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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첫 인상은 좋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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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첫 인상은 좋은 그녀'

조이시티 산하 모히또 게임즈 개발, 컴투스 배급
고품질 그래픽, 극초반 애니메이션 컷씬은 장점
서사성 다소 아쉬워…오리지널리티 등 보완 필요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메인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메인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

인간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첫인상'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게임에도 어느 정도 통용된다. 단기간에 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고품질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은 성공의 필수 요건까진 아니나, 게임 초기 흥행과 인기에는 영향을 미친다.

조이시티의 자회사로 그간 '주사위의 신', '히어로볼Z' 등을 선보여 온 모히또게임즈가 개발하고 컴투스가 배급을 맡은 게임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는 미소녀 수집형 RPG로서 '첫인상'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임이다.

'스타시드'는 3월 28일 오전 9시,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됐다. 사전 예약 150만명이 몰릴 정도로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본 기자는 '스타시드'를 기존에 출시된 유사 장르 국산 게임인 '에버소울', '승리의 여신: 니케', '블루 아카이브' 등과 비교해가며 플레이했다. 이들 게임의 스토리 내용 유출(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주의할 것을 미리 당부한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인게임 이미지.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인게임 이미지.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

스타시드는 인류 멸망의 위험이 닥친 세계를 다룬다. 게이머는 희망을 설계하는 자라는 뜻의 '아키텍트'의 역할을 맡아 AI 미소녀들을 이끈다. '니케'나 '소녀전선'의 지휘관, '에버소울'의 구원자, '명일방주'의 박사 등 유사 장르 게임을 즐긴 게이머들에겐 익숙할 만한 설정이다.

핵심 콘텐츠인 전투는 자동 전투 방식이다. 5개 캐릭터로 스쿼드를 구성, 사전에 앞·가운데·뒤에 캐릭터를 배치한다. 이후 이용자는 스킬 사용 순서 등 제한적인 조작만 가능하다. 'AFK 아레나' 시절부터 내려온 익숙한 방식으로 최근 게임 중에선 '에버소울'과 가장 흡사하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인게임 전투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인게임 전투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

캐릭터의 속성은 붉은색 '해석', 푸른색 '결속', 녹색 '연산'이 가위-바위-보 형태로 맞물려 서로를 잡는 3속성에 서로에게 큰 효과를 가지는 속성인 노란색 '창조'와 보라색 '파괴'까지 총 5개로 구분된다. 복잡해보이지만 색깔에 맞춰 불-물-풀, 빛-어둠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수집·등급 상승 구조 역시 AFK 아레나, 에버소울을 떠올리게 한다. 캐릭터 등급은 R-SR-SR1-SSR-SSR1-UR-UR1-MR-MR1-LR-LR1~5까지 폭 넓게 분류된다. 모집(확률 뽑기) 시점에 가장 높은 등급은 태생 SSR로, 등급 상승을 위해선 같은 등급의 동일 캐릭터 1장, 혹은 같은 속성 캐릭터 2장을 요구한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의 캐릭터 '유리지아'가 궁극기 스킬 '레트로 라이징!'을 시전할 때 나오는 전투 컷씬을 캡처한 것.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의 캐릭터 '유리지아'가 궁극기 스킬 '레트로 라이징!'을 시전할 때 나오는 전투 컷씬을 캡처한 것.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

모집에서 태생 SSR 캐릭터가 등장할 확률은 4%이고, 픽업 뽑기마다 마일리지 포인트가 쌓인다. 픽업 대상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천장'은 100마일리지, 즉 100뽑기마다 가능하고 픽업 기간이 종료되도 마일리지는 남는다. 종합하자면 캐릭터를 뽑는 것, 소위 '명함'을 얻는 것의 부담은 유사 장르 게임 대비 낮은 편이나 캐릭터를 끝까지 성장시키는 것에는 비용이 다소 필요한 형태다.

창조·파괴 속성은 출시 시점에 통상 캐릭터로 각각 서포터 '레이호우', 어태커 '메아' 등 각각 한 캐릭터만이 존재한다. 이들은 타 캐릭터들 대비 고성능 캐릭터로 평가 받고 있으나, 뽑기 확률도 낮은 편이고 일반 모집에서 '위시 리스트' 캐릭터로 지정도 불가능하다. 등급이 같아도 얻기 어려운 캐릭터란 점에서 에버소울의 유사 속성 '천사', '악마'나 '니케'의 특수 분류 '필그림' 등을 떠올리게 한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플레이 초반에 공개되는 '아이렌'의 애니메이션 컷씬.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플레이 초반에 공개되는 '아이렌'의 애니메이션 컷씬.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

모히또 게임즈와 컴투스는 출시 전, 스타시드의 강점으로 '실사 비율의 고품질 미소녀 캐릭터'를 내세웠다. 이러한 자신감에 걸맞게 3D 모델링과 스토리 컷씬들이 눈길을 끌었다.

