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환호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구매 몇 시간 만에 접히는 부분의 화면이 갈라졌다는 사례가 잇따랐다. 호주의 한 구매자는 스무 번도 채 접지 않았는데 힌지 쪽에서 무언가 걸리는 느낌과 함께 금이 갔다고 밝혔다. 중국 매장의 전시 제품에서도 파손 사진이 퍼졌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크랙게이트'라 부르기 시작했다.
화면은 왜 깨지나
균열은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자리에서 시작된다. 화면이 접히는 중앙 힌지 부근이다. 분해 전문업체 아이픽스잇은 균열이 디스플레이 연결 케이블이 지나는 틈과 중앙 힌지 지지대가 만나는 지점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의심받는 부품은 두 가지다. 기기를 닫을 때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 중앙 지지대, 그리고 제때 물러나지 않는 곡면 레일이다.
지지대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접히는 화면이 그 위로 내려앉아 응력이 한 점에 집중된다. 패널 자체보다 힌지가 문제라는 해석이다. 다만 아이픽스잇도 추가 시험 없이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어디까지나 가설임을 분명히 했다.
생산 단계의 경고음도 있었다. 출시 전 폭스콘의 최종 조립 수율이 6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00개 넘는 부품으로 이뤄진 힌지와 폴더블 패널 모두 수율 부족과 납품 지연을 겪었다고 한다. 정밀 부품 사이의 미세한 오차는 화면 처짐이나 불규칙한 여닫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크랙게이트가 이 오차의 결과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심을 거두기도 어렵다.
나사 홈까지 따지던 기술자
터너스는 1975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대학 수영 선수로도 뛰었다. 졸업 과제로는 사지마비 환자가 머리 움직임만으로 조작하는 로봇 급식 팔을 설계했다. 1997년 졸업 후 4년간 버추얼 리서치 시스템스에서 VR 헤드셋을 만들었다.
2001년, 스물여섯 살의 그는 애플 제품디자인팀에 합류했다. 첫 작품인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 시절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협력사는 머리에 홈이 35개 파인 나사를 내밀었지만, 그는 애플이 정한 25개를 끝내 관철했다.
이후 아이패드, 에어팟, 맥 등 주요 제품군을 두루 거쳤다. 2021년 1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에 올라 경영진에 합류했고, 애플 실리콘과 아이폰 에어를 세상에 소개하는 얼굴이 됐다. 2026년 1월에는 산업디자인팀까지 넘겨받았다. 25년 가까이 애플의 하드웨어를 직접 설계해 온 셈이다.
팀 쿡이 키운 후계자
터너스는 팀 쿡을 스스로 '멘토'라 부른다. 차기 CEO로 발표된 직후 그는 스티브 잡스 밑에서 일했고 팀 쿡을 멘토로 둔 것이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쿡 역시 그에게 꾸준히 더 큰 책임을 맡겨 왔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그를 애플 충성 고객의 호감과 쿡의 신뢰를 함께 얻은 인물로 평했다.
승계 과정도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 준다. 4월 20일 발표 이후 쿡은 넉 달 동안 터너스와 함께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9월 1일부터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각국 정책 당국과의 소통을 맡고 있다. 2011년 잡스의 갑작스러운 퇴진과 달리, 이번 교체는 오랜 승계 계획의 결실이었다. 운영의 달인이 물러나고 기술자가 전면에 섰다. 그 첫 성적표가 하필 크랙게이트인 셈이다.
기술자 CEO의 해법은
애플은 출시 나흘 만인 27일 첫 공식 입장을 냈다. 소수 제품의 내부 화면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가 생긴 사용자는 애플케어를 통해 교체받으라는 내용이다. 원인도, 개선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재고 부족으로 교체품마저 넉넉지 않고, 보증이 없으면 수리비가 165만 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내 힌지 부품사 주가가 급락하는 등 파장은 공급망으로까지 번졌다.
더 뼈아픈 대목은 따로 있다. 터너스는 앞서 타임 인터뷰에서 초기 안드로이드 폴더블을 "싸구려에 조잡하다"는 투로 깎아내렸다. 그 말이 지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위기를 넘을 열쇠는 결국 그의 출신에 있다. 나사 홈 열 개 차이를 따지던 기술자라면 '소수 제품'이라는 모호한 표현 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첫째, 원인을 공학적으로 규명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보증 여부와 관계없이 힌지 부위 파손의 무상 교환을 명시해 소비자의 불안을 끊어야 한다.
셋째, 힌지 공정의 허용 오차를 재점검해 후속 물량부터 결함을 차단해야 한다.
2010년 안테나게이트 당시 애플은 '그렇게 쥐지 말라'는 해명으로 거센 역풍을 맞았다. 기술자 CEO의 진짜 실력은 화면을 접는 기술이 아니라, 금이 간 신뢰를 다시 펴는 방식에서 드러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