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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초기 부진…자막 오역·콘텐츠 부족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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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초기 부진…자막 오역·콘텐츠 부족 '악재'

넷플릭스 절반 못 미치는 수준…내년 상반기 반등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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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국내 출시한 디즈니플러스가 출시 한 달이 다 되가지만,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앱·구매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 8일 발표한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디즈니플러스에서 결제 내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디즈니플러스를 결제한 사람은 31만명, 결제 금액은 172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507만명이 결제했으며 결제 금액은 768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디즈니플러스는 12일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12일부터 30일까지 19일 동안의 데이터만 반영됐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약 3분의 2 기간 동안 디즈니플러스 결제자와 결제 금액 모두 넷플릭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결제자는 넷플릭스의 6% 수준이고 결제 금액은 약 22%에 불과하다. 결제자 대비 결제 금액이 높은 것은 9만9000원짜리 연간 결제를 이용한 소비자들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일일 이용자 수도 증가세가 폭발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으로 공개 첫날인 12일 일일 모바일 이용자수 59만명에서 같은 달 21일 40만명으로 32.7% 줄었다.

디즈니플러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론칭 후 1년 4개월만에 1억 가구가 구독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가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후 1억 가구를 돌파하는데 10년이 걸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공개 전부터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시리즈인 ‘완다비전’, ‘팔콘 앤 윈터솔져’, ‘로키’ 등 관심이 컸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로서는 국내 OTT에게도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디즈니플러스의 이 같은 부진은 기대만큼 풍성하지 않은 콘텐츠와 자막 오역 논란, 콘텐츠 역차별 등을 들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공개 직후 끊임없는 자막 논란에 시달려왔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에서는 “함께 성에 가지 않을래요?”(You're welcome to join us in the castle)라는 대사를 “가랑이를 함께해요?”라고 번역한다거나 ‘심슨가족’에서는 ‘역대 최고의 선수’를 뜻하는 ‘G.O.A.T(Greatest Of All Time)’를 ‘염소’로 번역한 장면이 나왔다.
또 ‘팔콘 앤 윈터솔져’에서는 주인공의 누나(sister)를 어떤 장면에서는 ‘누나’라고 불렀다가 다른 장면에서는 ‘여동생’이라고 칭하기도 해 시청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이 밖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디즈니플러스를 이용한 시청자들의 황당한 제보가 쏟아졌다.

자막 논란 외에도 디즈니플러스가 다른 OTT만큼 다양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디즈니플러스는 픽사와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다양한 IP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또 스타TV는 국내외 방송 프로그램과 클래식 드라마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넷플릭스와 웨이브, 왓챠, 티빙 등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과 함께 독점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면서 콘텐츠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마블과 함께 강력하게 내세우는 ‘스타워즈’도 한국에서는 유난히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스타워즈’의 제작사인 루카스필름이 월트디즈니에 매각된 후 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와 스핀오프 영화 5편 중 ‘깨어난 포스’(327만명),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102만명)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가 없다.

여기에 콘텐츠 차별 논란도 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왓 이프’는 미국 현지에서는 올해 8월 11일 공개됐으나 국내에서는 그보다 4개월 늦은 12월 15일에 공개된다. 다른 오리지널 시리즈가 디즈니플러스 론칭과 동시에 공개된 것과는 이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측은 ‘왓 이프’의 심의를 론칭 5일 후인 11월 17일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플러스 론칭 초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마블팬들의 분통을 사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시장에서 진짜 실력을 발휘할 시기는 내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연말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달 18일 JTBC 드라마 ‘설강화’를 OTT 독점으로 공급한다. ‘설강화’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를 배경으로 여대생과 명문대생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만 제작 단계에서부터 남자주인공이 남파간첩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이 같은 논란이 디즈니플러스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부터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과 ‘무빙’,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 등이 차례로 공개된다. 해외 OTT가 한국에 진출하는 목적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인 만큼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의 흥행은 한국시장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도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는 기대를 모았던 것에 비하면 초기 반응이 시큰둥하다”며 “아무래도 자막 오역 논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상반기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가 공개되면 본격적으로 기존 OTT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