유사 장르 게임에선 캐릭터 별 호감도, 개인 스토리에 따라 추가될만한 애니메이션 컷씬들이 초창기부터 여럿 공개되고, 이들을 메인 화면에 배치할 수 있다. 특히 스토리 1장 초반부터 주요 캐릭터 '아이렌'이 아키텍트를 바이크를 태우기 위해 등을 보이거나, 다리에 부상을 입어 맨 발을 보여주는 장면 등으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내의 가상 소셜 미디어 '인스타시드' 이미지.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내의 가상 소셜 미디어 '인스타시드' 이미지.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

게임 속 가상 소셜 미디어 '인스타시드' 또한 특별한 포인트다. 블루 아카이브의 '모모톡', 에버소울의 '에버톡' 등을 별도 시스템화한 것으로, 각 캐릭터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미지는 물론 릴스, 쇼츠를 연상시키는 숏폼 영상까지 더해졌다. 이 외에도 '블루 아카이브'와 같은 SD 캐릭터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을 잡기 위해서인지 이러한 연출이 별도로 들어간 '아카데미'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다양한 형태의 '패스(정액 과금 후 플레이에 따라 보상을 얻는 과금 구조)', 특정 캐릭터의 승급이나 스토리 해금 등 일정 지점마다 추가되는 시간 제한형 과금 패키지 등도 특기할 만하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역이나 무과금 플레이로도 비교적 풍족하게 재화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인지라 노골적 과금 유도란 생각보단 컴투스가 기존에도 종종 활용했던 유형의 BM을 적당히 조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내 '아카데미'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 '레이호우'를 육성하는 모습.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내 '아카데미'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 '레이호우'를 육성하는 모습.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

눈에 띄는 아트웍과 극초반 애니메이션 컷씬, 게이머들에게 익숙할 만한 주요 시스템들에 비해 '미소녀 게임', 소위 '서브컬처 게임'으로서 핵심 포인트로 꼽히는 서사성 면에선 보완해야 할 점이 여럿 눈에 띄었다.

스타시드 스토리의 첫 장은 적대 세력인 '레드시프트'와의 항쟁 속에서 주인공에게 첫 손을 내민 캐릭터 '아이렌'이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등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를 다룬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의 주적 '레드시프트'의 보스 몬스터 '카산드라'.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의 주적 '레드시프트'의 보스 몬스터 '카산드라'.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

그런데 이 장면에서 AI 미소녀들이 가진 목숨의 의미, 스타시드로 주인공이 어떻게 아이렌을 살려냈느냐 등에 대한 단서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하다못해 아키텍트가 "아이렌!"이라고 안타깝게 외치는 연출조차 없다. 소위 '빌드업'이 부족하다 보니 감동스러워야 할 아이렌의 희생이 그냥 평범한 이야기인 듯 쉽게 지나가 버린다.

1장이 이렇게 마무리된 가운데 2장에선 갑작스럽게 도서관의 책을 훔쳐간 그래피티티 라이터의 이야기 등 어반 판타지 활극이 펼쳐져 더욱 당혹스러웠다. 차라리 1장과 2장의 순서를 바꿔 초반에는 활극 속에서 아이렌과 주인공의 서사를 축적한 이후, 2장에서 무거운 이야기로 넘어가며 아이렌의 희생을 극적으로 그려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의 상점 페이지. '마릴라이트'를 클릭해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의 상점 페이지. '마릴라이트'를 클릭해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사진=컴투스·모히또 게임즈

메인 스토리 외에도 각 캐릭터 별 서브 스토리의 분량이나 퀄리티도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부분이 적었다. 또 상점 페이지에서 캐릭터들을 터치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점, 게임의 오프닝 OST는 한국어이나 실제 인게임에선 일본어 음성만 지원하는 점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의아함이 느껴지는 점들도 몇몇 있었다.

이렇다보니 앞서 언급했듯 시스템적으로 경쟁작들과 비슷한 요소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과 결부돼 이 게임만의 오리지널리티, 즉 독창성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게임 내외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수감자들을 풀어 재난에 대응한다'는 독특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팬덤 형성에 성공했던 중국 게임 '무기미도'와 같은 사례를 생각해보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여러가지 보완점이 있는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였지만 아트웍이나 초반 연출 등은 분명 이 게임이 적지 않은 노력을 거쳐 개발됐다는 점을 느끼게 했다. 충성심 있는 이용자층을 팬덤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이 게임만의 오리지널리티, 혹은 장기적 로드맵과 함께하는 일관성, 진정성 있는 운영이 더해져 국산 서브컬처의 일익으로 올라서길 기대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