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하원 장악으로 조사권 강화…중국 밀수·군사 전용 의혹 집중 점검
첨단 칩 수출 제한·반도체 장비 통제·위치 검증 등 3개 법안 추진
첨단 칩 수출 제한·반도체 장비 통제·위치 검증 등 3개 법안 추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11·3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다수당을 확보하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에 대한 의회 조사가 강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첨단 반도체가 중국 등 미국의 적대국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엔비디아의 수출통제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첨단 AI 반도체 수출 제한을 강화하고 해외로 판매된 반도체의 실제 위치를 확인하도록 하는 법안들도 추진되고 있어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에 새로운 규제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이 내년 1월 의회 운영권을 확보하면 상임위원회 조사권을 활용해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경영진의 증언을 요구할 수 있다고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민주당 의회 조사권 확보…젠슨 황 소환 가능성
민주당은 내년 1월 3일 새 의회 출범과 함께 주요 상임위원회 운영권을 확보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 위원장들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진을 청문회에 소환하고 기업의 사업 관행과 규제 준수 여부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블룸버그는 지난 2년 동안 공화당 주도의 의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던 빅테크 기업 조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을 조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거론된다.
워런 의원은 그동안 엔비디아가 첨단 반도체의 중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
지난 6월에는 황 CEO에게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지만 황 CEO는 이를 거절하고 의원들을 엔비디아 본사에 초청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당시 민주당은 상임위원회 운영권과 강제 소환 권한을 확보하지 못해 황 CEO의 출석을 강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민주당이 위원회 운영권을 확보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신흥기술 연구단체인 인스티튜트포프로그레스의 마샤 윈첼 연구원은 “새로 구성된 의회가 엔비디아와 황 CEO를 압박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엔비디아가 반도체 밀수 가능성을 알고도 충분한 대응에 나서지 않았는지를 조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간첩 의혹·반도체 밀수 문제 재부상
엔비디아는 이미 중국 관련 거래를 둘러싸고 미국 의회의 압박을 받고 있다.
하원 외교·정보·국가안보 관련 위원회를 이끄는 공화당 의원 3명은 최근 황 CEO에게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업체 메가스피드 인터내셔널의 전직 임원과 접촉한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임원은 중국을 위한 간첩 활동 의혹으로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인물이다.
의원들은 황 CEO와 이 인물의 접촉이 엔비디아의 보안과 미국 국가안보에 어떤 위험을 초래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황 CEO가 매년 수천 명의 고객을 만나며 관련 거래 과정에서도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했다고 해명했다.
황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메가스피드와의 거래가 정상적인 사업활동이었다고 밝혔다. 또 메가스피드가 구매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배치 현황을 조사해 불법적인 중국 반출 여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자사 반도체가 중국군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엔비디아가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을 약화시키기 위해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까지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워런 의원은 엔비디아가 첨단 반도체의 중국 판매를 확대하려는 이유와 중국군으로의 기술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를 황 CEO가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 AI 칩 수출 제한…3개 법안 추진
의회의 조사 움직임과 별도로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의원들은 중간선거 이후 남은 회기 동안 처리할 국방 관련 법안에 세 가지 초당적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포함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첫 번째는 'AI 오버워치 법안'이다.
짐 뱅크스 공화당 상원의원과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추진하는 이 법안은 기존 AI 반도체 수출통제를 18개월 동안 유지하고 의회가 중국 수출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제안된 형태로 시행되면 중국은 미국의 최첨단 AI 반도체보다 최소 두 세대 뒤처진 기술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두 번째는 '매치 법안'이다.
피트 리케츠 공화당 상원의원과 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이 추진하는 이 법안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주요 규제 대상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생산하는 첨단 액침 노광장비와 다른 반도체 제조장비가 포함된다.
미국 정부가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의 수출통제 정책을 미국의 규제와 일치시키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외교적 협의가 실패할 경우 미국이 자국 밖에서 이뤄지는 관련 거래에도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포함돼 있다.
세 번째는 '칩 보안법'이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하고 워런 의원이 지지하는 이 법안은 해외로 수출된 AI 반도체가 중국 등 우려 국가로 불법 이전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해외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의 위치를 검증할 수 있는 보안 체계를 마련하도록 요구한다.
법안의 공개된 최신안에는 반도체가 설치된 위치를 전자신호로 확인하거나 현장에서 재고를 점검하는 방식 등이 가능한 수단으로 제시돼 있다.
다만 실제 검증 방법은 BIS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의 경쟁력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판단되는 경우 일정한 조건 아래 규제 적용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법안은 아직 협의 단계로 실제 통과 여부와 최종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H200 중국 수출도 쟁점…트럼프 행정부 승인 재검토 가능성
민주당의 의회 감독은 트럼프 행정부가 허용한 엔비디아의 H200 반도체 중국 수출에도 집중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H200의 중국 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H200은 현재 엔비디아의 최첨단 루빈 계열 반도체보다 두 세대 뒤처진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8월 투자자들에게 중국 고객사에 소량의 H200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당국의 반대로 실제 판매량은 미국 정부가 승인한 규모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회 간사는 그동안 엔비디아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벌인 수출규제 관련 활동에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그는 워런 의원과 함께 엔비디아의 H200 중국 수출 허가 과정에 관한 자료를 행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민주당이 의회 운영권을 확보하면 관련 허가 과정과 기업의 대정부 접촉에 대한 조사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순환 투자·대규모 차입도 조사 대상
엔비디아에 대한 의회의 관심은 중국 반도체 수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워런 의원은 엔비디아가 AI 기업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지원하고 해당 기업이 다시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하는 순환적인 자금 흐름에도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과 체결한 기술 사용권 계약이 독점금지 심사를 회피하도록 설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AI 산업의 대규모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이 새 의회에서 조사권을 확보하면 엔비디아의 해외 반도체 판매뿐 아니라 투자와 거래 구조까지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민주당의 감독 강화가 곧바로 새로운 수출금지 조치나 법안 통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수출통제 관련 법안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추진하고 있으며 실제 규제의 범위와 적용 방식은 향후 의회 심사와 행정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