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방송에서 연기 인생 63년차인 대배우 이순재씨는 새벽 6시 30분부터 학교와 연기학원, 연극 무대 등에서 후배 지도하기 등 늦은 밤까지 연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젊은 사람들에게도 함든 일정을 소화하는 이순재씨를 그림자처럼 내조한 사람은 아내 최희정씨다.
1966년 이순재와 결혼해 53년 동안 그를 내조해온 최희정씨는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촉망받던 무용가였다.
최희정씨는 당시 서른두 살 노총각이던 이순재와 결혼한 것은 "순전히 러브레터때문"이라고 전한다. '노총각 순재 씨'가 해외 순회공연을 떠난 촉망받는 무용가 최희정씨를 붙잡고자 부지런히 편지를 써보냈다는 것.
최씨는 수십편의 작품을 찍어도 수입이 늘지 않고 한 달에 닷새 집에 들어오는 등 당시 연기밖에 몰랐던 남편 이순재를 대신해 5년 만에 얻은 아들 돌 반지를 팔아 두 평짜리 만둣집을 열고 배달까지 직접 하는 등 가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순재가 한결같이 배우의 길을 걸어온 데는 아내 최씨의 내조 덕분이다. 최씨는 연기 인생 63년 차에 접어든 대배우 이순재를 위해 새로운 배역을 맡으면 함께 대본을 연구하고 의상, 발음, 표정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주는 매니저 역할을 하며 남편을 그림자처럼 내조를 하고 있다.
9일 방송되는 3부에서는 평생을 남편 이순재의 그림자로 살아온 최희정 씨가 최초로 인간극장에 얼굴을 내민다.
촉망받던 무용가의 꿈을 내려둔 채 남편을 위해 살아온 오십여년, 이순재-최희정 부부는 오랜만에 추억에 젖는다.
아울러 이순재 씨는 며칠 뒤로 다가온 제자들의 연극 <갈매기> 공연을 앞두고 바쁜 지방공연 일정 속에도 연극 연습에 열을 다 한다. 드디어 연극 <갈매기>가 시작되고 쏟아지는 박수 속 스승님 이순재씨는 이제야 미소짓는다.
"내가 아닌 걸 만들어 내는 게 연기다. 연기에서의 분장은 나를 없애는 거다"라고 강조하는 대배우 이순재의 이야기를 담은 '인간극장'은 오는 11일까지 오전 7시 50분에 전파를 탄다.
김성은 기자 jade.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