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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2주 만에 최고치인데…AI 투자자금 이탈 땐 안전자산 지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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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2주 만에 최고치인데…AI 투자자금 이탈 땐 안전자산 지위 흔들

연준 금리 결정 앞두고 달러지수 102.39…12월 추가 인상 가능성 77%
미국 주식 외국인 자금 유입 사상 최대…AI 투자 붐 꺾이면 달러 동반 약세 우려
미 달러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 달러화 지폐. 사진=로이터

미국 달러화가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2주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꺾일 경우 달러의 전통적인 안전자산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대형 기술주와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에 막대한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이같은 자금이 한꺼번에 이탈하면 오히려 달러 가치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AI 관련 주식이 급락했을 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수요가 달러보다 일본 엔화와 스위스프랑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자산 투자와 달러 가치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AI 투자 붐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이 달러 강세의 중요한 기반이 됐지만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 미국 주식과 회사채 매도세가 달러의 안전자산 수요를 압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2.39로 2주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5.01%로 상승했다.

◇달러지수 102.39…연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 77%


달러화는 28일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최근 상승분을 유지했다.

달러지수는 102.39를 기록하며 지난 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유로화는 유로당 1.1126달러에 거래됐으며 달러화는 일본 엔화 대비 소폭 하락한 달러당 157.83엔을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0.2% 하락한 파운드당 1.328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1.2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5.01%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거래자들은 연준이 12월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77%로 예상했다.

일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의 데릭 할페니 글로벌시장 조사 책임자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지난 9월 금리 인상 당시와 비슷하게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 내부에서 정책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경우 12월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달러 강세에는 미국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견조한 경제 성장 전망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AI 투자에 대한 기대가 이같은 성장과 금리 전망 자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의 장기적인 안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AI 투자 붐에 해외 자금 미국으로 집중…달러 강세의 새로운 기반


로이터는 최근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우위에 대한 기대와 AI 관련 투자자금 유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대형 기술주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회사채와 전력망 관련 기반시설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AI 산업이 미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 금융자산과 달러에 대한 수요를 동시에 높였다는 설명이다.

미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공장을 세우거나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외국인직접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해외 자본의 상당 부분이 장기간 유지되는 직접투자보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자금은 미국의 성장 전망이나 기술주 기업가치가 달라질 경우 비교적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미국 웰스파고의 에릭 넬슨 글로벌 외환전략 책임자는 최근 미국으로 유입된 자금을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단기성 투기자금인 '핫머니'에 비유했다.

캐나다 CIBC캐피털마켓의 노아 버팜 외환전략가는 “AI 투자 열풍으로 미국 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아졌으며 이것이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AI 관련 투자 성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던 요인들이 동시에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주식 급락하자 엔화·스위스프랑으로 이동…달러의 안전자산 역할 변화 조짐


미국 달러는 전통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주식시장이 급락하거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달러와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AI 관련 주식의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졌을 때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당시 안전자산 수요는 달러보다 일본 엔화와 스위스프랑에 집중됐다.

달러는 유로화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이는 프랑스의 사회적 불안에 따른 유로화 약세의 영향이 컸다.

외환거래업체 컨베라의 케빈 포드 외환·거시경제 수석 전략가는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때마다 AI 관련 거래와 달러 가치의 관계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의 도미닉 버닝 주요 10개국(G10) 외환전략 책임자도 “AI 투자 붐이 꺾이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달러가 안전자산 수요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이미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AI 관련 투자자금의 이동이 기존의 위험 회피 수요와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의 가격 결정 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투자 부진하면 주식·회사채·금리 동시 충격…달러 약세 경로 세 가지


AI 투자 붐이 급격히 약화하면 달러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첫 번째는 미국 경제성장 둔화와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다.

AI 관련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줄이고 경제활동이 둔화하면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가 낮아지면 다른 국가 통화에 비해 달러가 제공하는 금리상의 이점도 줄어든다.

두 번째는 미국 경제가 다른 주요국보다 우수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의 약화다.

