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0억달러 지원 종료 놓고 법적 논란…네타냐후와 합의 주장에도 이스라엘 공식 확인 없어
기존 총리 구상은 10년간 단계적 축소…美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논란 차단 의도
기존 총리 구상은 10년간 단계적 축소…美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논란 차단 의도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연간 약 40억달러(약 5조3644억원) 규모의 군사원조를 올해 말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실제 이행까지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이스라엘 간 현행 군사원조 협정은 2028년까지 유효한 데다 지원 예산에 대한 권한을 가진 미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원조를 중단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미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앞서 제시한 구상은 10년에 걸쳐 미국의 군사원조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어서 올해 말 전면 중단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차이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 투표일인 3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원조를 올해 말 종료하겠다고 밝혔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더 이상 미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네타냐후 총리와 원조 중단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2028년까지 유효한 협정…의회 예산권이 변수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한 10년 장기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에 매년 약 38억달러(약 5조960억원)의 군사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33억달러(약 4조4256억원)는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군사자금이다.
나머지 5억달러(약 6706억원)는 로켓과 미사일, 무인기 공격을 방어하는 아이언돔과 다비드슬링 등 양국의 공동 방공체계 개발사업에 배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대로 올해 말 원조가 중단되면 기존 협정의 종료 시점을 약 2년 앞당기게 된다.
그러나 원조 중단을 실제로 시행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FT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무기 이전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의회가 배정한 예산 자체를 취소하는 데는 법적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군사원조 예산은 의회의 권한에 속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만으로 지원을 완전히 종료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공화당 내부의 반발도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원조를 둘러싸고 민주당 지지층의 반대가 커졌지만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지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FT가 인용한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68%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원조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찬성했다.
◇네타냐후와 합의 주장…이스라엘은 공식 확인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지원 중단 결정이 네타냐후 총리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먼저 원조 중단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이스라엘도 미국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실과 주미 이스라엘대사관은 FT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군사원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는 지난달 이스라엘 채널10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원조가 축소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앞서 미국 CBS방송의 '60분'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군사원조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네타냐후 총리가 제시한 계획은 향후 10년에 걸쳐 군사원조를 줄이는 방식이었다.
FT는 네타냐후 총리가 올해 말까지 모든 군사원조를 중단하는 데 동의했다는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장기적 목표와 올해 말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선거 당일 발표…민주당 비판 차단 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원조 중단 발표가 미국 국내 정치와도 관련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공화당이 군사원조 문제로 민주당의 공격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압둘 엘사예드 후보를 직접 거론했다.
엘사예드 후보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강하게 비판해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가 민주당의 정치적 공격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군사원조를 계속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원조는 가자지구 전쟁 이후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은 이스라엘의 군사비 지출을 크게 늘렸으며 미국의 군사 지원은 전쟁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 장기간 이어진 군사작전은 미국 내에서 이스라엘 지원을 둘러싼 논란을 키웠다.
이번 발표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이스라엘 지원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가 됐기 때문에 더 이상 미국의 군사원조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협력 자체를 종료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계속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발표가 기존 무상 군사원조 체제를 실제로 종료하는 조치로 이어질지는 미 의회의 대응과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입장에 달려 있다.
FT는 기존 원조 협정의 유효기간과 의회의 예산 권한, 공화당 내부의 반발 가능성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실제 정책으로 시행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