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견제로 알래스카 LNG 등 사업 검토 시간 확보 가능성
전문가들 "투자 압박 약해질 수도"…트럼프 추가 관세 위협은 변수
전문가들 "투자 압박 약해질 수도"…트럼프 추가 관세 위협은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11·3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3500억달러(약 469조3850억원) 규모의 투자 이행을 둘러싼 협상 환경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통상정책과 투자사업에 대한 의회 감독을 강화하면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 논란이 있는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입지 약화를 만회하기 위해 오히려 관세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이 투자 약속의 이행 속도를 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면서 주요 교역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대응할 여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향후 2년 동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정책 불확실성은 계속될 수 있다고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국·일본 대미 투자 압박 완화 가능성
로이터는 미국의 주요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민주당의 의회 장악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3500억달러, 일본은 5500억달러(약 737조605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두 나라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투자 이행 요구를 견제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기존 약속을 추진하는 데 느끼는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동맹국들의 투자 약속이 강요된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 교수의 발언은 민주당이 대미 투자 합의의 경위를 문제 삼을 경우 동맹국들이 투자계획을 재검토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투자 약속을 철회하거나 이행을 늦추는 데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에시마 가즈히로 일본 소피아대 미국정치학 교수는 “관세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일본의 대응이 늦어질 경우 미국에서 추가 관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승리가 곧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알래스카 LNG 사업 의회 감독 강화 주목
한국의 경우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이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으나 한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사업 참여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는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약속 이행 압박을 받아온 대표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알래스카 LNG와 같은 사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 한국이 이를 검토할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가 대규모 투자사업의 추진 과정과 정부의 역할을 점검하는 동안 한국도 사업의 조건과 타당성을 따져볼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가능성이 한국의 기존 투자 약속을 변경하거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 이행 여부와 사업별 구체적인 조건은 한미 양국의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의회의 구성 변화와 관계없이 미국 행정부와 의회, 주정부 등을 상대로 경제·통상 현안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무역협상 우위 노릴 수도…반도체 규제는 부담
미국의 최대 경제 경쟁국인 중국도 중간선거 결과가 향후 무역협상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체결한 무역휴전은 내년 1월 만료될 예정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 약화를 활용해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호주 코리나이코노믹어드바이저리의 솔 에슬레이크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선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이 크게 약해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활용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새로운 무역합의를 추진하더라도 의회가 이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협상에서 무제한적인 재량권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의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관련 공급망에 대한 감독을 확대하는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첨단기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양보안을 제시할 여지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4일 미국 중간선거가 미국의 내정 문제라며 중국은 미국과 이견을 관리하고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럽·인도도 통상협상 변화 주시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가 무역분쟁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일련의 무역합의를 통해 관세 갈등을 상당 부분 완화했지만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미국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디지털서비스세와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에 대한 30억유로(약 4조5053억원) 규모의 공적 자금 대출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문제 삼아 추가 보복 조치를 추진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단순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약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더 공격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인도는 협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도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합의 1단계 문안 작성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밝히면서도 경쟁 수출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해야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라지브 바티아 인도 게이트웨이하우스 연구소 특별연구원은 민주당의 승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다른 국가들에 더 우호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에 새로운 협상 여지를 제공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보호무역 기조가 단기간에 사라질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대규모 투자 약속의 이행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더라도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