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3분기 영업손실 130억원을 실현하며 전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1761억원으로 전년(2150억원) 대비 400억원가량 하락했다. 생산량도 줄었다. SK넥실리스의 3분기 전지박 생산량은 2만283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4663t) 대비 1만t 넘게 줄었다. 공장 가동률 또한 98%에서 61.6%로 떨어졌다.
실적 부진은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제품 판매 감소와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럽 시장의 부진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중국 배터리 제품들이 많이 들어오고 중국 전기차들도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우리의 주요 고객 제품이 부진했다"고 했다.
경쟁사 대비 중장기 공급 계약 규모가 작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동박 업계는 5~8년을 중장기 공급 계약, 8년 이상 계약을 장기 공급 계약으로 본다. 이들은 향후 매출, 납품 등을 예측하기 쉽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장기 계약을 선호한다. SK넥실리스는 올해 3건의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중국 배터리 업체 인비전AESC와는 2025년부터 10년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조원 규모다.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는 5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독일 배터리 업체 바르타와는 바르타의 첫 전기차용 이차전지 양산 프로젝트에 필요한 동박 전량을 단독으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토요타그룹의 상사인 토요타통상과도 합작회사(JV) 설립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현재 계약 관련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SK넥실리스가 주요 업체들과 굵직굵직한 계약을 맺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삼성SDI와 8년간 8조원대 계약을 맺었고 지난 5월에는 해외 고객사와 2033년까지 10년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해 기간이 짧고 실질적인 수주 금액도 많지 않아서다. 다만, 계약 특성 상 공개하지 못하는 고객사들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계약 규모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계약을 맺은 업체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독일 바르타는 1~9월 누적 기준 163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바르타의 경우 향후 추가 수요가 있으면 SK넥실리스와 5년 이상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진이 계속된다면 추가 계약이 어려워질 수 있다. 노스볼트는 신생 배터리 업체로 현재 주요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노스볼트의 경우 추진하고 있는 계획 등은 많지만, 아직 이뤄진 것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kWh당 10.6원으로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도 향후 공장 운영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전기료는 동박 제조원가에서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SK넥실리스는 전북 정읍에 5만2000t 규모의 동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넥실리스의 경우 최근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긴 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며 "향후 추가 성장 동력이 될 장기 공급 계약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 공급 계약은 회사가 미래를 예측하기에 손쉽고 향후 미래 전략을 짜는 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