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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美 금융사 임원, 자사주 매수 23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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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사 임원, 자사주 매수 23년 만에 최저

은행주 사상 최고권인데 내부자는 관망…에너지 임원은 급등주 매도, 필수소비재에선 매수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기업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임원들의 주식 거래에서는 업종별로 엇갈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금융업종에서는 3분기 자기 회사 주식을 직접 사들인 임원 수가 약 23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주가가 폭등한 일부 정유업체에서는 임원들의 매도가 나타나고 있다. 필수소비재 업종에서는 오히려 임원 매수가 장기 평균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다.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업 내부자 거래 분석업체 베리티데이터가 집계한 3분기 금융업종의 임원 주식 매수 인원은 약 2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요한 점은 금융회사 임원들의 매도가 특별히 급증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식을 파는 임원이 크게 늘었다기보다 자기 회사 주식을 새로 사들이는 임원이 거의 사라지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불균형이 크게 벌어진 것이다.

금융업종의 매도자 대비 매수자 비율은 장기 평균과 비교할 때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주 잘 나가는데 임원들은 왜 안 사나

금융업종의 내부자 거래 흐름이 주목되는 것은 미국 대형 은행들의 실적과 주가가 모두 강한 상황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의 주당순이익은 지난 10년 동안 대략 네 배로 증가했다.

미국 은행주 흐름을 보여주는 KBW 나스닥 은행지수도 올여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대형 금융회사의 유형보통주자본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도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그럼에도 자기 회사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는 금융사 임원은 크게 줄었다.

WSJ은 금융사 경영진이 반드시 은행주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사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회사 상황을 외부 투자자보다 잘 알고 있는 임원들이 현재 주가에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투자자들이 살펴볼 만한 신호라는 것이다.

미국 대형 은행들은 다음 주부터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은행의 높은 수익성에도 소비자들의 재정 스트레스, 사모대출 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 인공지능(AI) 기업들의 기록적인 차입 증가 등은 금융업계가 직면한 잠재적 위험으로 꼽힌다.

◇‘매도 급증’ 아닌 ‘매수 실종’이 핵심

기업 임원이 자기 회사 주식을 거래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미 증권당국의 공시 규정을 지키는 정상적인 임원 주식 거래는 매년 수백억달러 규모로 이뤄진다.

경영진이 주식을 파는 이유도 다양하다.

주가가 크게 오른 뒤 자산을 분산하거나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팔 수도 있고 사전에 정해둔 거래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임원의 주식 매도만으로 회사 전망이 나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임원이 자기 돈을 들여 회사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는 의미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거나 회사의 장기 전망에 자신감을 갖고 있을 때 매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업종의 특징도 매도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보다 그런 매수자가 23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까지 줄었다는 데 있다.

베리티데이터의 벤 실버먼 리서치 책임자는 “임원들의 거래가 시장 전체의 매수·매도 시점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지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별 기업 단위에서는 평소와 다른 임원 거래가 투자 판단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뛰자 정유사 임원은 차익실현

에너지업종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매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뛰면서 일부 중소 정유기업 주가가 급등하자 임원들이 보유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WSJ은 파 퍼시픽 홀딩스와 PBF에너지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파 퍼시픽 주가는 올 들어 5일까지 149% 올랐고 PBF에너지는 210% 급등했다. 두 회사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의 주가를 기록했다.

파 퍼시픽에서는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여러 내부자의 주식 매도가 이어졌다.

회사 경영진이 높은 유가와 정제마진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시점에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임원들이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WSJ은 정유업계 임원들이 현재의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성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가는 100달러, 디젤 실질가격은 200달러 넘어

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업체들에 막대한 수익 기회를 제공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약 13만6000원)를 넘어서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보다 디젤 가격 급등이 더 극적이었다.

WSJ에 따르면 정유소에서 생산되는 디젤의 실질 배럴당 가격은 지난주 200달러(약 27만3000원)를 넘어섰다.

유럽 국가들이 비축유 일부를 방출하기로 한 뒤 가격은 다소 진정됐다.

WSJ은 현재 수준의 디젤 가격이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유업체 임원들이 급등한 회사 주식을 매각한 것도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기업 주가에는 현재의 정유업 호황이 영원히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지만 투자자들이 업계에서 수십년간 일한 경영진보다 호황의 지속 가능성을 더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반대편에는 필수소비재…임원 매수 상대적으로 강해

모든 업종에서 임원들이 매수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다.

베리티데이터가 집계한 3분기 내부자 거래에서 매도자 대비 매수자 비율이 가장 낮은 업종은 필수소비재였다.

이 비율은 장기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경기소비재 업종도 매도자 대비 매수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개별 기업에서는 담배회사 알트리아, 육류업체 타이슨푸즈, 에너지음료업체 셀시어스홀딩스 등의 경영진이 최근 자기 회사 주식을 매수한 사례가 눈에 띄었다.

금융·에너지업종 내부자들의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내부자 거래 흐름만 놓고 보면 주가가 이미 크게 오른 일부 금융·에너지 기업보다는 소비 관련 기업에서 경영진의 매수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나스닥 사상 최고인데 내부자 신호는 엇갈려

미국 주식시장은 높은 금리와 에너지 가격에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약 25년 만의 고점 수준까지 올라갔고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부담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나스닥종합지수는 5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주식 선호가 금리와 유가 상승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내부자의 거래는 시장의 낙관론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다.

금융회사 임원들의 주식 매수는 23년 만에 가장 적고 고유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은 일부 정유회사에서는 주가 급등 뒤 매도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필수소비재 기업에서는 임원들의 매수가 상대적으로 활발하다.

WSJ은 “기업 임원도 주식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정확하게 맞히는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자 거래를 시장 방향을 예측하는 절대적인 지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 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이 자신의 돈을 어디에 넣고 어디에서 빼는지는 개별 기업과 업종의 현재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하나의 참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