반박한다.

미국 사모펀드업계 단체인 아메리칸 인베스트먼트 카운슬의 윌 던햄 최고경영자(CEO)는 “사모펀드 산업이 커지면서 사회적 주목도 높아졌다”면서도 “사모펀드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기업 활동이 혼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대주택 소유주와 관리회사를 대표하는 전미아파트협회(NAA)의 그레그 브라운 정부업무 담당 수석부회장도 모든 가격대에서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려면 기관투자자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기관투자자의 주택시장 영향력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매입이 특정 지역의 매매가격과 임대료를 끌어올렸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미국 전체 단독주택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FT는 주택 구매 비용과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과거 금융권 전반을 겨냥했던 생활비 논쟁이 올해 중간선거에서는 사모펀드와 기업형 임대업자의 주택 소유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