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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美·이란 협상 기대에 하락…브렌트유 113달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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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美·이란 협상 기대에 하락…브렌트유 113달러대

밴스 부통령, 이란 안보 수장에 서한…카타르도 새 종전안 제시
후티 미사일·호르무즈 유조선 폭발에 하락 제한…러시아 원유 공급 회복 전망
지난 3월 7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7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 재개 가능성에 하락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외교적 접촉을 재개하고 카타르가 새로운 종전안을 제시하면서 중동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들이 기뢰에 부딪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유가 하락 폭은 제한됐다.

29일(이하 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이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3% 하락한 배럴당 113.32달러(약 15만1600원)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2.06% 내린 배럴당 100.66달러(약 13만4700원)에 거래됐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전 기준 브렌트유가 1.1% 하락한 114.05달러(약 15만2600원), WTI가 1.5% 내린 101.27달러(약 13만5500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는 28일 미국의 이란 추가 군사공격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브렌트유가 1.3%, WTI가 3% 상승했지만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밴스, 이란 안보 수장에 서한…카타르 종전안도 제시


이번 유가 하락의 주요 배경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 접촉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란의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평화협상 재개를 모색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미국 당국자와 관련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이같은 접촉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측의 외교적 움직임이 확인되면서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일부 줄어들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중동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다시 진행되면서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도 종전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협상 내용을 보고받은 관계자에 따르면 카타르 중재단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새로운 합의안 초안을 이란 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이란 고위 당국자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구상이라며 정식 제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28일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7일짜리 계획이 채택된다면 실제 이행 기간을 일주일보다 단축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외교적 접촉이 이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장애물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후티, 사우디 동부 향해 미사일…호르무즈 유조선 3척 폭발


외교적 해결 기대감에도 중동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높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은 29일 새벽 후티가 사우디 동부 지역을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예멘 정부군에 따르면 후티는 전날 아덴 공항도 공격했다.

앞서 27일 후티는 사우디 최대 정유시설을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세계 주요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의 석유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도 위험이 커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근 24시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 남쪽의 허가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려던 유조선 3척이 기뢰에 부딪혀 폭발하고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원유 수송 안전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미국이 다음 달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새로운 군사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시장의 경계심을 유지시키고 있다.

CNBC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 가능성에도 후티의 추가 공격과 미국의 군사행동 위험이 여전히 국제유가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회복…하루 처리량 400만배럴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과 별개로 러시아의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5일 러시아 랴잔 정유시설이 공격받은 이후 러시아의 정유 기반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추가 공격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러시아 정유시설의 가동량이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러시아 정유시설의 원유 처리량은 하루 35만배럴 증가해 400만배럴에 달했다.

러시아의 정제 능력 회복은 원유와 경유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로이터는 이같은 러시아의 공급 회복 전망도 국제유가의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원유 재고 190만배럴 감소…휘발유는 390만배럴 증가


미국의 원유와 휘발유 재고에서도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3일로 끝난 한 주 동안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190만배럴 감소했다.

로이터가 조사한 전문가들은 원유 재고가 1만5000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감소한 것이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390만배럴 늘었다.

시장에서는 휘발유 재고가 9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는 이와 반대였다.

원유 재고 감소는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빠듯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휘발유 재고 증가는 석유제품 시장의 수급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이같은 재고 변화와 러시아의 공급 회복 가능성이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과 맞물리고 있다.

◇고유가에 연준 통화정책도 부담…WTI 70달러 하락 가능성 주목


높은 국제유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8일 보고서에서 높은 원유 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목표치 위에 머물게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에너지 이외 부문의 물가 상승 압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토레스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 압력이 주로 에너지에 집중돼 있다면 연준이 금리 인상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 공급 충격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올리면 고용이 약화되고 신용시장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가까운 시일 안에 외교적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경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완화되면서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약 9만3700원) 수준으로 내려가면 향후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상당히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접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하락했지만 중동의 군사적 충돌과 원유 수송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