최근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우위에 대한 기대에는 대규모 AI 투자와 기술산업의 성장 전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AI 기반시설 투자가 예상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미국 경제의 성장 전망도 약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금융자산 매도다.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대형 기술주와 회사채를 매각하고 다른 국가의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하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이같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면 미국 주식과 채권시장의 약세가 외환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자금 이탈이 발생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다른 점…미국 중심 AI 투자 집중도 더 높아


전문가들은 AI 투자 붐이 꺾인다고 해서 달러가 반드시 즉각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 미국 기술주가 급락했지만 달러는 상당 기간 강세를 유지했다.

나스닥 지수가 2000년 3월 정점을 기록한 이후에도 달러 강세는 거의 2년 동안 이어졌다.

달러가 본격적으로 약세로 돌아선 것은 월드컴 등 대형 기업의 파산으로 미국 신용시장에 불안이 확산하고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회복되는 등 여러 요인이 나타난 이후였다.

그러나 현재 AI 투자 붐은 당시보다 미국 경제에 더욱 집중돼 있다는 차이가 있다.

웰스파고의 넬슨 책임자에 따르면 미국 달러의 실질 무역가중 가치가 장기 평균을 웃돈 기간은 12년 연속으로, 1973년 이후 가장 길다.

해외 투자자금도 2000년 당시보다 미국 주식과 회사채에 집중된 반면 외국인직접투자는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AI 투자 붐의 약화가 미국 금융시장 전반의 문제로 확산할 경우 달러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재정 여건 역시 과거와 다르다.

2000년 기술주 시장이 정점에 도달했을 당시 미국 정부는 재정 흑자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대규모 재정 적자를 안고 있다.

경기 둔화가 발생하더라도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코어위브 등 AI 기업 신용위험 확대…회사채 시장이 경고 신호


AI 투자 붐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주식시장뿐 아니라 기업 신용시장도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는 대규모 차입을 통해 AI 기반시설을 확충한 기업들의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AI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코어위브가 거론됐다.

최근 몇 주 동안 코어위브를 비롯해 부채 부담이 큰 일부 AI 관련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됐다.

CDS는 기업이나 채권 발행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상품이다.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것은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신용위험을 더 높게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 스코샤은행의 숀 오즈번 수석 외환전략가는 CDS 시장에서 이미 일부 취약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반시설 투자가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산업용 장비와 반도체, 전력 등 관련 분야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같은 충격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로 확산하면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고 달러 가치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영국 예산안도 외환시장 변수…파운드화 0.2% 하락


달러의 향후 움직임에는 미국의 AI 투자 전망뿐 아니라 주요국의 통화·재정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8일 외환시장에서는 영국 정부의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파운드화가 약세를 나타냈다.

영국 정부는 가계의 생활비 부담과 기업의 비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은행과 도박업체, 온라인 거래 플랫폼 등에 대한 세금 부과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영국 정부가 대규모 차입을 통해 지출을 확대할 경우 국채시장과 파운드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EFG자산운용의 마이클 라이트헤드 채권운용 책임자는 영국의 재정 여건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예산안에 시장을 크게 실망시키는 내용이 없다면 투자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긍정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영국의 통화·재정정책 외에도 캐나다, 유럽,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이 이어지면서 주요국 통화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약세 단정은 일러…금융위기 때는 오히려 달러 수요 급증


AI 투자 붐이 약화하더라도 달러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달러화 표시 부채를 상환하거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달러를 대거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달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미국 금융시장이 충격의 중심에 있더라도 달러 가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웰스파고의 넬슨 책임자는 “미국 기술주 하락 자체보다 신용시장과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미국에 집중되는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성장 둔화와 신용시장 불안이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까지 바꿀 경우 엔화가 달러보다 더 큰 안전자산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발표 이후 금융시장이 급락했던 시기와 비교할 정도로 달러 가치의 급격한 변동이 다시 주요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넬슨 책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의 대규모 가치 조정이나 급락에 상당히 민감한 상황이라며 2027년을 앞두고 주시해야 할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달러는 높은 미국 금리와 견조한 경제성장 전망에 힘입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그 강세를 뒷받침하는 외국인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AI 산업의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잠재적 취약 요인으로 분석했다.

향후 달러의 방향은 연준의 금리 결정뿐 아니라 AI 기업의 투자 성과와 미국 신용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얼마나 유지되는지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