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에 적색경보가 울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한기정 위원장, 이하 공정위)가 거대 빅테크·플랫폼 기업 등을 대상으로 '규제 난도질'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정 위원장의 '민생분야 불공정 관행 적극 대응' 기조에 맞춰 지난해 말부터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추진에 나섰으나 반대에 부딪히며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바 있다.
뒤늦게라도 규제를 가하는 공정위의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이미 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게 벌써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다. 당시 한기정 위원장은 "사실관계 확인 후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또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나, 지난주에서야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지사에 대한 현장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정위의 행보에 업계 일각에서는 "플랫폼법 재추진을 대비해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가능성을 제기한 국내 기업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의견도 있다. 알리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저가 쇼핑 플랫폼의 공세로 지난해 중국 직구 금액(3조2873억원)은 1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소비자 분쟁 건수도 지난해 465건으로 전년 대비 5배로 증가했다. 이미 시장에서 거대한 입지를 확보한 알리·테무가 규제로 받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소비자들은 "진작에 해외 쇼핑몰을 규제하고 국내법을 적용하려면 할 수 있었구나. 그럼 전에는 할 수 있었는데도 안 하고 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늦게라도 소비자 보호에 나서준다니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도 있다. 게임 업계를 살펴보면 국내 게임사들은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제도'에 따라 인게임 화면 내 게임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 다수의 게임사들은 관련 제도 시행 이전부터 확률 표기를 준수해 왔으나 중국 등 해외 게임사들은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지난 8일 판교에서 있었던 '확률형 아이템 사후관리 업무설명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시 제도와 관련해 해외 사업자와 최대한으로 소통하겠다. (제도) 위반 시 차단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며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언급에서부터 이미 국내와 해외 게임사에 대한 대응 차이가 보인다. 게임위는 해외 게임사가 관련 제도를 위반할 경우 공정위 요청을 통해 게임 유통을 제한할 수 있다.
이어 "보여주기식 행정이 과연 실제 플랫폼법까지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국내 플랫폼 규제 제도로만 남는다면 외산 플랫폼으로 인해 국내 대형 플랫폼은 물론 소상공인까지 모두 다 공멸하는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기정 위원장은 13일 오전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소비자가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외 플랫폼 사업자와 핫라인을 구축해 소비자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전담 상담창구 운영, 관련 정보 제공, 피해주의보 발령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