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조사, 자국산 수입·폐쇄형 본토 밸류체인 고수… 인니·태국·말레이 현지화율 '바닥'
내연기관 부품 수요 급감 속 '기술·자본 장벽'에 EV 진입 차단… 이중고에 폐업·구조조정 속출
토요타 등 日 하이브리드(HEV)가 '생명선' 역할… 전문가 "현지 부품 의무화 규제 시급"
내연기관 부품 수요 급감 속 '기술·자본 장벽'에 EV 진입 차단… 이중고에 폐업·구조조정 속출
토요타 등 日 하이브리드(HEV)가 '생명선' 역할… 전문가 "현지 부품 의무화 규제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비야디(BYD), 창안(디팔), 지리 등 동남아에 진출한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현지 공급망을 육성하기보다 핵심 전장품을 중국 본토에서 직수입하거나 동반 진출한 자국 부품 네트워크만을 배타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내연기관(ICE) 부품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전환 투자 비용과 기술적 진입 장벽에 가로막힌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의 중소 부품 제조사들은 연쇄 도산과 구조조정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11월 1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국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계는 전통적인 휘발유·디젤차 부품 수요 위축과 전기차 공급망 배제라는 '이중 압박(Double Squeeze)'에 직면해 있다.
그는 "현지 중소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장벽은 전기차 부품 전환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조달 실패, 고전압 배터리·모터 기술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 제조사들의 폐쇄적인 진입 장벽"이라고 짚었다.
'동남아의 디트로이트' 태국도 흔들… 수입 부존율 높아 국산화율 20~30% 불과
'아시아의 자동차 허브'로 불리며 가장 견고한 부품 생태계를 자랑하던 태국 역시 충격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태국 아유타야은행 산하 크룽스리 리서치(Krungsri Research)는 '2026~2028년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지 공급업체들이 중국 전기차 공급망에 진입하는 데 극심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모터, 인버터, 배터리 팩 등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을 중국 본토에서 전량 조달하거나 기존 중국 협력사에 의존하면서, 현지 부품사들은 원가 경쟁력과 독점 기술 노하우 양면에서 철저히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말레이시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외국 브랜드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현지 부품 조달 비율(국산화율)이 최대 70%에 달하는 반면, 최근 국내에서 조립 생산되는 중국계 전기차의 현지 부품 비율은 고작 20~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립 공장만 동남아 현지에 세워졌을 뿐,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과 낙수효과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무늬만 현지 생산'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토요타 등 日 완성차의 하이브리드(HEV)가 '유일한 방파제'
완전 전동화로의 급격한 전환 속에서 현지 부품 생태계를 지탱하는 유일한 방파제는 토요타(Toyota)를 필두로 한 일본 완성차 진영의 하이브리드(HEV)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크룽스리 리서치는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이 기존 엔진·구동계 부품과 기초 전장 부품 수요를 동시에 떠받치며 현지 공장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며 "수십 년간 현지 공급망을 함께 다져온 일본계 완성차 제조사들은 동남아 역내에서 상당한 규모의 부품을 지속적으로 조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가 최근 발표한 '자동차 산업 마스터플랜' 역시 급격한 배터리 전기차(BEV) 일변도 정책을 경계하며,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와 저배출 차량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부품사들이 전기화 기술을 체득할 수 있는 '완충 지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살아남기 위해 업종 전환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솜폴 타나둠롱삭 태국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 회장은 회원사들에게 자동차 산업에 대한 단일 의존도를 낮추고 철도 인프라, 의료 기기, 항공 우주, 스마트 농기계 부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현지 부품 의무화(LCR)·전환 기금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동남아 각국 정부가 전기차 유치에만 매몰된 나머지, 자국 제조업의 근간인 부품 생태계 보호를 방치했다고 비판한다.
인도네시아의 비마 이사는 "국내 소비 침체와 유가 상승으로 내연기관 부품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세 공급업체들은 품질 저하나 부채 구조조정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정부의 전환 지원 인센티브는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도네시아 및 아세안 정부가 차량 가치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자국 부품으로 채우도록 강제하는 현지 부품 의무화(Local Content Requirement·LCR) 규정을 엄격히 집행하고, 중국 제조사와 현지 부품사 간의 강제 매칭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산업 평론가 아이만 압둘라 역시 "부품 공급사가 신규 전장 라인을 깔고 양산을 준비하는 데는 6~18개월이 걸리고 투자금 회수에는 10년이 소요된다"며 "정부가 명확하고 안정적인 산업 정책을 제시하고, 중소기업들이 고전압 부품 생산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전용 전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자동차 통상 및 산업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현지 고용 창출과 기술 이전이라는 상생 모델을 구축하지 않은 채 자국 부품 밀어내기 수출의 전진기지로만 동남아를 활용한다면, 머지않아 역내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보호무역주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