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제재 면제 합의에 정면 반발…미국행 유조선 3척 중 2척 제재 대상
2022년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법 위반 논란…항만·석유업체도 거래 기피
2022년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법 위반 논란…항만·석유업체도 거래 기피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뉴저지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합의에 따라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러시아산 경유의 반입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동부 최대 석유 수입·유통 거점인 뉴저지 항만에서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러시아산 경유 약 14만t을 실은 유조선 3척이 미국 중간선거 직후 도착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선박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어 입항과 하역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셰릴 주지사는 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경유 공급 합의가 미국 소비자와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러시아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저지 주지사 "트럼프의 러시아 경유 거래는 부패하고 불법"
셰릴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산 경유 수입 허용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나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트럼프와 푸틴의 경유 거래는 부패하고 불법적이며 이를 뉴저지 항만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산 경유의 미국 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제재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내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러시아산 경유 공급을 확대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일반허가를 발급했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이같은 조치가 2022년 제정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법과 충돌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셰릴 주지사가 실제로 유조선 입항이나 하역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미국 동부의 핵심 석유 수입 거점을 관할하는 주정부가 반입 저지를 공개적으로 검토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산 경유 14만t 미국행…제재 대상 유조선도 포함
러시아산 경유를 실은 유조선 3척은 다음 달 3일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미국 항만에 도착할 예정이다.
전체 운송 물량은 약 14만t이다.
이 물량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제재 면제 합의에 따라 미국 당국이 처음으로 수입을 허용한 러시아산 경유에 해당한다.
FT에 따르면 유조선들은 이달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항했다.
이 가운데 아기오이 파넨데스호는 당초 뉴욕을 목적지로 표시했으나 현재 최종 하역 항만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선박 소유업체인 이스턴메디터레이니언마리타임은 FT에 하역 항만이 결정되지 않아 추가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기오이 파넨데스호는 현재 북대서양을 통과해 미국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다.
나머지 선박은 러시아 소유의 탈리스만호와 홍콩 소유의 레루오호다.
탈리스만호는 영국해협을 통과했으며 레루오호도 북해를 거쳐 대서양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탈리스만호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이다. 레루오호는 EU와 영국, 캐나다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두 선박은 목적지를 미국 대서양 연안으로 표시하고 있다.
FT는 탈리스만호와 레루오호의 선박 소유업체에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도 거래 중단 압박…공화당 의원까지 가세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산 경유 수입 허용 조치를 둘러싼 정치권의 반발도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으로 수입하는 행위가 현행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도 이같은 문제 제기에 동참했다.
FT에 따르면 민주당 주요 의원들과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26일 미국 기업들에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지원하면 의회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27일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의원은 미국으로 러시아산 경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의 선주업체 2곳에 서한을 보냈다.
블루먼솔 의원은 러시아산 경유의 미국 반입을 불법적인 운송이라고 주장하며 선박을 회항시키라고 요구했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일반허가가 발급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가 제정한 수입 금지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행정부의 허가만으로 거래를 합법화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도 미국과 유럽의 제재 대상인 유조선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복잡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재 대상 선박에 항만 서비스나 하역·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법적 위험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최대 석유 유통 거점…항만업체 부담 확대
뉴욕·뉴저지항은 미국 동부 지역의 주요 석유 수입·저장·유통 거점이다.
석유 관련 기반시설의 상당 부분은 뉴욕항의 뉴저지주 쪽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인 시설로는 베이온과 린든의 대규모 석유 저장시설, 송유관과 유통시설 등이 있다.
경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은 베이온, 린든, 카터릿, 퍼스앰보이, 포트리딩, 시워런 등에 위치한 민간 석유 터미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뉴저지 주정부의 반입 저지 움직임은 단순한 정치적 반발을 넘어 실제 물류와 하역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항만 운영과 국제무역, 제재 집행에는 연방정부의 권한도 관련돼 있어 셰릴 주지사가 어떤 방식으로 반입을 막을 수 있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경유를 구매하거나 운송할 업체들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관련 업체들의 반응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백악관이 원자재 거래업체와 석유업계 관계자들에게 구매와 운송을 타진했지만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할인 제시에도 구매업체 부족…브라질로 선회 가능성
러시아산 경유의 미국 반입은 실제 구매업체를 확보하는 단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에너지시장 분석업체 래피던에너지그룹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산 경유를 실은 여러 유조선이 미국을 목적지로 표시하고 있지만 구매 의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제재 위험이 높은 거래에 참여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래피던에너지그룹은 법적·정치적 위험뿐 아니라 기업 평판이 훼손될 가능성이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이 큰 폭의 가격 할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래피던에너지그룹은 미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구매업체를 찾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해당 경유가 브라질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 재무부 출신인 클레어 매클레스키 클래리티컨설팅컴플라이언스 파트너도 이번 운송에 대한 감시가 강해 일부 업체들은 평판 위험만으로도 거래를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간선거 이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추가적인 에너지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을 고려해 참여를 검토하는 업체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클레스키는 미국과 유럽, 영국 이외 지역의 업체들이 러시아산 경유를 제3국으로 운송할 때 미국의 제재를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경유의 미국 반입을 둘러싼 논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연료 가격 안정 정책과 대러 제재 원칙이 충돌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FT는 뉴저지 주지사의 반입 저지 검토가 이미 법적·정치적 위험을 우려하고 있는 석유 거래업체와 운송업체들에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경유를 실은 유조선들이 미국을 향하고 있지만 최종 하역 항만과 실제 구매업체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정부의 제재 면제 조치가 예정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