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업체 14곳 로비 지출 1년여 새 4배 이상…전직 장관 로비업체 60여 고객 확보
고려아연도 분기당 60만달러 계약…미국 74억달러 제련소 사업 추진
고려아연도 분기당 60만달러 계약…미국 74억달러 제련소 사업 추진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막대한 정부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제 미국 내 광물 생산 확대보다 워싱턴 로비업계의 수익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자금 지원과 광산 개발 허가를 확보하려는 광업체들이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에게 거액의 로비 비용을 지급하면서 정치권 인맥을 활용한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지원을 확보한 일부 기업은 아직 광물 생산 실적이 없거나 광산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자금 지원이 실제 생산 확대로 이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고려아연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제련소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인맥이 있는 로비업체에 분기당 60만달러(약 8억원)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정책으로 광업계의 로비 지출이 급증했지만 미국 내 광물 생산량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핵심광물업체 14곳 로비 지출 1150만달러…전년보다 4배 이상
FT가 미국 연방정부의 로비활동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와 광물 관련 거래를 체결한 광업체 14곳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로비 활동에 1150만달러(약 154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2024년 약 250만달러(약 33억원)의 4배를 넘는 규모다.
미국 정부가 핵심광물 생산과 가공시설 확대를 위해 대규모 대출과 투자, 구매계약을 추진하면서 정부 지원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해외 생산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비상시에 대비한 핵심광물 비축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받으려는 기업 가운데는 매출이 거의 없거나 실제 광산 개발 가능성이 불확실한 초기 단계 업체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 기업은 연방정부 기관의 지원을 확보하거나 광산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해 워싱턴의 로비업체들을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고위 관계자 한 명은 FT에 백악관 내부 인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인맥이 있다면 정부 지원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내무부 장관 로비업체 60여 기업 고객 확보
핵심광물 로비시장 확대의 대표적인 수혜자로는 데이비드 번하트 전 미국 내무부 장관이 꼽힌다.
번하트 전 장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내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 모기업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다른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과 함께 워싱턴에 로비업체를 설립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번하트가 설립한 로비업체는 현재 60곳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이들로부터 총 1600만달러(약 214억원)를 받았다.
고객에는 세계적인 광산업체 BHP와 배릭마이닝을 비롯해 미국 정부의 지원을 확보하려는 중소 광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번하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집권을 위한 정권 인수위원회에 참여했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도 내무부 고위직을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그를 강인하고 유능한 인물이라고 공개적으로 칭찬한 바 있다.
FT는 “번하트의 로비업체가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의 인맥뿐 아니라 광업 분야의 전문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보호지역 광산 개발 금지 뒤집어…트윈메탈스 로비 성과
번하트의 로비업체가 관여한 대표적인 사업은 미국 미네소타주의 트윈메탈스 광산 개발 계획이다.
칠레 구리업체 안토파가스타의 자회사인 트윈메탈스는 캐나다 국경 인근의 자연보호지역 주변에서 구리와 니켈, 코발트를 채굴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는 1000개 이상의 호수와 하천, 산림이 분포해 있어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광산 임대계약 갱신을 거부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계약을 취소하고 해당 지역에 20년간 광산 개발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트윈메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번하트의 로비업체를 활용해 개발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데 나섰다.
미국 연방정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트윈메탈스는 번하트의 로비업체 설립 이후 최소 60만달러(약 8억원)를 지급했다.
번하트 측 로비스트들과 동행한 트윈메탈스 관계자들은 올해 2월과 5월 내무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미국 상원은 지난 4월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기존 광산 개발 금지 조치를 뒤집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서명했다.
그러나 트윈메탈스가 실제 광산을 개발하려면 추가적인 허가가 필요하다.
미네소타주 주지사는 새로운 개발 제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환경단체들도 광산 개발에 계속 반대하고 있다.
트윈메탈스는 법안 통과 당시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에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지만 사업에 대한 환경 심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도 미국 로비업체에 분기당 60만달러 지급
FT는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정책에 참여하는 해외 기업의 사례로 고려아연도 소개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74억달러(약 9조8850억원) 규모의 제련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로비활동 공개 자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중반부터 로비업체 발라드파트너스에 분기당 60만달러(약 8억원)를 지급하고 있다.
발라드파트너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인적 연결고리가 있는 로비업체다.
현재 백악관 비서실장인 수지 와일스가 과거 이 업체에서 근무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 특별보좌관인 토머스 부드리가 고려아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고려아연의 사례는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정책에 참여하는 외국 기업들도 워싱턴의 로비업체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FT는 고려아연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규모 제련소 사업을 추진하면서 로비업체에 비용을 지급한 사례로 소개했다.
