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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심 참모 교체에 美 재계 긴장…백악관 소통 창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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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심 참모 교체에 美 재계 긴장…백악관 소통 창구 사라졌다

JP모건·씨티그룹 등 와일스 비서실장 통해 정책 의견 전달
후임 밀러는 관세·이민 강경파…기업과 백악관 관계 변화 주목
지난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족)이 수지 와일스 당시 비서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족)이 수지 와일스 당시 비서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비서실장을 교체하면서 월가 금융회사와 미국 대기업들이 주요 대정부 소통 창구를 잃게 됐다.

기업들의 정책 관련 의견을 청취하고 백악관 내부에 전달해 온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관세와 이민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이 후임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와일스 비서실장이 트럼프 행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주요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으나 그의 퇴임으로 기업들이 새로운 백악관 접촉 경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와일스 비서실장의 퇴임과 밀러 부비서실장의 승진을 발표했다. 밀러 신임 비서실장은 9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며 와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조직으로 이동한다.

이번 인사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잃은 직후 이뤄졌다.

◇JP모건·씨티그룹, 와일스 통해 백악관과 소통


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기업과 경제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기업 활동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될 때 와일스 비서실장에게 의견을 전달해 왔다.

기업 입장에서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직접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와일스는 백악관 내부에 우려를 전달할 수 있는 주요 인물이었다.

월가 금융회사 경영진도 와일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은 와일스 비서실장뿐 아니라 그의 측근인 제임스 블레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과도 정기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역시 와일스와 접촉했으며 후임으로 임명된 밀러와도 교류한 적이 있다고 WSJ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와일스는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도 독려했다.

올해 한 외국 자동차업체가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자 와일스가 해당 기업 관계자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나 기업들의 요청이 항상 정책 변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직후 한 의료업계 단체는 와일스에게 관세 완화를 요청했다.

와일스를 통한 설득에도 해당 관세는 유지됐다.

WSJ는 와일스가 기업의 입장을 청취하는 인물이었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정책적 결과까지 보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머스크 갈등 중재…재계와 정치권 연결


와일스는 기업 경영진과의 소통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도 맡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관계 회복이다.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 충돌한 뒤 관계가 악화됐지만 와일스와 JD 밴스 부통령이 갈등을 중재하는 데 관여했다.

이후 머스크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지원에 약 5억달러(약 682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정치 참모이기도 하다.

2016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도왔으며 2024년 대선에서는 선거운동을 총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그를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와일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국내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특히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빈번했던 백악관 내부 혼란을 줄이기 위해 조직 운영과 참모진 조율에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업들과의 긴밀한 관계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와일스와 측근들이 대통령의 정책 목표보다 기업 및 정치자금 후원자들의 이해관계를 우선했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전직 고문인 캘리 민스는 6일 공개된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서 와일스 측이 로비스트들의 압력을 받아 어린이 식품의 건강성 개선을 위한 정책 추진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민스는 과일향 니코틴 제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서도 와일스 측이 업계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와일스가 중간선거 자금 확보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전직 행정부 관계자의 주장으로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 결과가 제시된 것은 아니다.

◇후임 밀러, 관세·이민 강경 노선…기업 부담 커지나


미국 재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후임으로 임명된 밀러의 정책 성향이다.

밀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 온 핵심 참모다.

관세정책에서도 기업이나 소비자의 부담을 이유로 정책을 완화하는 데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산층을 대상으로 관세 부담을 직접 경감하는 대신 감세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들과의 관계에서도 와일스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밀러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아메리카퍼스트리걸은 과거 나이키와 디즈니 등을 상대로 채용 과정에서 차별이 있었다며 미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같은 전력 때문에 기업 경영진이 밀러를 와일스만큼 유연한 정책 협의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해외 인력 확보와 수입품 조달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이민·관세정책의 향방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와일스는 이민 문제에서 밀러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취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강경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밀러는 적극적인 이민 단속과 관세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WSJ는 와일스의 퇴임으로 기업들이 백악관에 정책적 우려를 전달하는 방식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기업과 긴밀한 관계 유지"…정책 변화 여부는 미지수


백악관은 비서실장 교체에도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니엘 알바레스 백악관 대변인은 와일스와 밀러 모두 기업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들과 강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일스는 6일 자신의 마지막 근무일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한 것이 일생의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직책은 달라지더라도 대통령과 행정부의 목표에 대한 헌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와일스가 비서실장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와일스가 재계와 백악관 사이에서 담당했던 조정 기능을 밀러가 어느 정도 이어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WSJ는 “와일스의 퇴임과 밀러의 승진은 미국 대기업들에 새로운 정책적 불확실성을 안겨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관세와 이민정책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기업들이 의견 차이를 보일 경우 재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 경로를 확보하는 문제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