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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독일 빗장 뚫을 대안으로 현대로템 전차·한국 원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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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독일 빗장 뚫을 대안으로 현대로템 전차·한국 원전 선택

- 한국수출입은행과 튀르키예원자력공사 시노프 원전 자금 조달 구조 검토 실무반 가동
- 피르티나 자주포와 알타이 전차 이어 무기 공동 생산과 제3국 시장 개척 합의
- 튀르키예 자체 엔진 개발 속도와 해외 지식재산권 협의 결과가 실질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3일 청와대에서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3일 청와대에서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연합뉴스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026년 11월 3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총사업비 300억 달러(약 40조 2600억 원) 규모 시노프 원자력발전소와 방위산업 분야 협력을 넓히기로 뜻을 모았다.

인디펜던트 튀르키예는 2026년 11월 5일(현지시각) 오스만 가지 칸데미르 전략 분석가 기고를 싣고, 양국이 체결한 금융 협력 합의는 직접 대출 약정이 아니라 금융 모델링과 자금 조달 구조를 따져보는 실무 작업반 설치 단계라고 보도했다.

튀르키예가 서방의 핵심 부품 공급 제약에 대응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러시아·중국과의 원전 수주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고자 한국 공급망을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분석이다.

시노프 원전 금융 협력 착수와 다자 경쟁 구도

정상회담의 가장 뚜렷한 결과물은 한국수출입은행과 튀르키예원자력공사가 서명한 원전 프로젝트 금융 협력 양해각서다. 이 합의는 확정 대출을 뜻하지 않는다.

양측은 자금 조달 구조를 함께 검토하는 공동 실무반을 꾸려 타당성과 위험 요소를 따진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금융 지원 경험을 살려 시노프 사업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2035년까지 7.2GW, 2050년까지 최소 20GW 규모 원전 설비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쿠유에서는 러시아 로사톰이 4800MW 규모 원전을 짓고 있다. 4개 원자로가 들어설 시노프 사업에는 한국과 러시아가 경합하는 구도다.

중국 국유기업과 2026년 3월 켄두 원자로 기술을 내세운 캐나다 앳킨스리얼리스, 소형모듈원자로를 보유한 미국과 프랑스 기업도 시장 진입을 타진하고 있다.

과거 사업비 급등 탓에 2018년 말 일본 컨소시엄이 물러선 사례는 현재 협상 기준이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파트너 선정 잣대로 유리한 금융 조건과 전력 생산 단가를 제시했다. 다자 경쟁 구도를 유지해 사업 단가를 낮추겠다는 셈법이다.

서방 공급망 공백 채운 한국산 파워팩 협력사


방위산업에서 한국은 튀르키예가 유럽 주요국의 수출 규제에 부딪힐 때마다 실질적인 대안 공급처 역할을 해왔다. 방산 전문 매체 아미 레커그니션닷컴과 현지 외신 분석에 따르면 세 가지 무기 체계가 이를 보여준다.

첫 사례는 피르티나 자주포다. 튀르키예는 한국 K9 썬더 자주포 기술이전 및 생산 권한을 약 10억 달러(1조 3420억 원) 규모 패키지 계약으로 들여왔다. 초도 8대는 한국에서 생산했고 300대 이상을 튀르키예 공장에서 만들었다.

독일 정부가 2017년 독일산 엔진 장착을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자 튀르키예는 후속 모델에 자체 엔진을 달기로 결정했다.

둘째는 KT-1T 기본 훈련기 사업이다. 2007년 맺은 계약 규모는 40대에 3억 5000만 달러(약 4697억 원)이었다. 한국에서 5대를 완성해 납품했고 나머지는 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 시설에서 조립 생산했다. 이 경험은 튀르키예 국산 훈련기 휘르쿠시 개발로 이어졌다.

셋째는 알타이 전차다. 튀르키예는 2008년 현대로템과 5억 4000만 달러(약 7247억 원) 규모 설계 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차체는 K2 흑표 설계를 바탕으로 삼았다. 양산 단계에서 독일산 엔진과 변속기 수출 승인이 거부돼 개발이 멈추자 한국산 파워팩이 대안으로 채택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1500마력 엔진과 SNT다이내믹스 변속기 조합이다. 변속기 계약액은 옵션 포함 2억 유로(약 3014억 원)이다. 알타이 전차는 2025년 9월 5일 양산에 들어갔고 10월 28일 군에 인도됐다. 초도 85대에는 한국산 파워팩이 들어가고 나머지 165대에는 튀르키예 국산 바투 엔진이 들어갈 예정이다.

공동 수출 모색과 부품 납품 변수


양국 정상은 무기 공동 생산과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추진을 결정했다. 튀르키예의 실전 무인 체계와 중동 군사 외교망에 한국의 중공업 제조 역량과 금융 지원이 결합하면 수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원전 분야는 한국수출입은행 지원 아래 국내 주기기 제작사들의 참여 기회가 열려 있다. 다만 튀르키예의 2025년 대 한국 수입액은 102억 6000만 달러, 수출액은 11억 4000만 달러로 무역적자가 12조 2390억 원(91억 2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무역 불균형은 시노프 원전 협상에서 튀르키예 자국 산업 의무 참여 비율을 높이라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튀르키예의 부품 자립화 속도는 한국 공급망에 실질적인 변수다. 알타이 전차에 튀르키예 국산 바투 엔진이 안정적으로 안착할 경우 한국산 부품 납품은 초도 물량 85대 선에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현지 엔진 개발이 지연되면 한국산 추가 납품 여지가 생긴다. 원전 수출 역시 해외 경쟁사와의 지식재산권 협의와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 절차를 원만하게 풀어내는 과정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서울 정상회담 이후 양국 산업 협력은 현지 전차 파워팩 인도 실적과 시노프 원전 자금 조달 실사 진척 상황에 따라 구체적 보폭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