◇니오코프·안티모니업체도 로비 확대…정부 지원 확보
번하트의 로비업체 고객인 아메리칸텅스텐앤드안티모니도 미국 정부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확대했다.
미국과 호주에서 핵심광물 광산을 개발하는 이 업체는 아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정부와 최대 1800만달러(약 240억원)의 지원 가능성을 논의할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번하트의 로비업체에 최소 55만달러(약 7억원)를 지급했다.
2024년에는 미국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로비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다.
번하트는 지난 5월 이 업체의 전략자문위원회 의장으로도 선임됐다.
네브래스카주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을 추진하는 니오코프도 비슷한 사례다.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니오코프는 지난해 연방정부 로비 비용으로 56만달러(약 7억5000만원)를 지출했다.
이 가운데 40만달러(약 5억3000만원)는 로비업체 재블린어드바이저스에 지급했다.
니오코프의 로비 활동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부보좌관이자 백악관 집무실 운영 책임자였던 키스 실러도 참여했다.
니오코프는 지난해 최대 1000만달러(약 134억원)의 조건부 정부 지원을 확보했으며 현재 미국 수출입은행에서 최대 8억달러(약 1조687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니오코프 측은 워싱턴의 로비 활동이 양당 정책 담당자들에게 광산 개발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근 연관 기업 지원에 특혜 논란도
정부 지원을 받은 광업체들과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재정적 관계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 관련 업체 벌컨엘리먼츠와 리엘리먼트테크놀로지스에 14억달러(약 1조8701억원) 규모의 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관여한 벤처캐피털 업체가 벌컨엘리먼츠에 투자한 지 몇 달 뒤 체결됐다.
또 미국 정부가 콩고민주공화국의 구리·코발트 광산업체 셰마프를 인수하려는 버투스미네랄스를 지원한 사례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버투스미네랄스는 전직 미국 특수부대원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국제 광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업체다.
일부 기존 광산업체들은 생산 실적이 제한적인 신생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확보하는 상황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미 하원 천연자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재러드 허프먼 의원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찬성하지만 현재 정부의 지원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광업체들에 잇따라 거래 기회를 제공하면서 측근과 가족의 이익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같은 비판은 야당 의원의 주장으로, 정부 지원을 받은 개별 기업들의 위법 행위가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십억달러 투입에도 미국 광물 생산 증가 미미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자금 지원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광물 생산 확대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속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미국 내 광물 매장지는 400곳을 넘어섰다.
이는 앞선 평가에서 집계된 160곳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다만 통계에 포함되는 핵심광물 목록에 구리, 납, 칼륨, 은, 우라늄 등이 추가되면서 조사 대상 매장지가 증가한 영향도 반영됐다.
미국의 금속 생산액은 2024년 336억달러(약 44조8829억원)에서 지난해 381억달러(약 50조8940억원)로 증가했다.
그러나 USGS에 따르면 이같은 증가분은 대부분 해당 기간 금속 가격 상승에 따른 결과다.
광업 부문의 고용 규모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신규 광산은 인허가와 자금조달, 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고비용·고위험 사업이다.
광물 가공시설 역시 건설과 운영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BHP와 리오틴토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추진하는 리졸루션 구리광산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에도 법적 분쟁으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FT는 이같은 사업 지연으로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미국 정부의 지원이 상당 기간 이어져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발표된 지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조건부 약정으로 실제 집행되지 않았으며 일부 기업은 여전히 사업계획 수립과 인허가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 국방업체 "중국산 희토류 대체 일정 맞추기 어렵다"
정부 지원이 실제 미국산 광물 공급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도 있다.
미국 안티모니업체 US안티모니는 지난해 연방정부 로비 활동에 17만달러(약 2억3000만원)를 지출했다.
이는 전년의 3만달러(약 4000만원)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다.
US안티모니는 지난해 미 국방부와 최대 2억4500만달러(약 3273억원) 규모의 안티모니 주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업체의 이사회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2020년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은 퇴역 미 육군 장성 잭 킨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US안티모니는 공급하는 금속 가운데 일부를 미국 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대신 외부 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게리 에번스 최고경영자(CEO)는 충분히 낮은 가격에 안티모니 주괴를 구매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며 과거에도 이같은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규격을 충족하도록 구매한 주괴를 재가공해야 하며 중국이나 러시아산은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방산업체들도 핵심광물 공급망의 대체 속도가 정부 정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산업체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군사 장비에 중국산 희토류 자석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 일정에 맞추기 어렵다며 추가 시간을 요구했다.
미국 항공우주산업협회의 닥 하드윅 부회장은 “시장의 대응 속도가 정책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 광산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부 지원과 인허가를 확보하려는 광업체들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연결된 워싱턴 로비업체들은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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